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송의달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대우 
    ▲ 송의달 조선일보 산업부 차장대우 

    "녹색 구호는 현 정부에서 반짝 하다 사라질 '한철 메뉴' 아닐까요?"(대기업 A임원)

    "정부가 1년여 동안 녹색성장을 외쳤는데 아직 표준조차 없으니 답답해요."(LED업체 B대표)

    정부가 최근 확정한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5개년 계획'에 대한 현장 종사자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의외로 시큰둥하다. 올해부터 5년 동안 107조원의 예산을 들여 '2020년까지 세계 7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내건 이 청사진에 대해, '박정희 대통령 이후 최초로 의미 있는 국가발전 패러다임'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이 자화자찬(自畵自讚)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상당수 기업인은 "정부가 산업 육성보다는 홍보성 이벤트화(化)에 더 신경을 쏟는 것 같다"며 볼멘 표정이다. 한 기업인은 "작년 8·15 광복절 경축사 이후 정부가 서너 달이 멀다 하고 그린(green·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 관련 계획을 쏟아내고 있지만 현장에선 달라진 걸 거의 느낄 수 없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공중풍력 발전 시스템 개발에 최근 성공한 J사. 이 회사는 실제품 제작에 필요한 10억원의 자금을 구하지 못해 중국으로 핵심기술 및 생산기지 이전을 추진 중이다. 한 관계자는 "다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정부 지원을 신청했지만 관련 법률조항이 없고 성공사례도 없다는 이유로 탈락했다"고 말했다.

    최대 시속 120~140㎞까지 낼 수 있는 전기자동차 핵심 시스템을 개발한 L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회사 고위 임원은 "정부가 발목만 잡지 않으면 다행이다. 해외 진출로 살 길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녹색산업을 황금알을 낳는 분야로 바꿀 방책이라면?

    먼저 정부가 녹색산업 육성에 대한 '진정성'이 담긴 의지를 확고하게 보일 필요가 있다. 한 전문가는 "평균 일조량(日照量)이 서울의 절반에 불과한 독일이 세계 최대 태양광발전국이 된 것은 독일 정부가 2000년부터 태양광발전을 국가 선도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장기전략 아래 20년 동안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실시하는 등 시장에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연간 1200억원 남짓한 예산 부족을 이유로 태양광발전 지원계획을 갑자기 대폭 줄여 시장 전체가 얼어붙고 있다.

    컨트롤타워 부재에 따른 혼선도 문제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총괄 역할을 표방하고 있지만, 녹색위에 추진력과 강제력을 부여하는 녹색법은 올 3월 국회 상정 후 6개월째 표류하고 있다. 그린에너지 관련 법규만 40개에 이르고, 거의 모든 정부 부처가 녹색성장에 뛰어들어 과잉경쟁을 벌이는 난맥상도 심각하다.

    1년 넘게 녹색산업 관련 과장이나 국장을 맡아본 공무원조차 없는 상황에서, 녹색산업이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지는 전략산업이 될지 의구심도 만만찮다. 물론 기술자립 노력은 뒷전이고 '녹색 붐'에 편승해 외국산 제품 수입으로 손쉽게 돈을 벌려는 일부 기업인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이 역시 정부가 정책 수단을 잘 활용하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녹색산업은 각국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는 글로벌 특급 테마상품이다. 이런 마당에 정부의 녹색산업 책략이 시장과 동떨어진 채 정권의 치적(治績) 쌓기용 '포장' 위주로 흐른다면, 겉만 번지르르한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것이다.

    녹색산업의 지속적인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정책 오류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업계 모두 원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