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 들어 KBS와 MBC에서 벌어진 김제동과 손석희 MC교체 문제로 전 사회가 시끄러운 상황이다. 필자는 미디어워치라는 매체 전문지를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어제 오늘 상황을 검토해본 결과, 이 소란은 김제동과 손석희 그리고 KBS 이병순 사장, MBC 엄기영 사장, 또한 김제동의 소속사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 등, 이해관계자들이 개입한 헛소동 쇼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해석할 방법이 없다.

    1. 김제동의 쇼

    김제동은 MB정권 취임식의 사회를 본 인물이다. 김제동이 노무현 대통령 노제 때 사회를 봤다 하더라도 이는 전문 MC로서 기획만 맞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다. 실제로 김제동이 노대통령 노제 사회를 봤다고 해서 이를 비판하는 애국우파 인사는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어쨌든 일국의 전직 대통령이 죽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추모 분위기는 있을 수 있는 것이고, 전문MC로서 노제 사회를 본 게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이는 마치 김제동이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사회를 봤다고 해서, 김제동이 친 MB 우파 개그맨이라 주장하는 미친 사람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김제동은 조선일보의 학교 업그레이드 사업에 1억을 기부하여 “좋은 일이라면 조선일보가 하더라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확히 안티조선의 논리에 반하는 행동이다. 안티조선 측은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이는 조선일보가 자신들의 정략을 감추기 위한 포장이므로 함께 하면 안 된다 주장한다. 김제동은 권해효, 문성근, 명계남 등 안티조선 연예인들과 전혀 다른 행동을 했다.

    김제동은 올 1월부터 6월까지 파격적으로 동아일보 정규 칼럼니스트로 합류, 6편의 칼럼을 기고했다. 동아일보 역사 상 개그맨에게 고정 지면을 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일 것이다. 필자가 아는 한, 김제동의 칼럼은 동아일보 내부에서 평가가 호의적이었다. ‘아버지’, ‘20대’ 등을 소재로 썼는데, 필자 입장에서도 보기드문 좋은 칼럼이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김제동의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었던 노대통령 자살 추모글 역시 매우 좋은 글이었다. 주제는 “아무리 힘들더라도 자문 변호사 그룹도 있고 대응할 수 있는 대통령이 먼저 가시면 서민들은 어쩌란 말인가”라는 내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을 열렬히 예찬하지도, MB 정부를 비판한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서민의 정서를 대변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볼 때, 김제동을 KBS에 잘라야 한다고 주장할 만한 우파세력이나 우파 인사가 있을 가능성이 없다.

    이제껏 김제동의 이중적 행태 문제를 제기한 쪽은 이번 주 연예권력을 다룬 미디어워치 하나이다. 미디어워치가 배포되기도 전에 김제동의 MC 탈락이 발표되었으므로 우리와는 관계없는 일이지만, 김제동의 사회 참여가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설명한다.

    김제동은 쌍용차 사태 관련 “ 반갑습니다. 김제동입니다.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가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는 글을 남겨 잠시 논란이 되었다. 동아일보 고정 칼럼니스트치고는 너무나 안일하고 가벼운 접근이었다. 쌍용차 사태가 얼마나 복잡하고 노사 관계 등 전문적 사안인데, 김제동이 이에 대해 얼마나 공부하고 글을 올렸는지 알 수가 없다. 미디어워치의 경우 인터넷미디어협회의 전경웅 사무국장이 심층취재 분석 기사를 여러 차례 올렸지만, 나 자신도 쌍용차 문제에 대해 의견을 밝힌 적이 없을 정도이다.

    특히 ‘약자’를 운운했을 때, 나는 김제동에게 되묻고 싶었다. 쌍용차의 귀족 노조가 문제가 아니라, 연예판에는 무수한 약자들이 많다. 신인 연예인 중에서 개그맨의 지위가 가장 취약하다.

    더구나 독점화된 방송사와 유재석, 이경규로 상징되는 독점 MC권력이 결합되면서, 한번 프로그램 자리를 맡으면 좀처럼 물러나지 않는 독점 현상이 고착화되었다. 그래서 아예 유재석 사단과 이경규 사단이 발생할 정도로, 지상파 버라이어티쇼의 MC는 특정 연예세력의 독점물이 된 것이다.

