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설공사와 보 때문에 물이 썩는다고?
    우기를 앞두고 보의 수문 설치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기가 오기전에 보 건설현장을 둘러싼 가물막이를 철거하고 물을 흘려야하기 때문이다. 물을 흘리기 전 수문을 설치해야지, 한번 물을 흘리면 다시 가물막이를 하고 수문을 달거나, 번거로운 수중작업으로 공기와 비용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런데도 반대매체는 ‘왜 보에 수문을 서둘러 다느냐’며 따지기도 한다. 4대강을 둘러싼 논쟁은 사실상 보(洑)와 준설이 핵심이다. 4대강 사업에서 수자원을 확보한다는 것도 보 설치가 전제조건이다. 핵심중의 핵심이니만큼 건설부터 수문설치까지 끊임없이 관심사가 되는 것이다.

    4대강살리기 사업은 현재 4대강 전체에서 강바닥에 퇴적된 토사 5억 2000만㎥를 긁어 내 물그릇을 키우고, 보를 세워 일정높이까지 물을 가둬 수자원확보와 홍수를 막는다는 것이 골자다. 보는 한강에 3곳, 금강에 3곳, 영산강에 2곳, 낙동강에 8곳 등 16개가 4대 강에 다양한 규모로 설치된다. 물론 안동의 구담보 등 소규모 물막이 정도의 규모도 있다.

  • ▲ 가동보의 리프트식 수문 개념도. 왼쪽은 부분개방했을 때, 오른쪽은 홍수시 완전개방했을 때의 개념도ⓒ 뉴데일리
    ▲ 가동보의 리프트식 수문 개념도. 왼쪽은 부분개방했을 때, 오른쪽은 홍수시 완전개방했을 때의 개념도ⓒ 뉴데일리

    보를 세우면 강에 더 많은 물을 담을 수 있지만 대신 유속이 감소된다. 반대론자들은 이 유속감소가 수질이 악화시키고 생태계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결국 보가 수질, 생태의 핵심 논란의 중심인 것이다.

    반대론자들은 보 안에 고인 물은 썩는다는 논리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는 맞지만 현실은 틀렸다고 지적한다. ‘고인 물은 썩지만 보 안의 물은 완전히 고여 있는 것이 아니라 흘러 넘친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또 ‘가동보로 물의 체류시간을 조절하여 관리하므로 고인물이라고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동보 중 아래서 위로 들어올리는 리프트식이나, 완전히 뒤집어지는 전도식 수문의 경우 바닥에 가라앉은 퇴적물까지 쓸어낸다는 것이다.  

  • ▲ 수문공사를 앞두고 가동보 공사가 한창인 한강 이포보 공사 현장. ⓒ 뉴데일리
    ▲ 수문공사를 앞두고 가동보 공사가 한창인 한강 이포보 공사 현장. ⓒ 뉴데일리

    한양대학교 한명수 교수(자연과학대학)는 “자연 하천에서도 유속이 느린 곳에선 수질이 나빠질 수 있고, 또 인공이라도 잘 관리하면 수질이 악화되는 걸 막을 수 있으므로 보 때문에 수질이 나빠진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경대 안태진 교수(토목공학)도 “자연 하천이 보가 있는 것보다 흐름이 좋겠지만 국가가 목적을 가지고 治水를 하는 마당에 유속저하로 일어나는 부작용과 보를 세워 얻어지는 순기능을 비교해서 어느 쪽이 사회적, 생태적으로 더 유익한가 따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보를 세우기 전과 세우고 난 뒤에 하천에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은 동일하다는 대전제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동일한 오염물질이 들어올 때 농도가 낮아져 맑아지는 효과가 유속이 줄어 생기는 부작용(오염가능성)보다 크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견해도 있다. 백보를 양보해 설사 오염된다손 치더라도, 그 물이라도 없는 것보다 낫다는 시각이다. 한 대학 교수는 “물이 없어 흙탕물을 먹는 아프리카를 보면 수자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라며, “더러운 물은 정화해서라도 쓰지만, 더러운물조차 없다면 더 큰 문제”라는 표현을 했다.
    4대강 살리기의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가 수자원 확보 측면임을 늘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보로 인해 수질이 깨끗해질 가능성이 훨씬 높고 물도 확보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캄보디아 타목 저수지를 보라
    지난 3월 8일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언론에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교외에 있는 타목(Tamouk) 저수지가 정부 무상원조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 녹색혁명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소식이 실렸다.

