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대법원이 미혼남녀의 동거를 지지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성적으로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 동거와 혼전 성관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25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법원 재판부는 혼전 성관계 지지 발언으로 논란을 촉발한 여배우를 상대로 제기된 20여건의 소송과 관련, 원고 패소 판결을 했다.
    특히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심지어 비슈누(힌두교의 신)의 8번째 화신인 크리시나와 라다도 결혼을 통해 남편과 아내가 되지 않은 채 동거한 연인 사이였다"며 "성인 남녀가 함께 사는 것이 무슨 죄인가.. 동거는 죄가 아니며 권리다"고 일갈했다.
    이번 판결은 여배우 쿠시부 칸-순다르(40)의 인터뷰에서 촉발된 인도 사회의 오랜 혼전 성관계 논쟁에 중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타밀족 출신인 쿠시부는 2005년 에이즈 문제에 관한 인터뷰를 하면서 "피임만 제대로 한다면 여성의 혼전 성관계는 잘못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다른 인터뷰에서 "아내가 처녀이기를 바라는 것은 못 배운 남자들이나 하는 행위"라며 신부의 순결에 집착하는 남성들을 거침없이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그녀의 발언은 성적으로 극히 보수적인 인도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일부 타밀족 보수 정당들은 쿠시부가 경멸적이며 외설적인 발언으로 여성의 순결을 강조해온 타밀족의 전통문화를 더럽혔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또 원고 측 변호사들은 쿠시부의 발언 이후 미혼 여성들이 연인과 함께 가출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심과 2심 법원은 이런 보수정당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그러나 항고심을 다룬 대법원 재판부의 견해는 달랐다.
    재판장인 K.G. 발라크리시난 대법관은 "쿠시부가 어떤 법 조항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하느냐. 그녀의 발언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불쾌감을 느꼈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인도 성 의식의 혁명'이라는 찬사가 쏟아지고 있지만 법원이 동거 문제를 인정한 것은 시기상조라는 비판도 여전하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