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대하는 분들은 특기가 브레이크 잡는 거예요. 그런데 엔진은 오토바이인데, 브레이크는 25톤 덤프죠”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 찬성을 위한 찬성이 더 나빠요”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수질이 가장 나쁜 영산강 살리기와 관련 지역 토론회가 KBS광주방송국에서 1일 밤 열렸다. 영산강은 호남지역의 젖줄임에도 광주가 커지면서 오염이 심해지고, 일부구간에선 농업용수로도 못쓸 정도로 수질이 악화된 강이다. 따라서 지역주민들이 98년도부터 강 살리기를 당국에 건의하고 강살리기 운동을 펼쳤고,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약으로 내건 영산강 살리기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데도 일부 환경단체와 학자들이 반대를 하자, 이번에 지역 토론을 하게 된 것. 토론엔 임성훈 나주시장, 김창원 영산강뱃길연구소장이 찬성측으로,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박창근 관동대교수가 반대측으로 참여했다. 토론회에는 주최측에서 박준영 전남도지사 강운태 광주시장에게도 참가를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토론회에서 나주시장은 “과거엔 재첩도 잡고, 수영도 했는데 지금은 5급수이하로 내려갔다. 나주대교 근처에선 악취가 진동한다”며 이번에 반드시 수질개선을 해야한다고 먼저 입을 열었다. 특히 그는 수질개선외에 과거 강의 기능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개발해야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낙평 환경운동연합공동의장(이하 의장)은 “6.2 지방선거에서 현재같은 방식을 중단하라는 민심을 확인했고, 지금은 토목공사로 가고 있다. 현장을 가면 공사도 너무 서둘고, 강이 더 악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 ▲ 김창원 영산강 뱃길연구소장 ⓒ 뉴데일리
    ▲ 김창원 영산강 뱃길연구소장 ⓒ 뉴데일리

    그러나 뱃길연구소 김창원 소장(이하 소장)은 “선거 결과를 4대강 하지 말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강을 꾸준히 살리자는 박준영 도지사도 당선됐다. 그런 해석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공사 속도도 “서둘러서 하지 않으면 예산만 추가된다. 서둘러 하는 지금의 하천 공사방식이 맞다”고 받아쳤다.

    박창근 관동대교수는 “횡성댐은 7년 걸렸다”며 공사속도에 문제를 제기했고. “4대강엔 예산이 넘쳐 소화를 못시키고 다른 분야는 개점휴업상태”라고 주장했지만 이에 대한 근거를 대지는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도 보 문제가 나왔다.
    임성훈 나주시장은 “누구나 수질개선엔 공감한다. 오염된 퇴적토 제거, 준설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반 보가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보가 설치된 이후 결과 규명은 어렵지만 정부에선 가동보라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라고 했고, 박창근 교수는 “나주 평야엔 물 부족이 없었다. 공단이 많아 공업용수로 쓸 것도 아니다. 용도가 없는 수자원을 확보한다고 보를 세운다는데,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낙평 의장은 “보가 생기면 강이 아니다, 썩은 호수일 뿐이다. 고인물은 썩는다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라고 상식적인 주장을 폈다.

    찬성측의 김창원 소장은 “반대측이 작년까지만 해도 퇴적토 얘기만 하더니 이제는 보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보는 전체 사업상 예산도 가장 적게 들어간다. 지엽적인 문제로 전체를 반대하는 건 문제”라고 받아쳤다.
    반대측이 보를 막아 물이 썩는다며 예를 든 영산강 하구둑에 관해서도 “둑 밑에 턱이 있어 물을 막아 준공 후 계속 퇴적물이 쌓인 영산강 둑과 현재건설중인 보의 가동수문은 다르다”며 건설중인 보를 실제로 경험 안해서 걱정은 할 수도 있다면서도 “설혹 우려한대로 문제가 있다해도 가동보를 열어버리면 그만이다.”라며 전체적으로 강살리기 사업의 이익이 훨씬 많은데 부분적인 보 문제로 사업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더욱이 “수질이 나빠진다 아니다 검증도 안 된 상태서 사업을 중단하자, 폭파한다 소리까지 하는 건 문제”라고 꼬집었다.

    폭파라는 표현은 토론자로 나선 박창근 교수가 김두관 경남도지사 인수위원회의 의견발표 장소에서 보를 중단하고 제거하는 방법에 관해서 “폭파하면 7~10일이면 처리가 충분하다”고 언급한 것을 말한다.

