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국가' 싱가포르에 카지노(Casino) 열풍이 불고 있다.
    인구 500만(추정치)에 서울보다 조금 크고 제주도의 3분 2 면적을 가진 도시국가 싱가포르가 최근 두 달 새 세계 최고 수준급의 카지노 영업장 2개를 열었다. 대형 연회장 또는 테마파크, 공연장 등이 갖춰진 복합리조트 안에 들어선 카지노다. 내국인도 입장하지만, 베팅 총액 등이 엄격히 제한된다.
    세계적인 교통, 물류, 금융, 원유 거래의 중심지인 싱가포르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 국제회의, 인센티브관광, 컨벤션, 전시 등의 복합적인 부가가치 산업인 MICE(Meeting, Incentive, Convention, Exhibition)를 선택했다고 한다.
    카지노는 MICE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출 구조를 들여다보면 외화벌이의 주역은 카지노가 하고 있다.
    흔히 관광객들이 싱가포르 하면 떠올리는 상징물은 사자(Lion) 머리에 인어(Mermaid)의 몸을 가진 상상의 동물 `멀라이언(Merlion)'의 동상이다. 그러나 앞으로 여기에다 카지노가 추가될지도 모를 일이다.
    싱가포르는 카지노를 겸비한 MICE로 마카오와 함께 중국 관광객들을 대거 빨아들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 입구

    ◇바다를 메워 카지노를 만들다 = 지난달 27일 오후 3시(현지시각).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 내에 있는 카지노가 문을 열었다. 첫날 객장을 점령한 손님은 세계의 `카지노 단골'인 중국인이었다. 가족, 연인 단위의 중국 관광객들이 첫날부터 몰려들었다.
    총 4개층에 설치된 600여개의 테이블 게임과 1천500여개의 슬롯머신에서 나오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카지노는 24시간 돌아가기 시작했다. 1,2층은 일반 객장이고 3,4층은 VIP룸이 있다. 카지노가 일반적으로 그렇지만, 이곳도 VIP룸에서 전체 수입의 70%가 들어온다고 한다.
    40m높이의 천장에 매달린 6.4m길이(카지노측은 세계 최대 규모라고 주장)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샹들리에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13만2천개의 크리스털이 장식된 샹들리에의 무게는 7.1t에 달한다. 장식에 들어간 발광다이오드(LED)는 한국에서 주문 제작됐다고 한다.
    카지노는 쌍용건설이 싱가포르의 랜드마크 건물로 짓는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앞 3개의 돔 건물 중 중간에 있다.
    리조트가 오는 6월 그랜드오픈하기에 앞서 카지노가 미리 개장했다.
    비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싱가포르는 현재 면적의 10분의 1이 매립지다. 매립은 진행형이다. 이 리조트도 매립지 위에 만들어졌다. 싱가포르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로부터 모래를 사들여 바다를 메웠다.
    리조트에는 2천560개의 객실을 보유한 타워호텔 3개동과 1만1천여명을 동시에 수용하거나 6천600여명이 한꺼번에 식사할 수 있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연회장을 포함해 첨단 공연장과 박물관 등이 들어선다.
    특히 타워호텔 3개동을 연결하는 상부의 `스카이 파크(Sky Park)'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하다. 지상 200m높이에 조성된 스카이파크는 면적이 축구장 3개 넓이와 맞먹는 1만2천400㎡다. A380 점보여객기 4대 반을 세울 수 있는 이 공간에는 수 백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전망대와 150m 길이의 야외 수영장,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선다.
    카지노는 11만9천㎡(3만6천평) 면적의 마리나베이샌즈 복합리조트에서 3%의 공간을 차지한다. 싱가포르 정부가 카지노 시설의 면적을 5% 이내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지노가 리조트 전체 매출 중 최대 80%까지 벌어들일 것으로 관계자는 예상했다. 실제 `재주를 부리는 곰'은 카지노인 셈이다.
    이 리조트는 세계 최대의 카지노 건설업체 또는 복합리조트 건설업체라 불리는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이 미화 55억달러를 투자했다.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의 최고경영자(CE0) 셸든 아델슨은 마리나베이샌즈 카지노의 한 해 매출이 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본다. 5년여만에 투자원금을 회수할수 있다는 계산이다.
    아델슨 회장은 오픈 행사에 참석해 "아시아에는 이런 리조트 30개는 더 생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의 고객인 중국인들에게 접근성이 용이한 한국과 일본을 진출하고 싶은 타깃 지역으로 꼽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 센토사 리조트 내 유니버셜스튜디오 상징물

