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과가 예고된 탓이었을까…너무 싱겁게 끝나버린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얘기다. 경선방식을 둘러싸고 불공정 논란이 불 붙어 경선 파행으로 치닫는 등 말 많았던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이 6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확정으로 끝났다.

    이계안 전 의원이 "독배를 마시겠다"며 100%여론조사 방식에 응해 막판에 경선 파행은 가까스로 면했지만 이번 서울시장 경선을 계기로 민주당은 '민주'라는 이름과는 달리 '반민주적'이고, 퇴행적 정치문화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렵게 됐다.

    이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발표는 30분만에 '한명숙 낙점'으로 싱겁게 끝나버렸다.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이 최대 격전지라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군소정당도 하지 않을 법한 행사였다.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발표도 서울 영등포 당사 3층으로 잡은 점도 이런 분위기를 반증한다. 당원 투표도 없었고, 국민참여 선거인단도 물론 없었다. 특히 이날 행사는 민주당이 날을 바짝 세우고 있는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전과 극명하게 비교돼 향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민주 대 반민주'구도에 차질을 빚을 공산이 커졌다.

  • ▲ 6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국민참여 경선대회'에서 민주당 서울시장후보로 선출된 한명숙(맨 왼쪽) 후보와 굳은 얼굴로 손을 든 이계안(왼쪽 세번째) 후보 ⓒ 연합뉴스
    ▲ 6일 오후 서울 영등포 민주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 추천을 위한 국민참여 경선대회'에서 민주당 서울시장후보로 선출된 한명숙(맨 왼쪽) 후보와 굳은 얼굴로 손을 든 이계안(왼쪽 세번째) 후보 ⓒ 연합뉴스

    한나라당의 경우 국민참여경선으로  대의원(20%)과 일반당원(30%), 일반국민(30%)과 여론조사(20%)로 나눠 나름대로 격식을 갖춘 선거를 치렀다. 반면 민주당 선관위는 여론조사 기관 2곳을 선정해 이틀간 일반 서울시민 2000명을 대상으로 적합도를 묻는 방식의 '인기투표식'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일방적 발표로 해치워버렸다.

    행사는 이날 오후 3시경 당 지도부와 한명숙 이계안 후보, 당직자 200여명이 입장해 조촐하게 치러졌다. 사회를 맡은 우상호 대변인은 "가장 가슴 떨리는 순간이 다가왔다"며 개표를 선언한 후, 한 전 총리의 확정을 발표했다. 민주당가가 울려 퍼지고 참석자들이 "파이팅"을 연호하며 장내 분위기 띄우기에 열을 올렸다.  

    우 대변인은 패한 이 전 의원에게 즉석 연설을 요청했고, 계속 굳은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 전 의원은 "민주당을 위한 축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 한 사람이 독배를 마셨다"고 짧게 답하고 자리를 떠버렸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우 대변인은 "아름다운 경선이 되도록 한 이계안"이라고 계속 추켜세우며 "서울에서 이길 수 있다"등 큰 소리로 외쳤으나 영등포 당사에 나돈 어색한 분위기는 막을 수가 없었다.

    한 전 총리는 수락연설에서 "6월2일 반드시 승리해 오만한 정권에 준엄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면서 "4대강, 미디어법, 사법부 압박 등 국민의 뜻이 무시되고 있다. 최악의 정권"이라며 현정부에 비난을 쏟았다.

    반면, TV토론 기피로 콘텐츠 부족 논란을 낳고 있는 한 전 총리는 당초 예정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도 생략한 채 "열심히 해야죠"라는 소감만 남기고 서둘러 당사를 나서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렇듯 30분만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낙점된 한 전 총리는 오는 7일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와 첫 정책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

    당 안팎에서 '무혈입성'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한 전 총리가 4번의 TV토론 등 검증과정을 거친 오 시장을 상대로 서울시의 비전과 정책을 두고 어느 정도 기선제압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첫 여성 서울시장'과 '노무현 정신 계승'을 꿈꾸고 있는 한 전 총리이지만 이날 열리는 뚜껑에 따라 유권자의 심판 역시 판가름 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