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산권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는 헌법을 통해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야간 옥외집회에 대해서는 별도의 금지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의 안전과 개인 사생활 보호를 위해 어느 정도 제한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야간집회를 거의 찾아볼 수 없으며 영국은 경찰이 야간집회를 제한할 수 있고 일본은 아예 사전허가제나 사전신고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 독일의 경우 헌법이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법률로는 야간 옥외집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사실상 허가주의제를 도입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집회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밤 11시 이후 집회를 금지하고 있으며 러시아도 밤 11시 이후 집회를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스페인은 야간 행진까지 허용하고 있으며 캐나다도 야간집회 금지 규정을 별도로 두지 않는 등 야간집회를 전면 허용하는 국가들에 속한다.
     
    ◇ 미국, 야간집회 거의 없어
    미국의 경우 야간집회에 대한 제한이 원칙적으로 없다.   국민의 평화로운 집회 권리를 제한할 수 없다는 수정헌법 제1조에 근거해 집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간집회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최근 1-2년 사이에 워싱턴 D.C. 경찰에 접수된 야간집회 신고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우리의 청와대 격인 백악관 바로 뒤에서 지난 1981년부터 지금까지 29년간 반전.반핵 1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도 미국의 자유로운 집회 문화 덕분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집회 및 시위와 관련된 단일법도 없다.   각 주(州)나 지방자치단체별로 필요에 따라 관련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집회가 사전에 신고된 내용을 준수하지 않거나 불법시위로 발전할 경우 경찰의 법집행은 우리보다 훨씬 엄격한 편이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야간집회를 허용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찰이 공공의 안전을 해친다고 판단할 때 즉각 해산명령을 내리고 있으며, 대부분 자발적으로 이에 응하며 불응 시에는 경찰이 체포한다"면서 "미국의 집회 문화가 우리와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 영국, 경찰이 야간집회 제한 가능
    런던 도심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바로 앞 잔디와 인도에는 시위대의 천막 수십 개가 설치돼 있다.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에 반대하는 반전 운동가들이 천막에서 자고 먹고 하면서 플래카드와 피켓 등을 내걸고 수개월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

       이처럼 국회의사당 앞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천막 시위를 벌이지만 경찰이 크게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영국의 집회.시위 문화는 한국과는 많이 다르다.

       야간집회 및 시위에 관한 별도 규정은 없고 전체적인 집회.시위의 범주 내에서 야간 집회.시위 문제도 다뤄진다.

       한국의 집시법과 비슷한 공공질서법(Public Order Act, 1986)에는 집회.시위를 하려는 사람은 미리 경찰관서에 신고하게 돼 있다.

       경찰은 집회.시위가 심각한 무질서, 혼란 등 공공의 안정을 해치고 사유 재산을 침해할 것으로 판단될 경우 금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원천봉쇄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경찰이 집회.시위를 주도하는 측에 준수사항을 알려주면 집회.시위자들은 이를 철저히 지키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예를 들어 대사관 앞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면 경찰은 집회 구역을 정해주고 그 선을 넘지 말 것을 요구하거나 집회 뒤 거리행진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식이다.

       경찰이 조건을 제시하면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를 지킨다.

       200~300명이 모여서 집회를 하더라도 2~3명의 경찰관으로 집회 관리가 가능한 이유다.

       주영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집회.시위를 막는 어떠한 규정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기보다는 그 나라의 집회.시위 문화가 어떠한지가 중요하다"면서 "영국에서는 기본적으로 집회.시위 참가자들 사이에 일정한 선을 넘지 않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 독일
    독일 법률에는 야간 집회에 관한 특별한 제한 규정이 없다.
       독일은 기본법(헌법) 제8조에 근거해 모든 국민에게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부여하고 있으나 옥외 집회에 대해서는 법률로써, 또는 법률에 근거해 제한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신고주의를 택하고 있으나 이 같은 제한 규정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허가주의로 운용되고 있다.

       집시법에 따르면 옥외 집회와 시위는 48시간 전에 관할 관청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를 접수한 관청은 공공의 질서나 안전이 직접적으로 위협받을 수 있는 경우 이를 금지, 해산하거나 일정한 조건을 부과할 수 있다.

       지난 2월 13일 유럽의 신나치주의자 수천 명이 2차 세계대전 막바지 연합군의 독일 드레스덴 폭격 65주년을 기념해 드레스덴에서 시가행진을 계획하자 시 당국은 좌-우 시위대의 충돌을 우려해 신나치의 시위를 기차역 인근 지역으로 제한했다.

       시위가 폭력화하는 경향이 있는 노동절에는 독일의 각급 관할 관청들이 일부 과격 단체들의 시위를 불허하고 있다.

       지난해 노동절 때는 울름시가 극우파의 시가행진을 불허했으나, 극우 단체가 법원의 허가명령을 받아 집회를 강행하기도 했다.