    김제동 역시 전리품을 독점한 얼마 안 되는 귀족 MC이다. MBC 출연료 5억에, 스타골든벨이 회당 600만원이니, 3억원이 넘어간다. 미디어 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이런 고수익이 김제동이 잘나서 버는 게 아니다. 독점화된 방송과 MC권력의 부산물이다.

    김제동은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승승장구했고, 윤도현은 노무현 정권의 정연주 사장 체제 때는 로얄 패밀리 수준이었다. 김제동보다 더 뛰어난 신인 개그맨들이 충분히 있어도, 정치 권력의 줄을 잡지 못해서 바닥을 헤매는 신인들이 많을 줄 안다. 김제동이 진정으로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 있으면 방송권력과 연예 MC권력 비판해야 한다.

    자신이 가진 부당한 기득권을 정당화하고, 오히려 권력에 빌붙어 있으면서, 무슨 쌍용차의 귀족노조의 약자 투쟁에 동참하냐는 것이다. 솔직히 역겹다는 거다.

    어쨌든 이런 문제를 제기한 쪽은 미디어워치밖에 없고, 이른바 우파 진영의 언론단체 관계자들 입에서 김제동이라는 단어가 나온 기억이 없다. 미디어워치의 눈썰미에 김제동의 이중적 행태가 보였을 뿐이지, 우파 진영에서 김제동에 대한 관심은 없었기 때문에 심지어 김제동이 ‘스타골든벨’을 진행하는지조차 대부분 모르고 있다. 김제동을 자르라고 KBS에 요구할 우파시민사회나 정치권 인사는 존재하기 어렵다.

    2. KBS 이병순 사장의 계속되는 노이즈 마케팅 쇼

    나는 이제 확신한다. 이병순 사장은 KBS 개혁을 하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시켜 우파진영에게 “내가 KBS를 개혁하고 있다”는 퍼포먼스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제동이 쌍용차 파업현장에서 설치지 않은 이상, 김제동을 KBS에서 정치적 이유로 퇴출시켜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김제동이 교체되었다면, 이는 이병순 사장의 해명대로 침체를 거듭하는 스타골든벨의 변화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시끄럽게 만들었는가. KBS 가을 개편안은 지난 9월 16일 이사회에 보고가 되었다. 이때까지도 김제동의 교체론은 없었다. 미디어워치도 확인하기 위해 이문원 KBS 시청자위원을 통해 가을 개편 보고안을 요청했으나, 지금 이 시각까지 이병순 사장은 가을개편안을 보내주지 않았다. 시청자위원에게 프로그램 개편안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시청자위원회 무력화 전략이 볼 수밖에 없다.

    그럼, 아무런 논의없이 가을개편 1주일 앞두고 전격적으로 MC를 교체한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4년 정도 진행한 MC 교체라면, 스타골든벨의 변화를 위해 교체한다고 차분히 설명하면, 김제동이 이를 두고 불만을 가질 이유가 무엇인가? 어차피 방송가의 MC교체라는 것은 허다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김제동 교체론을 정치투쟁으로 변질시킬 세력이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병순 사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면 그의 무능이고, 나는 그가 이런 정도로 무능하다 보지 않으니, 쇼를 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이병순 사장의 쇼는 한두 번 반복된 게 아니다. 그가 우파세력에 보여준 일은 ‘미디어포커스’를 ‘미디어비평’으로 ‘시사투나잇’을 ‘시사360’으로 이름을 바꾼 일밖에 없다. 이들 프로그램의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한 우파세력도 없다. 그는 심지어 ‘쌈’의 이름까지 바꾸겠다고 나서고 있다.

    프로그램 이름만 바꾸고, 별로 영향력도 없도 개그맨 MC 하나 바꾸면서, 언론계를 얼마나 시끄럽게 했는가? 이병순 사장은 쇼 그만하고 진정한 KBS 개혁을 하여 수신료 인상안을 관철시킬 자신이 없으면 하루빨리 연임에 대한 권력의지를 버리고 물러나라.