    싱가포르에는 앞서 지난 2월 휴양지인 센토사섬에도 카지노가 개장했다. 물론 복합리조트 내에 있는 카지노다.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가 비즈니스 방문객을 타깃으로 한다면 센토사 리조트는 테마파크 등을 갖춰 가족 방문객을 마케팅 대상으로 한다.
    말레이시아 겐팅그룹이 개발한 이 리조트는 34만7천㎡(10만5천평) 규모로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보다 3배나 크다. 이 리조트 역시 일부분이 매립지다.
    카지노 면적은 전체의 5%를 차지한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해양생태공원과 동남아시아 최초의 유니버셜스튜디오, 4개의 고급 호텔, 26개의 연회장 등 전체 리조트 시설은 2012년께나 완공될 예정이다. 이 리조트에도 기둥 없는 대형 볼룸이 갖춰지는데, 역시 아시아 최대 규모라고 리조트측은 주장한다.
    개장일부터 카지노 입구에 전시된 람보르기니 스포츠카가 눈에 띈다. `잭팟' 경품이라고 한다.
    센토사 카지노의 A.Y.웡 부사장은 내국인의 반응이 어떠냐는 질문에 "많이 들어온다"며 짤막하게 말했다. 웡 부사장은 외국인을 어떻게 끌어들일 것이냐는 물음에 "다양한 혜택을 부여할 것"이라고 했다.

    ◇마카오, 라스베이거스를 넘어서다 = 중국의 특별행정구인 마카오에는 33개의 카지노가 있다. 지역의 카지노 재벌인 SJM이 20개를 소유하고 있고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이 3개를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라스베이거스샌즈그룹이 세운 베네치안리조트의 카지노와 샌즈카지노가 마카오 전체 카지노 매출의 23%를 차지한다. 베네치안 카지노는 단층 면적이 5만1천㎡(1만5천400평)로 세계 최대 규모다. 쇼핑, 컨벤션, 공연장, 호텔, 면세점 등도 두루 갖추고 있다.
    연간 4천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마카오의 카지노 수입은 지난 2006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수준을 뛰어넘었다.
    면적이 서울 종로구보다 약간 큰 마카오도 바다를 활용하고 있다.
    베네치안리조트는 콜로안섬과 타이파섬 사이를 메운 매립지 코타이스트립에 자리 잡고 있고, 샌즈 카지노도 마카오 반도에서 바다를 매립한 지역에 있다.
    지난달 28일 늦은 밤 베네치안 카지노 안에서 중국인들은 `블랙잭'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카드를 팍팍 구기면서 패를 읽는 모습이 진지하기까지 했다.
    구겨진 카드는 다시 쓰느냐고 안내자에게 물어보니 바로 버려진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이 영업장에서 하루 버려지는 카드가 많게는 2만장이 넘는다고 한다. 궁금한 김에 카드는 어디서 납품하느냐고 물었더니 아이러니하게도 카지노 산업이 없는 일본의 업체가 한다고 했다. 마카오 33개의 카지노중 31개에 일본 오사카에 있는 엔젤이라는 업체의 카드가 공급된다.
    일본 업체가 카드 납품을 독차지하는 이유는 카드를 판독해서 디스플레이에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