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설 공사로 흙탕물이 생기면 물고기가 집단폐사할까?

    지난 4월 말 남한강 여주 일부구간 하도준설공사 중 “물고기 1000여 마리가 폐사했다”는 한 신문과, 인터넷매체의 보도가 있었다. 환경단체의 주장 등을 소개한 그 기사에서는 환경단체 관계자의 말을 빌어 “흙탕물이 아가미에 붙어 죽었다”는 식으로 부연설명까지 달았다. 공사 중 일어난 흙탕물이 물고기를 집단폐사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 ▲ 흙탕물로 물고기가 죽었다고 소개한 한 신문의 사진. 지느러미가 서 있고, 꼬리가 퍼덕이는 것도 있다. ⓒ 뉴데일리
    ▲ 흙탕물로 물고기가 죽었다고 소개한 한 신문의 사진. 지느러미가 서 있고, 꼬리가 퍼덕이는 것도 있다. ⓒ 뉴데일리

    그러나 당시 뉴데일리 취재팀이 확인한 결과 흙탕물로 인한 폐사 가능성은 없었다. 심지어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 해당 신문에 ‘폐사하고 있는 물고기’라고 소개된 사진 속 물고기는 살아 있는 것이 많았고, 배를 드러낸 몇 마리도 지느러미가 모두 서 있었다. 그 중 어떤 것은 꼬리지느러미에서 모션 블러(motion blur) 현상까지 보였다. (사진 붉은 원) 모션 블러란 움직이는 물체를 찍은 사진에서 흐릿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사진속의 물고기가 살아 퍼덕거린다는 뜻이다.
        
    통상 하도 준설작업을 세세한 부분은 차이가 있겠지만 여주 구간의 경우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뤄진다.

    1.강 한편의 강변을 따라 폭 7~8m, 길이 200m 크기로 나눠 가물막이를 한다. (강물을 완전히 가로막을 수 없기 때문에 강변을 한쪽씩 번갈아 함)

    2.비슷한 크기의 가물막이 구역을 강둑을 따라 6~7개를 이어 붙이고, 상류쪽 가물막이부터 양수기로 물을 뺀다.

    3.가물막이 안의 물을 빼내고 바닥이 드러날 무렵 바닥의 낮은 곳으로 물이 모이고 물고기도 모인다.

    4.물고기가 모여들면 구조원들이 그물이나 뜰채로 건져올려, 3,4마리씩 양동이에 담아 본류로 풀어준다.

    5.물고기를 모두 구조한 후 강바닥의 모래, 자갈을 준설한다.

    6.한구역이 끝나면 하류쪽으로 한 칸씩 이동한다.

    7. 6~7개의 가물막이 구역을 모두 준설하는데 한달 반 정도가 소요된다.

    절차에 따르면 물고기가 있는 상태의 가물막이 안에서 포크레인을 풍덩 집어넣어 준설작업을 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여주 구간의 ‘물고기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물을 양수기로 다 뺄 무렵 가물막이 안의 낮은 지대로 남은 물이 졸졸 흘러 모이고, 이때 물고기도 물을 따라 모인다.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을 따라 내려가던 물고기는 보통 돌이나 언덕에 걸려  못내려가기도 하는데 이때 구조원이 물로 옮겨준다. 그런데 이때는 물고기가 너무 많아 구조원 손길이 부족해 시간이 지체되었고 30~40마리 정도가 공기중에 오래 노출돼 죽은 것이다.

    국토부와 현장관리자의 설명을 종합하면 당시 4~5월 산란기를 맞은 누치가 집중적으로 몰린 사실을 모르고 구조인력을 추가하지 못해 구조작업이 늦어졌던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반대론자들은 마구잡이 준설로 물고기가 폐사한다고 호도한다.

    전문가 “자연상태에서도 크고작은 교란..준설은 소규모 교란 정도”

    현재 4대강 공사 현장에서는 물의 탁도를  40㎎/L의 기준으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홍수시 흙탕물의 탁도는 300~1,000㎎/L로 설명한다. 물 1리터에 부유물질의 비율이 홍수 때보다 거의 10분의 1이나 30분의 1에 해당하는 미미한 수치다.