    3. 다음기획 김영준 대표의 쇼

    설사 이병순 사장의 쇼라 하더라도,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던 부분이 확산되는 이유는 김제동의 소속사 다음기획의 김영준 대표의 쇼 때문이다. 김영준 대표는 “김제동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미친 소리를 웹에 올려놓았다.

    김영준 대표는 연예기획사를 경영하는 경영자인가 아니면 좌파 언론운동가인가? 장사 하루이틀 해보나. 하룻밤 사이에 연예 MC 교체하는 일 한번도 경험해본 적 없나? 무수한 연예인들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고 있는데, 윤도현, 김제동의 경우 좌파들하고 친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들이 교체가 되면 그게 탄압인가? 그럼 윤도현과 김제동이 평생 해먹어야지 그게 진보적 가치란 말인가? 지켜주긴 뭘 지켜주겠다는 말인가? 이러한 김영준 대표의 쇼 때문에 김제동은 민주화 인사가 되어버렸다.

    이는 김제동의 개그 인생에 치명타가 된다. 김제동은 남을 웃겨야하는 개그맨이다. 나는 이제 연예프로에서 김제동을 보면 웃을 수 없다. 김제동은 좌파 언론단체의 좁은 무대나 돌아다니면서 웃겨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정상적인 연예기획사 대표라면 김제동을 정치적 구설수에 오르게 하면 안 된다. 최소한 시청자의 절반은 김제동에게 웃음을 요구하지 않는다. 김제동의 방송인생의 최대 위기가 온 것이다. 정략에 물든 자신의 소속사 대표 때문이다.

    김영준 대표는 또 하나의 쇼를 했다. 경찰이 연예기획사의 계약 관행을 조사하는데, 이를 언론에 흘리며 마치 탄압인 것처럼 호도했다. 그래놓고서 자신은 “탄압이라 볼 수 없다”고 발뺌한다. 그럼 흘리지도 말았어야 한다.

    장자연 사건 이후, 정상적인 국가의 정상적인 경찰이라면 연예기획사에 대한 대대적이 내사에 착수해야 한다. 국세청은 당연히 세무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김영준 대표의 말을 들어보면 경찰은 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정상적인 경찰의 활동을 정치적으로 엮어버리는 김영준 대표는, 연계기획사 그만두고 정치나 해라. 당신 하나의 욕심 때문에 대한민국 전체가 혼란에 빠진 상황에 대해서 무서운 책임감을 가져보라.

    3. MBC 엄기영 사장의 쇼

    쇼에 대해서라면 이병순 사장보다도 엄기영 사장이 압도한다. 엄기영 사장은 노조와 함께 마치 현 방문진이 MBC 장악이라도 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내가 보는 판단으로는 이미 방문진은 엄기영과 노조에 패퇴했다. MBC 개혁을 할 수 있는 수단들을 모조리 엄기영 사장에게 넘겨주었다.

    방문진은 손석희를 자르라고 요구한 적 없다. 방문진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것은 시청자의견 조작과 은폐, 그리고 방문진에 허위보고를 자행한 ‘100분토론’ 제작진에 대한 진상조사였다. 한심하게도 방문진은 대주주로서의 위치도 잊어버리고, 자신들에 허위보고를 한 ‘100분토론’팀에 대한 진상조사를 포기하고 이를 엄사장에 넘겼다.

    어쨌든 그러면 엄사장이 해야할 일은 ‘100분토론’ 진상조사이다. 진상조사에 착수도 하지 않고 엄사장은 손석희 해임론을 슬쩍 흘리면서, 논점을 틀어버렸다. 대단한 정치적 술수이다. 일단 최소한 대중적으로는 ‘100분토론’의 파렴치한 조작과 은폐를 논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손석희 하나 팔아서 위기를 넘어선 것이다.

    엄사장의 이런 수법은 이미 봄개편 때도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어차피 그만둔다고 이야기해온 신경민과, 독립신문과 싸움을 벌인 김미화 하차론을 흘린 것이다. 결국 노조의 반대여론을 이끌어내어 그만두겠다는 신경민은 그만두게 하고, 김미화는 그대로 유임시켰다. 노조의 여론을 이용하여 한판 쇼를 벌인 것이다.

