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서울은 뒤숭숭하다. 서해안에서는 북한 전투선박들이 북방한계선 (NLL)을 들락거리며 당장 전쟁이라도 벌일 기세다. 북한은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지난 55년 간 지켜온 정전협정을 일방적으로 무효화했다. 말하자면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PSI는 이라크와 러시아를 포함해 전세계 95개국이 가입한 협약이다. 북한은 왜 다른 나라들에는 아무 소리도 못하면서 유독 동족인 한국만 문제 삼아 군사적 공격 운운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외신들은 서해안에선 이미 모든 중국 어선들이 사실상 철수한 상태고, 곧 무력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듣기로는 북한은 이미 한국의 PSI 가입에 대해 몇 차례 무력행사를 경고한 만큼 어찌됐든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 같다고 한다. 그러니 분위기가 뒤숭숭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 간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에서 서서히 발을 빼려는 한국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또 북한에 납치당한 현대아산 직원은 벌써 70일이 지났는데 어찌 됐는지 걱정이다. 이번 남북담당자 회담에서 북한은 인건비 4배, 토지 임대료 31배 (5억불) 를 요구하니 기가 막힌다. 만일 동의를 안 하면 이미 지어놓은 도로, 빌딩, 모든 전기시설등을 몽땅 놓고 나와야 한다니 그렇다면 중국의 기업들이 대신 들어올수도 있지 않은가. 아마 개성공단을 이용해 퍼주기정책을 다시 시작하게 하려는 의도같아 보인다. 이쯤되면 개성공단이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불씨가 될 수도 있다.

    나라 안이 이처럼 소란스러운데도 불행하게도 국내 정치판은 자기들끼리 싸우느라 바쁘다.  야당의원들은 얼마 전 전원 상복 차림을 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7개 항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또 서울광장에서 밤을 지새며 6.10 범국민대회에 “서울광장을 열라”고 외치고, 어떤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석고대죄하는 문구를 내걸어야 한다” 고 주장하며 더러는 단식투쟁, 더러는 삼보일배로 서울 복판 시청앞 광장은 어수선하다.

    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 등 자기들의 국회 개원 조건이 수용되지 않자 의사당 대신 장외투쟁을 택하고 서울광장으로 나간 것이다. 다행히도 1만2천 명의 경찰이 동원돼 큰 충돌없이 밤 11시가 넘어 6.10범국민대회가 해산됐지만 시민들은 큰 몸싸움으로 무슨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 했을 것이다. 시민들은 밖으론 북한이 무력공격을 할까 봐 조마조마하고 안으론 데모를 바라보며 서로 피를 흘리지나 않을까 조마조마 해야했다.

    그 뿐이 아니다. 수백 명의 대학교수들이 민주주의의 죽음을 우려한다며 정부를 규탄하는 시국성명들을 발표하기에 바쁘다. 교수들 뿐 아니라 학생들, 변호사, 문인들을 비롯해 별의 별 시민단체들이 뒤질세라 현 정권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 지난번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시분향소가 설치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민 서명운동에 동참해 서명하는 사진이 신문에 크게 실렸다. 도대체 이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야 할 만큼 무슨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나는 이해가 안 간다. 일국의 대통령을 그렇게 쉽게 탄핵운운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야당의 일부 중진 의원들은 집회의 자유가 크게 훼손됐다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집시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헌법재판소에서 이미 위헌으로 판정된 “야간 집회 금지 규정” 을 없애자고 야단이다.

    그러면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뭘 하고 있나. 자기들끼리의 권력다툼에 여념이 없다. 도대체 무슨 파가 그리 많은지, 주류파, 비주류파, 쇄신파, 친박, 친이, 이상득파, 이재오파, 박희태파 등등, 난 이제껏 미국 정치판에서 무슨 파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 과거 2백23년 간 미국 정치는 민주당, 공화당 양당정치였고 (진보, 보수) 그밖에 중도파란 말은 들었지만, 주류파란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 언론들은 “소리만 요란했지 결과는 없다” 면서 당 대표 사퇴를 압박하던 소위 한나라당 쇄신파의 지리멸렬한 행동을 비난했다. 지난번 선거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 표를 모아 준 것은 이번에는 당신들이 맡아 나라를 바로 잡아 달라는 간절한 요청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를 외면한 채 고려 사극에나 나오는 당파 싸움과 똑같은 분쟁만 일삼으니 국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 건지, 누가 서민경제를 돌보고 누가 우리 국토를 지키나?

    자기들의 주장을 표현하기 위한 서울광장의 데모도 중요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입는 서민들의 손해는 누가 배상하며, 도로가 막혀 서울 절반이 교통마비가 된 데 따른 손해배상은 어찌할 것인가. 이젠 지긋지긋하다는 수많은 택시기사들의 목소리는 안 들리고 오직 자기네 주장들만 외쳐대니 참 한심하다.

    서울광장은 파란 잔디에 분수가 너무도 아름답다. 도시 복판의 이 아름답고 자그마한 공원은 주 중에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휴식하고, 주말에는 가족들이 모여 즐기는 시민의 공간이다. 이 조그만 공원이 경찰차로 뺑 둘리고 포위에 꽉 막혀 전혀 보이지도 않고 매일 각목, 곡괭이로 부수고 경찰을 패는 지긋지긋한 폭력의 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참으로 슬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