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큰 흐름은 어느 개인도 어느 집단도 어느 민족 어느 국가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누차 강조해 왔습니다. 30년 쯤 전에 “태평양의 새 시대의 주역은 한국이다”라고 주장했을 때 “역사를 공부했다는 사람이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하는가. <정감록>이라도 믿고 하는 황당무게한 소리인가”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을 유심히 관찰하는 이들은 내 말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동안에 상황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랜 세월, 중국에 시달리고 일본에 의해 당하기만 하던 그런 한국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사실입니다. 김일성의 남침으로 생긴 동족상잔의 비극을 잘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살렸을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 경제적으로 세계가 주목하는 강국으로 부상하였습니다.

    철학자 칼 야스퍼스의 말대로, 역사에는 근원이 있고 목적이 있습니다. 누구도 분명하게 알지 못하고, 어떤 지식만 가지고도 판별이 안 됩니다. 다만 애매모호한(Ambiguous) 상징들(Symbols)의 번쩍임을 보고 역사의 근원과 목표를 감지할 뿐이라고 그는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한국의 시대가 오는 것을 일찍이 감지하고 감격을 금치 못하였는데 이제는 그 날이 멀지 않은 것을 우리가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과연 그 날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습니까. 폴 케네디 교수가 부탁한대로, 수준 높은 민주주의의 수호자가 되었습니까. 도덕적으로 흠잡을 수 없는 정직한 국민, 이웃에게 베풀 줄 아는 그런 겨레가 되었습니까. 더 나아가 우리가 만드는 물건 ‘Made in Korea'가 세계에서 가장 좋은 제품이 되었습니까. 5000년 역사에 처음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