    MBC ‘100분토론’의 개편은 11월 23일이다. 아직 한달도 더 남았다. 한달 전에 손석희 하차론을 또 슬쩍 흘렸다. 역시 여론의 반대가 거세다. 엄사장은 한달 동안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며 손석희를 그대로 유임시킬 수도 있다. 이 한 달동안 ‘100분토론’의 진상조사는 물건너 갔다. 그리고 이 한 달은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의 해임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다. 손석희 문제로 여론이 뜨거운 상황에서 방문진이 엄사장 해임을 추진하기란 부담스럽다.

    엄사장의 행태는 이미 언론인이 아니라 6선 국회의원 정치꾼 수준이다. 방문진의 순박한 인사들이 노회한 엄기영과 노조를 당해내기에는 역부적이다. 엄사장에 축하 인사를 보낸다.

    4. 손석희의 쇼

    정치력으로 보자면 손석희도 엄사장에 그다지 뒤지지 않는다. 손석희 하차론을 처음으로 언론에 흘린 것은 손석희이다. 그러더니 ‘100분토론’의 회당 출연료 200만원도 흘러나왔다. 회당 200만원이면 연 1억이다.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 출연료 1억 7천까지 포함하면 연 3억원을 MBC로부터 받고 있다. 이는 방송 시사프로그램 사상 최다 출연료일 것이다.

    특히 손석희는 MBC 직원으로서 사표를 썼음에도 TV와 라디오 프로그램 두 편의 진행자 자리를 그대로 지켰다. 아나운서 국장 시절 손석희의 연봉은 최대 1억 5000만원 정도였을 것이다. 손석희는 오히려 MBC에 사표를 내면서 수입이 두 배가 늘었고, 교수 수입도 함께 추가되었다.

    정상적인 방송사라면 이런 행태를 용납할 수 없다. 그럼 스타급 아나운서들 MBC에 모두 사표 쓴다. 사표만 쓰면 출연료 급상승에, CF를 찍을 수도 있고, 교수 등 외부활동도 자유롭게 하는데 뭐 하러 MBC 직원으로 남아있는가?

    손석희의 문제는 이런 시각에 접근해야 했다. 그런데 또 교묘하게 정치적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더구나 ‘100분토론’은 세계 방송사에 유례없는 시청자의견 조작을 한 프로그램이다. 손석희는 ‘100분토론’의 상징이기 때문에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한다. 물론 ‘100분토론’은 진행자 하나 바꿔서 해결해야할 상황이 아니라,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시켜야 한다.

    손석희가 언론에 보도되는 대로 신뢰있는 언론인이라면 스스로 ‘100분토론’을 그만둬야 한다. 조작 프로그램에 뭘 잘났다고 얼굴 내밀고 있는가? 나라가 이상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지, 정상적인 나라의 정상적인 언론인이라면 스스로 부끄러워서 출연 못해야 한다.

    손석희는 쇼 그만하고, 자신의 명예를 먹칠을 한 ‘100분토론’ 조작팀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문책을 요구하라.

    5. 대한민국 언론의 쇼

    김제동, 손석희, 이병순, 엄기영 등 방송권력자들의 쇼가 가능한 이유는 한국의 언론 때문이다. 마구잡이로 이들이 흘리는 정략을 그대로 받아쓰는 젊은 기자들에게 물어보자.

    김제동, 손석희, 이병순, 엄기영은 서민도 아니고 약자도 아니고, 방송권력자들이며, 방송독과점 시장과 MC 독과점 시장을 이용해 비정상적인 고수익을 올리는 귀족들이다.

    솔직히 김제동과 손석희의 나팔수 역할하는 젊은 기자들 급여 얼마 받는가? 귀족들의 수입과 자리를 지켜주기 위해 서민의 몸과 마음 바치지 말고, 언론 민주화와 언론시장 활성화부터 고민하여 자신들의 수입과 자리를 지키는 그 논점에서, 김제동, 손석희, 이병순, 엄기영의 쇼를 지켜보라.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