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 전문기자 ⓒ 뉴데일리
    ▲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 전문기자 ⓒ 뉴데일리

    1944년 9월 8일 저녁 런던 시내에 느닷없이 포탄이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소리가 난 뒤 거대한 폭발이 두 차례 일어났다. 정체 모를 폭발물의 위력은 예상보다 컸다. 38채의 가옥이 부서졌고 2명이 사망, 20여명이 부상했다. 히틀러의 '비장의 무기' V2 로켓이 처음으로 사용된 순간이었다. V2는 1945년 3월 2일까지 1359발 이상이 영국으로 발사돼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영국이 실제로 입은 타격은 크지 않았으나 런던 시민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정밀유도 기술이 없었던 V2의 정확도(CEP)는 17㎞에 달했지만, 오늘날 탄도 미사일(Ballistic Missile)의 원조라 불린다. 전쟁이 끝난 후 아이젠하워 연합군 사령관은 "만약 V-2가 6개월만 먼저 나왔어도 세계의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라며 신무기 V-2의 위력을 높게 평가했다.

    그 뒤 미국과 소련, 중국 등 강대국은 사정거리 5500~1만㎞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해 배치했다. 인도와 파키스탄, 이란·시리아 등 중동 국가들, 브라질 등 초강대국 이외의 국가들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탄도미사일에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를 장착하면 강대국도 쉽게 덤빌 수 없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그런 국가 중에서도 지난 수년간 가장 '주목받는' 나라가 됐다. 1984년 사정거리 300㎞짜리 스커드 B 시험발사에 성공한 뒤 20여년 만에 사정거리 3000~4000㎞짜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ICBM에 가까운 미사일과 로켓을 두 차례나 시험발사하는 등 이 분야에 극렬하게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미사일의 능력 향상은 단지 사정거리 연장에 있지 않다. 지난 4일 발사된 7발의 탄도미사일 중 5발이 발사지점으로부터 420㎞ 떨어진 곳에 집중적으로 낙하했다고 한다. 정확도가 향상됐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탄두의 위력을 강화하는 것보다 파괴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지적한다. 종전 북한 스커드 미사일(사정거리 300~500㎞)의 정확도는 450m~1㎞, 노동 미사일(사정거리 1300㎞)의 정확도는 1~3㎞에 달했다. 사정거리는 짧지만 정확도는 뛰어난 우리 지대지 미사일 현무(50~100m)에는 크게 못 미쳤는데 이제 북한 탄도미사일의 치명적인 약점이 해결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이런 탄도미사일을 스커드는 600여발, 노동은 200여발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 탄도미사일의 사정거리는 한미 미사일 지침(2001년)에 따라 사실상 300㎞에 묶여 있다.

    그러면 이런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선 북한은 2년간이나 전체 주민들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6억~7억달러 이상의 돈을 퍼부어 가면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국제 사회와 공조해 비판하고 압박을 가해야 할 것이다. 또 군사적인 측면에선 북한의 미사일이 발사되기 직전에 조기에 파괴하고, 날아오는 미사일은 요격 미사일로 막는 방법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해 우리 미사일 사정거리를 연장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이자 해결책은 우리의 인식과 관련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7월 한 정부 고위 관계자가 "북한 미사일 발사는 안보 위협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듯이 아직도 북한 미사일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한 위협이지 우리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면 정말 큰일이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단순히 '협상용'이 아니라 '실체적인 군사적 위협'이라는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분명한 현실은 북한이 배치한 탄도미사일의 대부분이 바로 우리를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북한이 남한을 주사정권으로 넣는 1발당 수백만달러짜리 미사일을 600여발이나 만들어 배치했겠는가.
    <조선일보 7월7일자 전문기자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