  • ▲ 캄보디아의 타목저수지 근처 수로. 위사진은 저수지 보수 전 썩은물이 고인 모습니다. 아래는 보수공사 완료후의 맑은 물이다. ⓒ 뉴데일리
    ▲ 캄보디아의 타목저수지 근처 수로. 위사진은 저수지 보수 전 썩은물이 고인 모습니다. 아래는 보수공사 완료후의 맑은 물이다. ⓒ 뉴데일리

    한국수자원공사 주도로 진행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진행된 타목저수지 복구공사 준공식에 훈센총리까지 참석했을 정도로 캄보디아에선 매우 중요한 사업이었다. 지금 줄기차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논조를 편 한겨레도 캄보디아 저수지 지원 소식을 전했다.

    이 사업의 내용은 이렇다. 캄보디아의 타목저수지 물이 말라 2,3모작을 할 수 있는 주변의 넓은 농지가 누렇게 타들어갔다. 저수지 수문이 고장났기 때문이다. 기능을 상실한 그 저수지를 2003년 1월부터 2005년 1월까지 2년 간 16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수리하는 등 기능을 되살렸고 지금은 인근 농민들이 2모작 또는 3모작 농사를 짓고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는 김광영 협력단 경제개발부장의 말을 빌어 저수지 복구 후, 다른 지역이 누렇게 보이는데 타목저수지 일대는 녹색벌판이 펼쳐져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기사에 따르면 김 부장은 "2005년 사업 완료 후 저수지 일대 관개용수 확보가 원활해져 극심한 가뭄 극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눈으로 직접 확인했으며 10년 전과 비교해 천지가 개벽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사업시행 전 이곳 주민들은 웅덩이에 고인 물을 생활용수로 썼으나 요즘은 저수지에 항상 맑은 물이 넘쳐 생활용수로도 쓰고 마음껏 목욕도 하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 부장은 "저수지의 둑은 대체로 보전 상태가 양호했고 수문들을 보수하고 주요 수로만 정비하면 주변 2천여 농가 주민들이 2~3모작으로 소득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사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협력단이 2000년 7월 사전타당성 조사단을 보냈을 당시 이 저수지는 장기간 방치돼 저수지의 수문들이 완전히 망가져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다.

    2005년 1월 이 저수지 보수 공사 준공식 때 캄보디아 훈센 총리가 직접 참석해 “다른 나라 원조 사업들을 제쳐 놓고 한국 정부가 타목저수지 복원사업을 지원해 줘서 고맙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 ▲ 위성지도로 본 주산지. 빼어난 풍광으로 사진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뉴데일리
    ▲ 위성지도로 본 주산지. 빼어난 풍광으로 사진가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 뉴데일리

    저수지가 무엇인가. 바로 둑을 쌓고 물을 가둬 저장해두는 곳이다. 지금도 우리나라 농촌 곳곳에 크고 작은 저수지가 많다. 농경사회에서 저수지는 고대부터 있어왔다. 수도권 최대인 신갈저수지도 경부고속도로변에서 볼 수 있다. 경북 청송의 주산저수지는 빼어난 풍광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주산저수지에 물이 흘러넘치는 곳은 사진의 왼쪽 아래 좁은 토수구 뿐이다.

    거의 고여있는 이 주산지 앞에서 "보때문에 썩는다"며 피켓들고 시위하는 환경단체는 없다.

    신갈저수지 제방 근처 마을에 사는  고창영(48) 씨는 “어려서는 수영도 하고 민물 조개도 잡았다. 70년대 후반 잠시 상류에 제약회사, 공장들이 폐수를 많이 버려 썩었던 적은 있지만, 그 이외엔 늘 맑은 물이었다”며 강물에 물이 흘러넘치는 보를 막는다고 녹조가 더 생기고 썩는다는 주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4대강 사업구간의 보는 모두 혼합형태로, 늘 물이 흘러 넘치는 고정보 구간과, 홍수시 수문을 개방하여 유수량을 조절하는 가동보가 설치된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는 저수지는 규모도 작지만 고정보처럼 흘러넘치는 토수구도 변변한 게 없고 그냥 물을 가둬두는 곳이 많다.

    그러나 어디에도 ‘저수지 물이 썩어 논에 물을 못댔다’, ‘붕어가 죽어 떠올랐다’ 하는 뉴스는 없다. 다만 가뭄이 들어 수온이 올라갔을 경우는 그런 소식이 들리지만 그건 자연 하천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연합뉴스가 전한 캄보디아 저수지 복구 전후 사진을 보자. 물이 거의 없는 과거엔 썩은물 자체도 적었지만, 수량이 많아진 저수지 수로의 물 색깔도 달라졌다.

