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규모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다보스포럼)에서 '코리아 열풍'이 일었다. 앙헬 구리아 OECD 총장은 28일(현지시각) 다보스 슈바이처호프 호텔에서 거행된 '한국의 밤(Korea Night 2010)'에 참석, "오늘밤은 어디에나 한국이 있다(Korea seems to be everywhere tonight)"면서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라는 건배사를 했다.

    금년 G20 의장국으로서 이번 포럼에 주최측으로부터 'VVIP(최우대 귀빈)'으로 초청받고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가장 먼저 단독특별연설에 나서 콩그레스홀을 가득 메운 참석자들로부터 기립 박수를 받았다. 또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은 예정보다 많은 질문을 던지며 이 대통령이 제시한 세계경제위기 해법에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어 열린 '글로벌 지배구조 재디자인'세션 패널토론에서는 이 대통령의 유머가 다보스를 사로잡았다. 패널리스트로 참석한 6명의 국가 정상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화술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사회자는 앞서 3명의 정상들에게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질문을 던졌지만, 이 대통령 차례가 되자 질문 주제를 바꿔 도하개발어젠더(DDA) 협상 전망을 물었다. 이외에도 이 대통령에게는 G20 관련 질문이 쏟아진 하루였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앞서 3명의 정상에게 기후변화 질문을 던지기에 나도 기후변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한차례 웃음을 유도했다. 이 대통령은 "불공평하다. 나도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라며 분위기를 이끈 뒤 "그래도 기후변화에 대해 간단하게 한마디 하고 넘어가겠다"고 말해 또 한 번 웃음을 불러왔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보통 2050년 목표는 쉽게 결정하는데 2020년 목표치는 여전히 난항일 경우가 많다"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 나이대 사람들이 2050년에는 삷을 마치기 때문에 부담이 적은 반면, 2020년에는 생존할 가능성이 커 맘놓고 타결에 이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져 행사장에서는 폭소가 터져나왔다.

    또 이 대통령은 응우옌떤중 베트남 총리가 중국 위안화 절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다소 당황하자 응우옌떤중 총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여주며 응원해 분위기를 띄우는 여유도 선보였다.

    딱딱할 만큼 무거운 토론이 예상됐지만 이 대통령의 '수훈'으로 분위기가 풀어지자 사회자는 "불과 6명 정상들이 회의하는데도 어려운데 20개 정상을 이끄는 대통령의 부담은 어떻겠느냐"는 마지막 멘트를 날리며 이 대통령을 치켜세우기도 했다.

  • ▲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한국의 밤(Korea Night) 2010'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식을 참석자들에게 직접 건네주고 있다. ⓒ 뉴데일리
    ▲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한국의 밤(Korea Night) 2010' 행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식을 참석자들에게 직접 건네주고 있다. ⓒ 뉴데일리

    이 대통령을 동행한 부인 김윤옥 여사는 '한식전도사'답게 한식으로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김 여사는 호텔업계 요리의 거장으로 잘알려진 밀레니엄힐튼서울호텔 박효남 총주방장과 함께 국내 4개 특급호텔의 조리장 15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의 밤' 만찬을 준비했다. 김 여사는 12가지에 이르는 전채요리, 6가지의 메인요리, 4가지의 후식 등 22가지의 메뉴 모두를 일일이 감수하며 조리장들과 호흡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인요리 가운데서도 하이라이트는 김 여사가 평소에도 자신하는 '닭강정'이었고, 이날 최고 인기요리에 올라섰다. 튀김옷을 입힌 닭강정에 갖은 양념과 바비큐 소스를 더한 닭강정은 김 여사가 고안한 메뉴다. 닭강정과 함께 글로벌 리더들의 젓가락 공세를 많이 받은 요리는 버섯과 대파를 곁들인 '갈비꼬치구이'였다고 한다. '황제김치', '롤미니 잡채', '인삼막걸리' 등 이채로운 음식들도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 대통령은 재치있는 축사로 김 여사를 지원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 아침 도착해서 일정을 아주 재미있게 또 바쁘게 했다"고 소개한 뒤 "이 자리에 전통 한국음식이 나왔다. 한식은 한국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세계 모든 분들이 건강식, 다이어트식이라고 평가한다"며 한식 홍보에 나섰다.
    특히 동석한 김 여사를 쳐다보며 "한식을 좋아하는 제 와이프가 이렇게 날씬한 것을 보면 정말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