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시민 전 장관은 최근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1년만에 전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폭군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한마디로 그쪽 사람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중도실용’ 아니라 그 할애비를 내세운다 해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을 철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소신파 자유민주주의 인사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이라는 이름의 대(對)좌파 눈치 보기를 ‘기회주의’로 규정해 혐오하고 있다. 그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소신 자유민주파에 대한  냉대(待)와 소외를 ‘배신’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 기껏 싸워주었더니....하는 식이다. 정정길 대통령 비서실장이 초치한 자리에서 어떤 저명한 80대 원로 자유민주 투사 한 분은 “이명박 정부와는 끊고 살겠다”며, 그 자리에서 면박살을 주었다는 전언(傳言)도 있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을 양쪽 소신파가 다 싫어한다는 징표다. 이명박 정부는 지금 단기적으로 볼 때 경기회복, 서민 프렌들리 대책, 대북 신중 자세 등에서는 대과 없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노무현이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곳곳에 박아놓은 대못을 뽑는 일, 공권력의 권위를 높여 법치의 원칙을 과감하게 관철하는 일, 한-미 연합사 해체에 대한 긴박한 위기의식 등, 국내외 안보 치안 현안 대해서는 별 인식이나, 철학, 개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그는 장수(將帥)는 막강한 힘을 동원해 끝까지 참되, 정히 싸우지 않으면 안 될 때는 감연히 일어나 목숨을 초개 같히 여기며 임전무퇴(臨戰無退)의 결사항전을 불사한다는 리더 본연의 기상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는 매사, 힘 센 쪽, 독하게 나오는 쪽에는 움찔하고 물러서서 “누이 좋고 매부 좋고로 합시다...”하는 식의 막후 로비로 무마하려는 장사꾼 체질에 흠씬 쩔어 있는 인사다.  그는 겁이 많아서 원칙주의 처신을 하지 못한다. 원칙대로 나가는 것은 ‘비(非)이윤적 위험부담’이라고 생각할 인사다. 그가 국내갈등 현안을 사사건건 뜨뜻 미지근하게 엉거주츰, 방치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그렇다면 비록 동조할 수는 없는 사람들이지만 유시민 같은 진영이 적어도 말에 있어서는 ‘이명박 기회주의’를 자기들 나름의 적당주의로 맞이해 주지 않고 직설로 면박살을 주는 편이 일관된 정직성의 기준에서는 차라리 나은 처신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신 자유민주파들이 ‘’이명박 기회주의‘를 “이명박 정부와는 끊고 살겠다”며 박살내는 것도, 그것이 과연 적절한 정치적 생산성을 발휘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일단 일관성이라는 점에서는 왔다 갔다 기회주의보다는 보기가 났다.

      그럼에도 최근 이명박 대통령은 대표적인 전천후 기회주의 얌체족을 앞장 세운 무슨 위원회라는 것을 구성해 언필칭 '중도실용'이란 상품으로 한탕 쳐서 장땅 잡기로 한 모양이다. 이름하여 '사회통합위원회'----평생을 몸사리면서, 이쪽 저쪽 눈치나 살피고, 그래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용케 재주를 부려 높은 감투 쓰고 잘 먹고 잘 산, 그래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일 폼생 폼사 '국제 얌체'를 대표 얼굴로 앞세워 위원회를 구성한들 그게 어떻게 이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구조를 죽 먹듯 통합할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그거야말로 머저리 숙맥 수준이다. 8.15 해방공간 때나 지금이나 '사회통합위원회'식의 '좌우합작' 운운은 위선이요 기만이요 허수아비이며 곧 죽을 운명을 안고 있다. 국민세금을 거마비, 회의비, 연구비, 섭외비, 회식비로 탕진하다가---.   

     그래서 제안한다. 소신 자유민주파 30%와 그 반대쪽 소신파 30%가 이명박-한나라당 기회주의를 한 번  혼쭐 내주면 어떨까?  소신 자유민주파와 반대쪽 소신파는 기회주의를 배척한다. 앞으로 2012년을 향한 싸움은 어차피 소신 자유민주파와 반대쪽 소신 이념파의 몫이다. 이 양자야말로 진짜 양쪽 주력군이지 그까짓 쌀 뜨물 같이 불투명하고 형체도 불확실한 중간의 왔다 갔다 얌체족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의 ‘중도실용’ 타령은 어차피 내년 지방선거를 고비로 사양길로 접어든다. 이점에서 앞으로는 이명박 대통령을 정치 투쟁의 현장에서 밀어내고 소신 자유민주파와 반대쪽 소신파가 2012년을 향해 또 한 번 피터지는 대회전을 준비하는 국면을 지금부터 선취(先取)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  소신 자유민주파도, 반대쪽 소신파도 기회주의는 봐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원칙과 워칙이 대치하는 정통 정치의 원형을 다시 제 자리에 갖다 놓아야 한다. 정치는 한반도의 운명을 가름하는 원칙과 원칙 사이의 당당한 싸움이어야 한다. 좌우합작, 중도통합, 어쩌고 하지만 한반도 정치의 원형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대한민국의 일관된 원칙을 관철하느냐, 그것을 다른 원칙으로 꺾느냐를 둘러싼, 자유민주주의 전사(戰士) 집단과 그 반대쪽 전사 집단 사이의 건곤일척의 한판 승부다. 여기에 얍삽한 만년 기회주의 거간꾼들이 끼어들 여지란 없다. 

     경제정책, 시장이냐 국가냐, 성장이냐 분배냐, 기업 프렌들리냐, 서민 프렌들리냐, 증세냐 감세냐...하는 국내정책에서는 퓨전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이 오히려 시대적인 수렴(收斂)의 추세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적 국가 정체성, 그것을 수호하기 위한 전선(戰線)에서는 퓨전도, 중간도, 어설픈 절충도 합작도 있을 수 없다. 거기엔 장렬한 선명 투쟁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명박식 중도실용’으로 흡수되지 않으려는 자유민주주의자들, 일관된 반(反)MB 이념세력, 그리고 ‘이명박 기회주의’ 진영으로 천하를 3분(分)하면 어떨까? 그래서 우선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기회주의 떨거지'들부터 날려 보내고 천하를 주류 자유민주 진영과 그 전통적 적수(敵手) 사이의 본격적 한판 승부로 끌고 가는 것이 어떨까?  
    이것이 8.15 해방공간에서 이승만의 대한민국 건국노선이 좌익주도 통일전선과 중간파 좌우합작론, 그리고 남북협상 노선에 정면으로 맞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바로 그 사즉생의 철학 아니었던가? 역사는 정말 계속 되풀이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