•  미국이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하는 날  
     미국은 인도의 핵무기와 일본의 핵무장으로 중국의 패권주의를 꺾기로 결정한 듯.


    북한은 아직 배꼽이 없다. 탯줄이 중국의 아랫배에 붙어 있다.
    세상에 나오긴 나왔지만, 여태 탯줄조차 자르지 못하고 있다.
    탯줄이 잘려야 배꼽도 생기고 배밀이도 하고 기기도 하고 홀로서기도 할 수 있는데, 탯줄이 잘리는 순간 열흘도 못 버티고 사망할 게 뻔하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입으로만 주체를 외치며 빌붙어 산다.

    압록강을 가로지르는 탯줄의 한가운데는 송유관이 지나간다.
    언젠가 한 이틀 중국이 이걸 닫은 적이 있었다. 아마 6자회담을 받아들이라는 협박이었을 것이다.
    고작 이틀간의 강제 다이어트로 하늘이 노래지자 북한은 즉각 무릎을 꿇었다. 중국은 회의의 주재자로서 천자(天子)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6각 탁자에서도 북한의 떼쓰기는 계속되었지만, 천자는 난감한 척 표정관리하며 한국을 무시하고 일본을 비웃고 미국을 조롱했다.

    햇볕정부에서 2번, 중도실용정부에서 2번 김정일은 서해로 군함 또는 잠수정을 내려 보냈다.
    2승 2패, 김정일 편에서 보아 최대의 승리는 2010년 3월에 이뤄졌다.
    두 달 간 해안포로 위협을 가하여 백령도 동쪽으로 주위를 분산시키다가[聲東], 슬그머니 백령도 서쪽으로 잠수정을 투입시켜[擊西] 취침 시간에 딱 맞춰 어뢰 한 방으로 북한으로선 꿈같은 첨단 설비의 1200톤급 한국 군함을 단숨에 두 동강 내어 46명이나 감쪽같이 수장시켰다.

    김정일은 김정은을 옆에 앉히고 지하 100m 철봉각에서 몇 날 며칠 잔치를 벌였을 것이다. 이전 3번의 경우에는 아이들 싸움으로 보아 중국도 미국도 뒷짐을 졌지만, 이번에는 미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워싱턴은 인공위성 사진을 들이대며 VIP 메모를 건네던 지하벙커의 팔을 비틀어 공동조사에 임하게 만들었고, 북경은 신발을 벗어 연단을 내리치며 물귀신의 해코지라고 평양을 노골적으로 두둔했다.

     지난 40년 동안 한 번도 전시에 투입하지 않고 세계의 자유무역을 보장했던 조지 워싱턴호가 동해로 왔다. 중국의 엄포에 움찔하는 척 서해로 향하던 함수를 동해로 돌렸다. 중국은 기고만장했다. 20분이면 4000명(46명의 약 100배)이 탄 워싱턴호를 격침시킬 수 있다고 떠벌렸다. 등 뒤의 호랑이만 믿고 여우는 허공으로 주먹을 휙 날리며 ‘한 방 더!’를 경고했고. 중국과 북한은 미끼에 반쯤 걸려 든 듯하다.

    중국이 미국에서 벌어들인 2조에 달하는 달러를 믿고 도광양회(韜光養晦)의 등소평 발걸음을 동방홍(東方紅)의 모택동 발걸음으로 바꾸고 있다. 동방홍의 속마음을 불장난과 불꽃놀이와 공갈로 불쑥불쑥 드러내 주는 파리 장군이 기특한지, 어제는 강택민이 오늘은 호금도가 탈북자를 메뚜기처럼 줄줄이 꿰어 압록강 너머로 휙휙 집어던진다.
    이에 대해 한국도 미국도 한 줌밖에 안 되는 안중근과 유관순, 링컨과 스토 부인의 후예 외에는 아무 소리도 못한다.
    그게 평화란다! 기껏 중국과 러시아가 합해서 5분의 2의 지분을 가진 UN에서 아무 구속력 없는 결의에 슬그머니 기권하거나 크게 생색내며 한 표 보태 줄 뿐이다. 그리곤 데면데면! 한국은 마냥 천하태평이지만, 미국은 북한과 중국의 인권유린에 입을 다문 대신 주머니 속의 권총을 언뜻 비춘다.

    세계 외교사는 2008년 10월 8일을 1972년 2월 21일과 같은 비중으로 후일 기억할지 모른다(기 소르망). 1972년은 닉슨이 죽의 장막 안으로 들어간 해다. 3년 후 월맹은 미군이 떠나자마자 여반장으로 적화통일을 달성하여 호지명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이라는 생체 칩을 7천만의 머리에 집어넣었다. 8년 후 중국이 미국의 경제권 GATT체제로 들어왔다. 11년 동안 사디즘의 축제를 벌이던 베트남도 협동농장의 3모작으로도 굶주림에 시달리게 되자 별 수 없이 1986년 중국의 뒤를 따라 미국의 7함대가 보장하는 무역로를 무료로 이용하기 시작하여, 오늘날 미국 나이키 회사의 최대 생산기지로 탈바꿈했다.