  • ▲ 한강 여주 구간의 하도 준설 현장. 멀리 준설공사장을 벗어나면 물을 보통 강물처럼 깨끗해진다. ⓒ 뉴데일리
    ▲ 한강 여주 구간의 하도 준설 현장. 멀리 준설공사장을 벗어나면 물을 보통 강물처럼 깨끗해진다. ⓒ 뉴데일리

    물론 가물막이 공사 등 일부공정에서 부분적으로 진한 흙탕물이 일어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이에 대해 생태학을 전공한 한 대학교수는 “공사 중엔 당연히 흙탕물이 생기고 시멘트도 노출될 수 있지만 공사과정에서 얼마든지 막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또한 “설사 흙탕물 이 생기더라도 자연과 생물은 거기에 적응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런 과정을 ‘중간교란가설’을 이용해 설명했다. 즉 자연 상태에서는 늘 크고 작은 규모의 중간교란단계가 존재하고 생물은 거기에 적응하게 된다는 것이다. 태풍과 홍수가 대표적이라고 소개하며, 공사 과정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작은규모의 ‘중간교란’ 정도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 ▲ 홍수 때 팔당댐과 한강. 시뻘건 흙탕물이 며칠씩 계속된다. ⓒ 뉴데일리
    ▲ 홍수 때 팔당댐과 한강. 시뻘건 흙탕물이 며칠씩 계속된다. ⓒ 뉴데일리

    그러면서 그는 “반대론자들도 ‘반대를 위한 반대’보다는 ‘수변공간이 지나치지 않는가’, ‘혹시 인공조명이 생물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가’ ‘현재의 생태DB를 잘 구축하고 있는가’ 등  추진 단계에서 혹시 놓치고 간 부분은 없는가 건전한 대안을 찾아 제시하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물의 탁도와 관련한 경험적 사례를 보면 준설공사의 탁도와 물고기를 연관짓는게 얼마나 억지인지 알 수 있다.

    "쏘가리 루어 낚시는 적당히 탁해야"

    한 낚시 전문가의 설명에 따르면 쏘가리 낚시에서 ‘물의 탁도’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루어(가짜미끼)낚시를 할 때 홍수가 심해서 루어가 안 보일 때는 ‘탁도가 높다’하고, 루어를 끌면서 수면에서 2~3m에서 볼 수 있는 경우 ‘탁도가 좋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바로 이 상태의 탁도가 쏘가리 루어낚시에 좋다는 것인데, 이는 홍수가 지나간 3~4일 정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이 너무 맑아 20~30m 전방에서 루어가 보일 때는 탁도가 ‘너무 낮다’고 한다.
     
    이런 경우 쏘가리가 가짜 미끼를 알아보고 물지 않는다는 것이다. 적당한 흙탕물이건 심한 흙탕물이건 쏘가리는 강에 그대로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아무리 포크레인 작업으로 많은 흙탕물이 생긴다 해도, 홍수 때 며칠씩 흘러내려가는 흙탕물과 비교나 되는지! 그리고 홍수 때마다 강물의 물고기가 멸종하는지.

    또 흙탕물이 생겨 식수대란이 우려된다는 주장도 있다. 준설 때 생기는 부유물질과 중금속이 가라앉지 않고 상수원을 오염시킨다는 그럴듯한 주장도 들어있다. 그러나 준설 현장에 가 보면 준설 공사 구간 하류로 가면서 탁도가 거의 보통 강물과 거의 같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준설 때 떠오르는 미세 부유물질이라면 홍수같은 급류에선 더 잘 떠올라 강물을 탁하게 할 것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문정호 환경부차관은 “준설 공사에서 흙탕물이 전혀 안 생길수를 없지만, 과거 엄청난 양의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오는 홍수에도 수돗물 생산은 차질을 빚은 적이 없었다.”고 밝히고 “강바닥 토사에 포함되어있는 일부 중금속은 주변 논밭 등의 토양성분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수돗물 생산과정에서 수시로 중금속 항목을 검사하고 있지만 한 번도 문제된 적이 없고 앞으로도 안전하게 관리 돼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