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의달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대우 
    ▲ 송의달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대우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부족 사태를 겪고, 앞으로 10년 내 물값이 원유가격만큼 오를 것이다."(2008년, '세계미래회의' 보고서)

    "20세기가 '블랙골드(black gold)'인 석유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블루골드(blue gold)'인 물의 시대이다." (미 경제지, '포천' 최신호)

    무더위와 장마가 반복되는 바람에 물이 넘쳐나는 요즘 웬 뚱딴지같은 물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세계적 차원에서 물 사정은 간단치 않다. 지구 표면의 70% 정도가 물로 덮여 있으나 바닷물이 98%에 이르고 사람이 마실 수 있는 담수(淡水·민물)는 2% 정도이다. 이 중 68%를 차지하는 빙하나 만년설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인류가 쓸 수 있는 물은 지구 내 물의 총량 중 0.0075% 남짓하다.

    한 전문가는 "전 세계의 물을 5리터(L)짜리 용기에 담을 경우, 이용 가능한 물은 찻숟가락 하나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사막화 지역이 늘고 지하수 고갈은 빨리 진행되는 반면, 물 수요는 급증해 물 문제가 글로벌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물 포럼(World Water Forum)'은 최근 "현재 11억명이 안전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고,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의 10배에 해당하는 500만명 이상이 매년 깨끗하지 못한 물로 인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탓에 세계 각국에선 '물 전쟁'이 줄을 잇고 있다. 이집트와 수단·우간다 등 8개국이 나일강의 물줄기 선점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유프라테스강(터키·시리아 등), 조호르 해협(말레이시아·싱가포르), 갠지스강(인도·방글라데시), 요르단강(이스라엘·팔레스타인) 등이 물 이용권을 놓고 분쟁 중이다.

    국내에서도 정부가 부산 지역 물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남강댐 물 공급 계획'을 추진하자 경남 진주와 사천 주민들이 공개 반대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경기 용인시와 평택시, 충남 서천군과 전북 군산시 간에 물을 둘러싼 갈등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LA시가 폐수와 빗물을 모아 정화하는 시설 건립에 올해부터 20억달러를 투입하고 작년 여름부터 물을 낭비하는 가정이나 식당에 최대 600달러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물 낭비 벌금' 규정을 신설한 것은, 물이 언제든지 '무기(武器)'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틈새를 노려 물 전문 기업들이 본격 번성하기 시작하고, 전략적으로 물 산업을 키우려는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1853년 프랑스 리옹에서 창업한 세계 1위 물 기업인 베올리아워터(옛 비방디)의 경우, 지난해 세계 64개국 1억4000만명으로부터 물 관련 사업으로 126억유로(약 2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가 차원에선 싱가포르가 '워터 허브(water hub)' 구축을 표방하며 맹렬하게 뛰고 있다. 이미 GE·지멘스·케펠 등 세계적 최고 수준의 50여개 회사가 싱가포르에 글로벌 R&D센터나 물·하수처리기술 관련 아·태 본부를 세웠다.

    안타까운 것은 국민 1인당 사용 가능한 물의 양(量) 기준으로 세계 153개국 중 130위(미국 인구행동연구소 조사)에 머물고, 변변한 물 관련 전문 대기업조차 없는 우리나라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민 개개인이 물소비를 좀 더 지혜롭게 하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2012년이면 5000억달러(약 625조원)대로 커지고 매년 6~7%씩 성장이 예상되는 '블루골드' 시장을 다국적 기업들의 독무대로 계속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다른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부상하는 세계 물 시장에서 우리 기업들의 도전과 선전(善戰)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