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한모씨(여, 28세)는 며칠 전부터 발목이 시큰거리는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특별히 등산을 했다거나 무리하게 스포츠를 즐기다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닌데 통증은 쉽게 멈추질 않는다. 얼마 전 하이힐을 신고 걷다 발목을 삐인 기억이 난 그는 매일같이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해봤지만 발목이 점점 붓고 통증이 심해져 밤잠까지 설치게 됐다. 결국 참다 못해 병원을 찾은 그는 MRI 검사를 통해 습관적인 발목 삐임으로 인한 박리성 골연골염으로 인한 거골 골괴사증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올랐다.

    몇 년 전, 가수 김경호씨가 ‘대퇴골두 무혈괴사증’으로 골반과 대퇴부를 잇는 고관절(엉덩이관절)에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을 받았고, 작년에는 중견 탤런트 이영하씨가 같은 병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으며 생소한 이름의 ‘골괴사증’이 화두에 오른 적이 있었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골괴사증은 대퇴골 부위에만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골괴사증은 대퇴골뿐 아니라 거골(복사뼈), 슬개골(무릎뼈), 상완골(어깨뼈) 골두, 수부(손목), 척추 등 다른 부위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주 5일 근무가 일반화되면서 스포츠나 레저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이 때문에 골절이나 습관성 발목 염좌로 인한 거골 골괴사증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복사뼈를 침범하는 극심한 통증, 거골 골괴사증
    ‘골괴사증(骨壞死症)’이란 쉽게 말해 뼈 조직이 죽는 현상을 말하는데, 혈액순환 장애로 나타난 골괴사로 인해 결국 관절이 파괴되는 질환인 것이다. 허혈성 괴사증, 무혈성 괴사증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며 주로 대퇴골두와 무릎 관절 위의 대퇴골 부위에 많이 발생하는데 앞서 얘기했듯 거골, 상완골 골두, 수부 주상골, 월상골 및 척추 등에서도 발생한다. 원인으로는 외상이나 잠수병, 적혈구증, 혈청지질 이상 등을 꼽을 수 있고 그 밖에 스테로이드의 사용이나 알코올중독, 방사선 조사 등에 의해서도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거골 골괴사증은 흔히 복사뼈라고 부르는 부위에 발생하는 것으로 발목이 시큰거리고 관절 주변의 극심한 통증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흡연과 잦은 술자리로 인해 40대 이상 남자들에게 많이 발병하는 대퇴골 골괴사증과 달리 스포츠를 즐기는 청소년과 젊은층에서 더 쉽게 발견된다.

    거골 골괴사증은 농구, 테니스, 축구, 달리기 등 스포츠 활동에 따른 외상으로 인해 주로 발생하는 빈도수가 높긴 하나 때때로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 여성들의 경우에도 거골 골괴사증이 발병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과거 습관적으로 발목을 삐었던 경우나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는 경우에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습관성 발목 염좌의 경우 약 90%는 발바닥이 안쪽으로 뒤틀리게 되는 발목의 바깥쪽 부분에 일어난다. 발목 안쪽으로 균형을 잃으면서 넘어지면, 몸무게가 전해져 부상의 정도가 심해지고 흔하게 발생하지만 대부분 초기에 치료를 적절히 받지 못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높은 하이힐로 인한 체중의 2배 이상 하중을 받는 여성이 복사뼈 주변의 염증을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이 염증이 만성화되면 관절염이나 골괴사증 등과 같은 질병을 유발하게 되는 것이다.

    외상 없어도 복사뼈 통증 지속될 땐 MRI 검사로 확인
    이처럼 골괴사증은 일반적으로 골절에 의한 합병증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에서는 아무런 외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거골 골괴사증이 발병하는 것에 주의를 해야 한다. 이는 대부분의 골괴사증 환자들이 일반적인 염좌로 인한 통증인 줄 착각하고 가까운 동네 한의원의 침이나 부황 같은 치료법에 의존하거나 통증을 참고 있다가 인공관절치환술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을 때가 돼서야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은 “발목 염좌를 가볍게 여기고 간단하게 찜질이나휴식 만으로도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과신을 버려야 한다”며 “발목을 삐었을 때는 전문병원을 찾아가 증상의 정도에 맞는 적절한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제대로 받는 것이 거골 골괴사증을 예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한다. 또한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지속적으로 있다면 MRI 검사를 통해 연골 손상의 유무를 반드시 확인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세천공술과 자가연골 이식술로 치료
    거골 골괴사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보존적 요법과 수술적 요법이 있는데 보존적 요법은 연골 손상 초기의 경우 보조기나 깁스를 통해 수주간 체중 부하를 하지 않는 것으로 치료를 해 최대한 발목을 쉬게 해주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로써 치료가 되지 않으면 수술적 요법을 시행하게 되는데 수술적 요법은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방법과 절개를 통한 방법으로 나뉠 수 있다.

    관절 내시경을 통한 방법에는 연골 손상 부위를 다듬어주는 변연절제술과 미세천공술이 있다. 이 중 미세천공술은 연골이 닿아 뼈까지 노출된 경우 뼈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어주어 피가 나게 함으로써 정상 연골과 비슷한 연골을 재생하도록 돕는다. 최근에는 무릎에서 뼈와 연골을 함께 채취하여 발목 관절 안에 이식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연골이식 방법인 자가 골연골 이식술과 무릎 등에서 본인의 연골을 소량 채취 배양시켜 배양된 연골을 발목 안의 연골 병변 부위에 이식하는 자가연골 배양이식술도 시도되고 있다. 도움말/ 정동병원 김창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