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이 웃었다.

    28일(한국시각) 새벽 영국 킹스턴 커뮤니테이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201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9라운드 헐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상대팀으로부터 '자책골'을 유도, 팀 승리에 일조하는 맹활약을 펼친 것.

  • ▲ 28일 헐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 연합뉴스
    ▲ 28일 헐시티와의 원정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친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 연합뉴스

    이날 박지성은 1-1 동점 상황이던 후반 18분 안토니오 발렌시아 대신 교체 투입돼, 후반 28분 상대 수비수 앤디 도슨의 자책골을 이끌어내는 등 후반전 맨유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공격수로서의 '본래적 가치'를 입증했다.

    특히 최근 들어 박지성 대신 긱스와 함께 '맨유의 날개'로 선발 출장하고 있는 발렌시아가 이날 경기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반면 교체 투입된 박지성이 상대적으로 팀 분위기를 쇄신하는 경기력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앞으로 퍼거슨 감독의 선수 기용 방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맨유 '필승 카드'에 박지성 없었다? = 지난 12월 20일 풀럼전에서 0-3으로 쓰라린 패배를 당하며 체면을 구긴 맨유는 이날 헐시티와의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아스널에게 밀려 리그 순위도 3위로 내려앉은 상황.

    따라서 이날 맨유의 진용은 대량득점을 양산하기 위한 퍼거슨 감독의 이른바 '필승 카드' 성격이 짙었다. 웨인 루니와 디미타르 베르바토프를 투톱으로 앞세우고 좌우 날개에 긱스와 발렌시아를 배치한 퍼거슨 감독은 미드필더에 마이클 캐릭과 대런 플래처를, 수비 위치에 파트리스 에브라와 웨스 브라운, 네마냐 비디치, 하파엘 다 실바를 세우는 등 전형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이같은 선발 라인에 박지성이 제외됐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최근 퍼거슨 감독이 공격적인 전략을 들고 나올 때 박지성 보다는 발렌시아나 가브리엘 오베르탕을 중용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날 맨유는 전반 6분과 15분 긱스의 유효 슈팅이 모두 빗나간 뒤 39분과 42분 베르바토프와 하파엘이 잡은 결정적 찬스가 무위에 그치는 등 골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러나 맨유에겐 '해결사' 루니가 있었다. 전반 46분 긱스의 절묘한 왼발 패스를 받은 루니는 역시 자신의 왼발로 골을 밀어 넣어 1-0 스코어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후반 13분 맨유는 하파엘이 수비 도중 파울을 범해 헐시티의 페이건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승부는 다시 1-1 동점.

    ◇퍼거슨, 발렌시아 'OUT' 박지성 '투입' 주효 = 결국 퍼거슨 감독은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발렌시아를 빼고 박지성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퍼거슨의 전략은 주효했다. 후반 28분 골문으로 달려드는 박지성에게 루니가 낮은 크로스를 올리자 이를 막던 상대 수비수 앤디 도슨이 자책골을 기록한 것. 교체 투입된 박지성이 사실상 자신의 골과 다름없는 득점을 유도해 낸 것이다.

    이후 공격의 활기를 띠기 시작한 맨유는 후반 37분 루니의 패스를 받은 베르바토프가 1골을 추가하며 3-1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루니와 박지성 등의 활약으로 승점(40점)을 챙긴 맨유는 다시 아스널을 제치고 리그 2위를 되찾았다. 선두 첼시와의 승점도 2점차까지 좁혀졌다.

    경기 직후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박지성에 대해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며 웨인 루니(8점)와 네마냐 비디치(7점)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높은 평점 6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