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가 23일 본격 출범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고건 위원장 등 민간위원에게 위촉장을 수여하고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서 사회통합위원들은 가감없이 위원회 활동에 대해 제언했고, 이 대통령은 위원들의 의견을 경청한 뒤 "오늘 보니까 대통령 눈치보고 할 말을 못할 분은 없을 것 같다"면서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긴 호흡을 갖고 노력해 나가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배석했던 이동관 홍보수석은 "위원들이 사회지도급 인사이고 지식인, 석학이라서 그런지 발언 내용이 명사들의 시리즈 강좌를 듣는 느낌이었다"고 전했다.

    송석구 위원은 고 위원장이 밝힌 '사통팔달(四通八達)'과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사회통합위 방향을 언급하며 "그 정신을 제대로 살리려면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이뤄져야 한다"며 "우리가 배를 타고 전국을 다니면서 의사를 소통해야 사회통합이 이뤄진다. 그 한가운데 세종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2100년을 향해 새로운 국가 초석을 만든다는 입장에서 우리들부터 (이 대통령이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제안했던) 'me first(나부터)' 정신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송 위원은 세종시 민관합동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4대강 살리기 이뤄져야 '사통팔달', 그 한가운데 세종시"…"'통합'에 새 생명력 불어넣자"

    시인인 신달자 위원은 "언젠가 양극화의 주역을 했던 분에게 '왜 그렇게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게 나의 생존법이다'고 대답을 하더라"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자기 혼자 생각을 고집하는 것이 생존이 아니라 서로 마음의 벽을 허물어 하나를 이루는 것이 우리의 자산이고 국가에 힘을 불어넣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은 '양극화의 주역'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사회통합위가 앞으로 공허한 통합이라는 말에 구애될 것이 아니고 이 말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민간위원 위촉식에 앞서 위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 이명박 대통령이 23일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민간위원 위촉식에 앞서 위원들과 티타임을 갖고 있다. ⓒ 뉴데일리 <=청와대 제공>

    이어 송호근 위원은 "경제가 줄달음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제도와 문화적 역량이 같이 업그레이드 돼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더 역할이 막중하다"면서 개방사회, 포용사회, 시중사회(時中, 중용에 나오는 말로 '끊임없는 변화속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뜻)를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임혁백 위원은 '관용의 정신'을, 이배용 위원은 '베품의 정신'을 강조했다. 이원덕 위원은 "이념전쟁의 시대가 끝난 뒤 무엇이 국가발전과 국민 삶의 향상을 위해 필요한가를 고민하고 필요하다면 보수와 진보 둘 다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꽃동네 신부' 오웅진 위원은 "지도층과 사회가 먼저 행복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고건 "새 부대는 잘 만들어져, 앞으로 새 술을 잘 빚자"

    또 박효종 위원은 "우리나라가 다종교 국가이지만 종교 갈등이 없다"며 "'화이부동', 서로 신념과 의견과 가치가 다르지만 적대감을 갖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모델의 하나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평중 위원은 "사회통합위를 만들었다고 해서 우리 사회의 갈등과 여러가지 과정이 해결될 리는 없지 않겠나"면서 "기탄업고 자유로운 토론을 거친 위원회의 고언이 정부나 대통령에게 불편하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해 달라"고 당부했다.

    위원들의 발언이 끝난 뒤 고 위원장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했는데 보니까 새 부대는 잘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앞으로 새 술, 즉 새 콘텐츠를 잘 빚자"고 정리했다.

    사회통합위는 이 대통령과의 간담회에 이어 창성동 별관에서 현판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고 위원장은 사회통합위 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처별로 주요 정책에 대해 갈등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부처별 모든 정책은 아니지만 주요 정책을 골라 정책이 갈등을 조장하는지 사회통합에 친화적인지 지수화해 발표하겠다"면서 "부처들이 이를 참고해 갈등을 조장하지 않는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통합제안센터를 통해 시민의 상식과 공감을 토대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사회 화합을 지향하는 정책 대안을 연구하겠다"며 "공직 생활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 통합을 위해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사회통합위는 계층, 이념, 지역, 세대 등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되며 각 분과위원장과 위원 배분은 내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