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연은 홍수 방어 능력을 갖고 있다”는 황당 논리 전개

    4대강 사업을 반대해 오던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글을 둘러싸고 일부 반대사이트와 이른바 ‘진보성향’ 매체의 홈페이지는 물을 만난듯 소란스럽다.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30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는 왜 4대강사업에 반대하고 있는가?"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무려 원고지 100여 쪽에 이르는 글에서 이 교수는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시민으로서, 지식인으로서, 경제학자로서 양심을 걸고 4대강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며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국론분열이 악화돼 2008년 촛불시위 때보다 심각한 사회적 갈등 양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글은 팩트가 틀렸거나, 그동안 토론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것으로 판명이 난 부분들이 많았다.

  • ▲ 4대강 반대, 장문의 글을 올린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 뉴데일리
    ▲ 4대강 반대, 장문의 글을 올린 이준구 교수 홈페이지. ⓒ 뉴데일리

    이 교수는 머리말에 이어 ‘4대강사업은 시대착오적인 강 죽이기다’ 주제로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이름만 바뀌었지 본질을 동일하다는 논리를 폈다.

    이교수가 강 죽이기라고 논리를 편 주장은 △보를 세우고, 준설을 하는 것 △수많은 홍수를 겪으면서 자연은 나름대로의 방어 장치를 만들어 놓았다 △적절한 장소 몇 곳을 둑으로 보완하기만 하면 자연 그대로의 강은 훌륭한 홍수방지 능력을 갖고 있다 △우리가 경험한 대부분의 홍수 피해가 4대강사업의 공사 대상이 아닌 상류나 지류에서 일어났고 △4대강의 직강화가 어떤 초대형 인재를 초래하게 될지는 역사가 증언해 줄 것이다 등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팩트가 잘못됐거나 근거가 빈약하다. 우선 4대강 사업은 기본적으로 직강화 개발 사업이 아니라 강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바닥을 파내 유량을 늘리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또 ‘수많은 홍수를 겪으면서 강이(스스로) 나름대로의 방어 장치를 만들었다’거나, ‘홍수방지 능력을 갖고 있다’는 등의 논리 부분은 일반인들도 어리둥절해 할 것 같았다.

    부산대학교 토목공학과 신현석 교수는 “강이 강 혼자서 존재한다면 홍수도 자연현상일 뿐이지만, 인간과 공존하는 관계에서는 재해일뿐”라며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해를 줄이는 ‘치수’는 고대시대건 현대건 국가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의 글 중 '지류에서 피해가 많이 났다'는 부분은 일부분 맞긴 하지만 ‘본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근거가 되기에는 약하다. 본류의 경우 범람하면 인구밀집지역이 큰 피해를 보기 때문에 지류와 다른 접근을 해야 하는 것이고, 또 본류의 흐름을 개선시키지 않고 지류를 정비하면 본류의 홍수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신현석 교수는 이에 대해 “지류에서도 홍수가 일어나지만, 지류와 본류가 만나는 지점에서도 홍수 피해가 많이 난다” 며 “지류는 50~80년에 한번 일어나는 홍수에 대비하고, 본류는 200년에 한번 일어나는 대규모의 홍수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설은 오랫동안 쌓인 퇴적물 때문에 강 구실을 못하는 강을 강답게 하는 기본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또 ‘생태계 교란은 위험한 불장난이다’라며 생태 측면에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해 4대강 사업을 비판했다. “강바닥을 몽땅 긁어내는 바람에 산란장을 잃은 물고기의 피해 우려와 함께 포크레인으로 모래톱이 뭉개져 영영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썩어 있던 작은 물줄기들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과, 아무 문제가 없던 4대강을 뒤집어 엎는 것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수량이 적어 농업용수로도 못 쓸 정도로 썩은 영산강의 상태나 퇴적물이 쌓여 인근 농경지보다 하상이 높아진 낙동강의 문제점은 간과했다.

    이 교수는 전체적으로 22조라는 공사비의 문제도 지적했다. 또 사업 완료 후 유지보수비용의 증가 우려 등 일리있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내용도 계량화한 자료가 부족했고, 현재도 매년 들어가는 하천유지비나, 홍수 때 직접피해와 복구비로 들어가는 비용 등에 관한 고려나 설명이 부족했다. 결국 ‘예산면의 비효율’이라고 주장한 것도 언뜻 그럴듯해보이지만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않아 설득력이 약했다.

    이 교수의 글이 일부 언론에 소개되자 네티즌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반대론자들은 마치 기다리던 소리인듯 반겼지만 일부 네티즌은 이 교수의 견해에 쓴 소리를 던졌다.

    ‘자유’라는 아이디를 쓰는 O매체의 독자는 댓글에서 “외국사람 설은 마치 모두 사실이고 진리인듯 착각하시는 것 같다. 저는 시골 조그만 개울 옆에 사는데 비가 안와 가물면 물이 메말라 개울에 생명체들이 거의 멸종되다시피 하는데 비가오거나 장마가 지나면 다시금 많은 생명체들이 돌아온다. 홍수예방을 위해 집앞 개울을 모두 준설하였는데 나로서도 환경파괴를 걱정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개울에 반디불이가 살고있다”며 자연을 그대로 두면 재앙으로 돌아온다고 이교수의 주장을 꼬집었다.

    ‘핵폭탄’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환경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지만 지나치면 한 달 동안 걸어서 부산 가야하고 촛불이나 호롱불을 켜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올렸다.

    B뉴스의 한 독자는 나라 재정문제로 비 지속성사업인 4대강을 비판하려면, 급속한 고정비부담 증가가 예상되는 '무상급식'에 대해서도 비판해야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교수의 글을 검토하여  잘못된 부분을 지적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