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이라는 단체가 조선·동아·중앙일보에 광고하는 기업에 대해 불매운동에 나섰다. 이 단체의 성격은 이 단체가 2008년의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조중동 폐간 국민캠페인'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은 불매운동 대상 기업 제1호로 광동제약을 지목했다.

    이 운동의 동기는 조선·동아·중앙에 광고하는 만큼 이른바 '정론지'인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광고하면 불매운동을 철회하겠다는 희한한 주장에서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한겨레신문은 9일 이들의 주장과 함께 불매운동의 대상이 된 광동제약의 회사명과 제품명까지 친절하게 보도했다. 그들도 내부 고민과 토론은 있었겠으나 결과적으로 불매운동을 적극 도와준 셈이다.

    언소주 회원들은 미국 법원의 재판 사례를 근거로 들면서 광고주에 대한 불매운동은 2차 보이콧으로서 합법적이라고 주장한다. 2차 보이콧은 예컨대 신문에 불만을 품고 광고주의 상품에 대하여 불매운동을 벌이는 형태를 말한다. 2차 보이콧의 위법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할 수는 없다. 예컨대 어떤 식당 주인이 경쟁 식당의 영업을 방해하려고 그 집과 거래하는 정육점에 대하여 거래하지 말도록 압박한다면 분명 위법하다. 즉, 보이콧의 형태·동기·목적·피해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위법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광동제약은 불매대상으로 지목된 지 하루 만에 "조중동과 다른 매체에 광고를 동등 집행"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언소주와 합의하였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김성균 언소주 대표는 "조중동에 아예 광고를 안 하겠다고 했으면 구매운동으로 전환했을 테지만 동등하게 광고를 집행하는 수준이 되었기에 불매운동만 철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정도면 소비자운동의 남용이다. 그리고 조선·동아·중앙에 광고하지 말고 한겨레·경향신문에 광고하라는 것을 보면, 선호하는 신문의 경쟁지를 도산시키려는 것이 불매운동의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이는 소비자운동을 빙자한 정치운동이라 하겠다. 광동제약은 기업의 이미지 손상과 불필요한 광고비의 지출이라는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고, 이러한 피해는 다른 기업들에 확산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언소주의 불매운동은 범죄로 볼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권익이 아닌 특정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니 불매운동으로 보기 어렵고, 제3자인 광동제약을 비롯한 광고주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이니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즉, 위법하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의 압박은 형법에 미리 정해놓은 업무방해죄나 공갈죄, 강요죄의 행위유형에 해당한다. 결국, 범죄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범죄 차원을 넘어선다. 언소주의 '광고탄압'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조선·동아·중앙을 구독하라거나 한겨레·경향신문을 구독하지 말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독자들이 선택한 결과 지금의 시장점유율이 형성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어떤 세력이 이 점유율을 인위적으로 변경시키려 든다면 이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이다.

    더욱 심각한 점은 이들의 행위가 경제질서의 근본을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헌법은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제119조)"고 자유시장경제체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기업의 자유가 있었기에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언소주는 기업의 자유와 자유시장 경제질서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언소주는 11일 2차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삼성 그룹의 계열사 5곳을 지목했다. 내수 기업인 광동제약과 달리 삼성은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으로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 이제 언소주가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벌이는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