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 서핑을 하며 글들을 읽다보면 많은 블로거들이 '박이다'와 '박히다'를 구분하지 않고 쓰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굳은살이 박이다"의 경우 "굳은살이 박히다" 뿐 아니라, "굳은살이 배기다"로 쓰는 분도 있더라구요.

  •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 김충수 전 조선일보 부국장 ⓒ 뉴데일리

    '박이다'는 자동사로 '어떤 버릇이나 생각·습관·태도 따위가 몸에 배어있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또 '신체 어떤 부위에 끼어있거나, 붙어있음'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그 음식점은 집주인 손맛에 반해 인이 박인 단골로 문전성시를 이룹니다."
    "그는 오랫동안 담배와 커피를 상용하여 니코틴과 커피에 인이 박였습니다."
    "지난 10년동안 좌익사상이 머리에 박인 젊은이가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인기 배우 고소영은 콧등에 박여있는 커다란 점이 매력적입니다."
    "발레리나 강수진의 발가락에는 단단한 굳은살과 못이 수도 없이 박여 있습니다."

    반면에 '박히다'는 '박다'의 피동형으로, '꽂히거나 박음을 당하다' '점 같은 것이 찍히다' 어떤 모습이나 생각 따위가 새겨지다' '어떤 일이 정례화 규격화하다'의 의미를 지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됐고,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그는 오너에게 미운 털이 박혀 승진하기는 아예 글렀습니다."
    "손녀는 보석이 박혀있는 영국황실 인형을 안고 잠이 듭니다."
    "그녀의 우아한 모습이 뇌리에 박혀 사라지지 않습니다."
    "개미 쳇바퀴 돌듯 판에 박힌 일상에 염증을 느낀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위의 경우와는 약간 다르지만 '삭이다'와 '삭히다'도 자주 혼동해서 쓰고있는 말입니다. '삭이다'는 '소화시키다' '다스리다'의 뜻을 지닌 자동사로, "후배로부터 무시당한 분을 삭이느라 애 먹었습니다" "한약으로 오래된 기침을 삭였습니다"와 같이 쓰고, 사동사 '삭히다'는 '숙성시키다' '익게 하다'의 뜻으로, "막걸리는 누룩으로 곡식을 삭혀 만듭니다" "새우젓이나 멸치젓은 얼마나 잘 삭히느냐가 관건입니다." "김장김치는 잘 삭혀서 먹어야 제맛입니다."와 같이 쓰입니다.

    하나 더! '썩이다'와 '썩히다'가 있지요. 이는 둘 다 '썩다'의 사동사입니다. 하지만 그 쓰임새는 사뭇 달라서 '썩이다'는 "아내는 공연한 일로 골치를 썩입니다." "그는 어려서 부모님 속 깨나 썩였습니다."와 같이 쓰고, '썩히다'는 "글재주가 있는 그는 아까운 재능을 썩히고 있습니다." "홍어는 썩혀야 제맛이랍니다."와 같이 쓰면 되겠습니다.

    '박이다'와 '박히다', '삭이다'와 '삭히다', '썩이다'와 '썩히다' 같은 경우들은 위에 든 예문들만 익혀도 어느 정도 정확히 쓸 수가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