    일정수위가 되면 늘 물이 넘치는 4대강의 보를 두고 ‘물이 썩는다’ 는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상식적인 사실을 정부가 일일이 알려주지 않아서 반대자들이 계속 같은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고인물이라고 반드시 썩나?
    반대론자들은 심지어 보 안의 물은 썩는다는 식으로 자극적인 표현을 하기도 한다.
    상식적으로 보면 세숫대야처럼 고인물은 당연히 썩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보=고인물’론을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끌어낸 논리 비약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양대 한명수 교수는 “보 때문에 물이 썩는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어떤 자연 하천이라도 자정기능 수준을 넘어서면 썩고, 보 안의 물이라도 관리를 잘하면 안 썩듯, 썩는 여부는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또 “저수량이 늘어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지는 효과를 고려하면 수질이 깨끗해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반대론자들이 단골로 언급하는 ‘태화강의 보’에 관해서도 “보를 없앤 뒤 수질이 깨끗해졌다는 것도 결과적으로 맞는 말이다. 그러나 태화강 보가 있을 때의 오염은 보 때문만이 아니라 태화강에 유입된 오염물질의 총량 변화, 인구 등 다양한 요소의 결합이 영향을 미쳤고, 보 철거이후에 좋아졌다는 것도 수질개선 대책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대학교 토목공학과 안태진 교수도 “물론 보가 있는 것보다는 자연하천 흐름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국가가 치수(治水)를 한다고 할 때는 보로 인한 유속 저하가 야기하는 단점과 보를 세워 얻어지는 순기능을 비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학문적으로 유량, 유속, 체류시간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보를 세우고 운영하는 것은 들어오는 양과 체류시간, 나가는 양 등 다양한 분석자료를 기초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들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하면, 개발의 영향 측정은 기본적으로 ‘개발시작 전과 후에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양이 같다’는 전제가 기본이다. 태화강을 썩게 한 요인도 보 때문만 아니라 오염 물질유입 증대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한 것이라고 보는 게 옳다. 실제 태화강은 보를 없애 갑자기 깨끗해졌다기보다 준설 등 전반적인 복원사업의 결과라는 것이 상식이다.

    한 공개토론회에서 반대측의 한 대학교수는 “보를 설치해서 수질이 깨끗해졌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라며 보가 수질 악화를 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위스콘신대학 박재광 교수는 “미국 공병단 자료에 보를 설치해도 수질 변화가 없다는 내용이 있고, 다뉴브 강의 경우도 보를 설치한 뒤 수질이 계속 개선되고 있다는 자료가 있다.”라며 보 때문에 수질이 나빠진다는 주장은 틀렸다고 단언했다.

    ◆자연 상태도 녹조는 있다!
    특히 고인물이나 유속이 저하된 물에서 생기는 녹조(綠藻)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자연 하천에서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견해다. 하천은 원래 형상과 폭에 따라 구간마다 유속이 다르고, 어느 구간에선 연못처럼 머물다 간다는 점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경험상 안다. 유속, 수온, 영양분 등 여러 요인이 맞으면 보 안이든 자연하천이든 녹조는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한양대 한명수 교수는 “보로 인해 유속이 저하되면 녹조 생기는 조건이 양호해지는 건 맞다. 지금도 낙동강에 녹조가 있는 곳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도 어디든 조건만 맞으면 조류(藻類)가 생긴다.”고 말했다.

    그리고 “녹조의 확산은 빛, 영양, 녹조의 밀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강한 빛은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요소다. 녹조 생성에 관여하는 ‘영양’은 오염물질 차단 노력으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녹조의 밀도가 높아지면 확산이 급속히 진행돼 피해가 커진다. 그래서 물그릇을 크게 하여 녹조류의 농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 상태에서도 생기는 녹조를 그냥 두는 나라는 전세계에 한곳도 없다. 저수지나 하천에 생기는 녹조를 제거하는 노력은 지금도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즉 4대강 살리기 사업에서 준설을 하고 보를 세우는 것은 바로 물그릇 키워, 녹조류 등의 밀도를 낮춰 번식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환경부도 녹조 대책을 세우고 있다. 원인물질인 인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환경기초시설을 확충하는데 3.9조원을 배정했고, 녹조가 주로 발생되는 갈수기 때 물을 보충해 줄 역할을 할 기존 저수지 96곳의 저수량을 높이는 등 보강할 예정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