    2008년 10월 미국 의회는 3년에 걸친 승강이 끝에 미국과 인도 사이의 핵협정을 비준했다. 그 전에 미국과 인도의 국내법과 IAEA의 규정도 바꾸었다. 그로써 인도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지도 않고 군사용과 민간용을 구별한다는 위장막을 치고, 중국의 핵무기를 미국과 공동으로 포위하게 이르렀다.

    나는 1993년 1월 5일도 세계 외교사에서 언젠가 특집으로 다뤄지리라고 본다. 그 날 프랑스에서 구매한 1.7톤(1700kg)의 플루토늄을 실은 배가 그린피스의 잠자리 춤을 재미있게 감상하며 일본의 항구에 들어갔다. 전 세계가 멀뚱멀뚱 쳐다봤다. 며칠 후 북한은 10kg 정도의 플루토늄을 뽐내며 NPT 탈퇴를 일방적으로 통고했다. 세계가 경악했다. 일본의 플루토늄 수입은 미국의 조건부 허가 하에 이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철저한 감시를 받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는 조건이 따랐다.

    일본은 이미 1975년부터 1992년까지 영국 등으로부터 몰래 아홉 차례에 걸쳐서 1톤의 플루토늄을 수입했다고, 1993년 5월에 영국의 <<업저버>>지가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비공식적인 것이었다. 1993년 1월의 플루토늄 수입이 없었다면, 결코 밝혀지지 않았을 일이었다. 그린피스의 잠자리 날갯짓을 통해 전 세계가 알게 된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공개적으로, 중국과 소련이 들으라고, 향후 원유에 비하면 거의 공짜나 다름없는 플루토늄 40톤을 더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우라늄이라면 아무도 안 말린다. 그것을 농축하여 몰래 원자탄을 만드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982년 한국이 1kg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0.7g의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이 후에 들통 나서, 미국이 노발대발한 것과 비교해 보자. 언젠가부터 중국을 우러러 보고 북한을 흘낏거리고 한국을 업신여기며 반미(反美)를 외치면 잔 다르크가 되고 간디가 되는 나라, 이런 나라는 그 정도로 미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혈맹을 향한 외교적 수사만 화려할 뿐이다.

    일본과 인도는 자유민주와 시장경제를 근간으로 삼는 나라로 구매력지수(PPP)로 보면 각각 세계 3위, 4위의 경제대국이다. 소련의 붕괴와 더불어 인도는 1992년부터 소련식 폐쇄경제를 버렸다. 40년 동안 실질 경제성장률 0%의 나라에서 매년 6%의 성장으로 돌아섰다. 유럽과 아시아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독일과 이태리와 일본 이렇게 세 전체주의 국가를 자유민주 경제대국으로 개과천선시킨 팍스 아메리카나에 맹세코 미국은 더 이상 일본과 인도를 경계할 이유가 없다.
    중국은 아니다. 미국의 7함대와 미국의 소비시장으로부터 혜택을 가장 많이 보면서도, 중국은 공산당 일당 독재를 조금도 늦추지 않고 있다.

    탈북자만이 아니라 중국은 자국의 국민도 공안(경찰)이 여차하면(길거리에서 멱살잡이한다든지, 허가 없이 집회에 참가한다든지, 말이 불손하다든지, 기독교나 불교를 전파한다든지, 티베트와 위구르를 독립시키라고 외친다든지 등등) 재판 없이 감옥에 가두는 나라다. 그렇게 끌려가면 5년이고 10년이고 한 달에 10위안(1500원) 정도만 받고 OO기업소라는 문패 뒤에서 수출용 상품을 만든다.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인데, 이런 나라는 이웃 나라를 모조리 ‘문명화’시키는 것을 역사적 사명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내부모순을 밖으로 돌리는 것이 6천만 공산당원과 그 가족의 권력과 품위를 유지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니까!

    중국 공산당이 국내 권력 기반을 단단히 하고 중국의 대분열을 막기 위해 시침 뚝 떼고 원격 조종으로 북한 노동당을 내세워 한국의 소방관으로는 역부족인 불장난에 나서면, 그 때는 미국이 바로 일본에게 핵무장을 허용할 것이다.

    한국은 지금이라도 당장 1991년 노태우 정부의 요청으로 철수한 미국의 핵무기를 재도입하고 모르쇠(NCND) 정책을 고수하면,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미국은 굳이 먼 훗날 부메랑이 될 수도 있는 일본의 핵무장을 허용할 필요가 없고 한국도 일제시대의 악몽을 새삼스레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중국도 북한의 티베트화를 감히 꿈꾸지 못한다. 핵탄두 속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플루토늄을 일본에겐 4천만g이나 허용하고 한국에겐 0.7g도 허용하지 않는 걸로 미루어, 야랑자대(夜郞自大)하는 한국은 고래싸움에 끼어 든 새우 신세가 될 공산이 크다.

    겉모습만 자유민주 국가로 변신한 걸로는 냉정한 국제 관계에서 기회주의자로, 결정적인 순간에 우방의 등에 비수를 꽂을 회색분자로 오인 받기에 딱 알맞다. 이완용을 욕하기는 쉬워도 자신이 제2의 이완용인지 아닌지를 깨닫기는 쉽지 않다.
    “너 자신을 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