       또 집회나 시위가 신고 없이 개최되거나, 신고 내용과 조건에 다르게 진행되거나 위반한 경우 경찰은 집회와 시위를 해산할 수 있다.

       야간 집회의 경우 금지규정이 없고 확성기를 사용하지 않은 채 침묵시위를 하는 경우에는 시가행진도 허용하지만 밤 10시 이후 주민의 평온을 저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이 즉각 해산시키고 있다.

       현지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집회·시위의 97% 이상이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교통이나 주민의 평온을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경찰이 단호하게 대처한다"면서 "국민 대다수가 경찰의 조치에 순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일본
    헌법재판소는 이번에 집시법 10조의 야간옥외집회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근거 중의 하나로 '영국, 독일, 일본, 오스트리아 등이 야간집회를 특별히 금지하거나 행정권에 의한 허가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일본도 이전에는 집회를 규제하는 별도 법률이 있었다.

       지난 1900년 치안경찰법을 만들어 집회를 규제했고, 일제시대 조선에서도 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별도 법률을 만들어 시행했다.   그러나 전후 일본은 헌법 21조에서 집회의 자유를 보장했고, 이후 집회를 관리하기 위한 별도 법률은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규제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헌법 12조 '자유.권리의 남용 금지와 이용책임' 조항은 '국민은 권리를 남용해서는 안 되며, 늘 공공복지를 위해 이용할 책임을 지고 있다'고 규정해 특정 집회가 공공질서를 해치거나 타인의 집회.시위권을 침해할 경우 규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실제로는 상당수 지자체가 1948∼1950년 사이에 공안조례를 만들어 집회의 사전 신고 등을 받고 있다.   48개 도도부현(都道府縣.광역 지자체) 중에서 절반 정도가 공안조례를 두고 있고, 나머지는 기초 지자체인 시초손(市町村) 단위로 공안조례를 운용하고 있다.

       일본 경찰 관계자는 "선거운동 시 마이크를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대부분 오후 8시 이전"이라며 "이 시간 이후에 주택가 근처에서 마이크를 사용해 집회를 열 경우 사실상 허용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의 공안조례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 등이 "집회.시위를 사실상 사전허가제나 사전신고제로 관리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소송을 냈지만 일본 법원은 이를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일본 경찰은 이 밖에도 도로교통법상 도로사용허가 규정을 근거로 집회.시위를 관리하고 있다.

    ◇ 러시아, 야간집회 엄격하게 금지
    러시아는 정해진 시간 외에 야간 옥외집회를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004년 '집회 및 시위 등에 관한 연방법'을 제정해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어떠한 집회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이 법률에 따라 주간의 경우 당국의 사전 허가만 받으면 얼마든지 집회가 가능하지만 야간 시간대에는 절대로 집회를 열 수 없다.

       만약 이를 위반하면 주최자와 참가자는 최고 2천500루블(약 10만원) 상당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특히 러시아는 집시법이 아니더라도 '야간 평온에 관한 연방법'을 갖고 있어 이 8시간 만큼은 개인의 사생활 및 평온을 저해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옥외 고성방가는 물론이고 아파트 내에서조차 소음을 내 이웃이 이를 불쾌히 여겨 경찰에 신고하면 여지없이 처벌을 받게 된다.

       주러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러시아의 기후 특성상 오후 11시께 해가 지는 여름철을 기준으로 야간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정한 것 같다"면서 "'일몰 후 일출 전' 이란 문구 대신 구체적으로 금지 시간을 밝힘으로써 법률적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 캐나다, 금지 규정 없지만 야간집회 안해
    헌법상 평화적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 있으며 야간집회를 금지하는 규정도 없다.
    그러나 캐나다에서 야간 집회나 시위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시민은 오후 3시부터 퇴근을 시작해 해가 지기 전에 귀가하기 때문에 야간에 집회를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관중이 없는 합법적인 시위는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토론토는 이번 주말 G8/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즉흥시위부터 원주민의 권리를 주장하는 열정적인 행진까지 다양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드럼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고 G8 정상의 가면을 쓴 시위자들이 등장하는 한편 회담에 반대하는 운동가들이 카누를 타고 헌츠빌 G8 회담장에 접근하다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24일 토론토 도심에서는 원주민 그룹의 항의시위대 1천여 명이 가두행진을 했다.
       자신들이 빼앗긴 땅에서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을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전거를 탄 경찰이 대열을 통제했고 아무런 불상사도 발생하지 않았다.
       정상회담 준비기간에 벌어진 가장 큰 규모의 시위대였지만 경찰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들은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토론토를 방문하는 전 세계 언론에 원주민의 현실을 호소하기 위해 항의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토론토의 시위자들은 옷차림에도 신경을 쓴다.
       한 여성은 "시위대의 앞쪽에 나설 경우 사진에 찍히기 쉬운데 잘 나와야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할 정도다.   이런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야간집회를 기획하거나 참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캐나다는 평화적 시위문화가 정착돼 불법, 폭력시위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