  • ▲ 관동대 박창근 교수 ⓒ 뉴데일리
    ▲ 관동대 박창근 교수 ⓒ 뉴데일리

    그러자 박창근 교수는 “준설은 해야한다. 골재채취도 하자는 입장이다. 없애는 방법에 관한 설명과정에서 나온 말이다”라고 밝히며 “선거 후엔 ‘(4대강 사업을)하지 말자’는 발언을 안했다. 합리적 대안을 마련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빠져나갔다. 또 “자기 돈이면 보를 추진하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임성훈 나주시장은 전체적으로 이익이 많은 사업이고 사업비에서 보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또 수질이 꼭 나빠진다는 것도 아니므로 보 건설도 일단 진행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가서 보면 위로 들어올리는 것이라 오염물질이 나가게 돼 있고, 만약 반대자의 말대로 오염이 심해진다면 (보를)안 쓰면 된다는 뜻이지 비중이 낮은 보 논쟁을 하며 ‘시급한 강 살리기’를 하느냐 마느냐를 따지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또 “나주를 지나는 영산강을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다. 보는 지엽적인 문제고 나주시의 당면과제는 영산강 자체다”라고 강조했다.

    임낙평 의장은 “현재 사업은 수질, 생태 살리기도 아니고, 생태 살리기는 2%도 안 된다. 비민주적인 절차로 진행된 것이므로 반대하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22조원을 하천에 쏟아 붓는 문명국가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김창원 소장은 “수질예산은 2%가 맞지만 수질부분은 원래 지자체와 매칭포인트로 (국가와 지자체가)일부씩 부담하는 것이지 국가에서만 하는 게 아니다. 생태하천부문은 원래 영산강은 22%로 4대강 평균보다 훨씬 많다.”며 생태살리기 부문이 적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김 소장은 또 “진짜 문제는 홍수다. 수질, 뱃길도 있고, 물 부족도 문제지만 (굳이 모자라면)주암댐 물을 쓰면 된다. 수질문제도 강에서 안 놀면 그만이다. 그러나 홍수는 다르다. 홍수는 매년 찾아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은 “작년 가뭄이 들어 제한급수 발표까지 했었다. 그러다 2일 뒤 갑자기 비가 많이 와서 홍수가 났다.”며 자신의 집이 1층까지 찬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8년간 7차례나 100년 빈도의 홍수가 났었다. 홍수가 나면 마누라와 자식 빼고 건질게 없다”는 표현으로 절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김소장은 또 “태풍 루사 때 강원도에서 직접피해와 복구비로 15조 5000억, 태풍 매미 때 울산지역에 집중호우로 직접피해와 복구비로 9조 8000억원으로 두 해동안 25조가 사라졌다”고 소개하며 “내가 4대강 사업 홍보하려는게 아니다. (두 해동안 이런 정도의 금액이 나갈 정도니) 조단위의 돈이 투입되는 게 많은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박창근 교수는 “한국방재협회 통계에도 국가하천보다 지천에서 피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생 댁도 지천이었고 배수펌프장의 문제가 있었을 거다”라고 주장했다. 김소장은 “실제 본류 옆에 집이 있다”고 응수했다.(김소장의 집은 실제로 나주대교 근처 영산강 본류 옹벽 옆에 있다.)

    막힌 도랑 칠 때 손으로 하냐? 포클레인이 당연한데 토목공사라 하지말라

    임 나주시장도 거들었다. 임 시장은 “확실하지도 않은 보 문제로 영산강살리기가 안되면 어찌하냐”며 지자체장으로서 영산강살리기 사업을 선택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자 임낙평 광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준영 도지사나, 나주시장의 논리가 98% 같다. 현재 4대강 사업이 모두 토목공사 위주로 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창원 소장은 “10년 전에도 비슷한 토론을 했는데 방송국 작가들이 왜 의견이 안 좁혀지냐고 궁금해할 정도다. 수없이 이야기해도 진전이 안되는 건 반대측에서 반대는 능한데 대안제시가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는 브레이크다. 그런데 오토바이 엔진에 브레이크는 25톤 덤프차용이다”라고 반대측을 지나친 ‘브레이크’에 비유했다.

    특히 생태하천으로 그냥 강을 자연그대로 놔 두자는 주장을 겨냥하여 “시골사는 사람은 봄되면 가장먼저 하는 일이 도랑치는 일이다. 도랑칠 때 삽없이 손가락으로 하냐. 도랑을 안쳐 봐서 그러시는지 몰라도, 1년 농사는 도랑치기로 시작된다. 도랑칠 때 손으로 할 수 없듯 지금은 포클레인으로 하는 거다. 자꾸 토목공사라고 하지말라”고 거듭 토목공사 주장을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는 반대측에선 “물이 썩는다” “찬성을 위한 찬성은 위험하다”는 등의 의미로 그동안 나왔던 비슷한 주제의 논리를 폈고, 찬성측에선 살아가며 겪은 실제 경험과 자료를 제시하는 등 적극적인 논리를 폈다.

    이날 토론회는 반대진영의 주장에 찬성진영의 재반박으로 열기가 올라갔다. 특히 김 소장은 일부 환경단체가 물고기 생명은 이야기해도, 주민이 목숨 잃은 일은 얘기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몇 차례 하며 환경단체의 주장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