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상대국과의 인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CEO와 서울시장을 거치면서 다져온 해외 네크워크 덕분. 넓게 알고 깊게 사귀는 이 대통령 스타일은 외교상 의전을 뛰어넘는 파격을 종종 불러 온다. 지난 3월 호주 방문 때 러드 총리 관저에서 두 정상이 밤늦도록 담소를 나눈 것은 외교 및 의전 담당자조차 사전에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오는 10일부터 이어질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2개국 순방에서도 '파격'이 예상된다. 카자흐스탄 측에서 '사우나 회동'을 제안한 것.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양국 실무진은 우의의 상징으로 두 정상이 함께 사우나를 하는 방안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명 '에너지 탄·탄' 순방으로 불리는 두 국가와 이 대통령과의 인연도 관심을 끈다. 카리모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모두 서울시장 재직시 이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서울시민증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 순방 일정 거의 대부분을 함께 할 계획이라고 하며,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당초 공식 오찬을 격식을 갖추고 싶다며 만찬으로 대체하는 성의를 표시했다.

    "대통령께서 친히 나서 주신다면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던 2007년 7월 하순. 이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아랍 에미리트 정상들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 아프가니스탄에 인질로 잡혀 있던 한국인들의 석방을 도와 달라는, 일종의 긴급 타전이었다. "경선 후보라는 간판보다는 '이명박'이라는 세 글자의 프리미엄을 믿었기 때문"이라며 "이들 이슬람 국가 정상들과는 일찌감치 교분을 텄던 터라 상호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카리모프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지체없이 협력하겠다는 친필 답신을 보내 화답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의 '각별한' 인연>

    우즈베키스탄 = 비행기로 7시 반 거리인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은 아시아 대륙 양끝에 있다. 중앙아시아의 꽃이자 실크로드 중심지였던 우즈벡은 IT 강국 한국에서 수입한 한류 드라마 '대장금'과 '서동요'를 소비하면서 정서적 유대감을 쌓고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2006년 방한 때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 대통령으로부터 명예서울시민증을 받았다. 지난해 3월 이 대통령 취임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일종의 답례로 보인다. 그해 8월 북경올림픽을 계기로 양국 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카리모프 대통령으로부터 세 차례나 과일 선물을 받았다. 현지에서 과일은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선물로 알려져 있다. 친분을 드러낼 때에도 요긴하게 쓰이는 물품이다.

    우즈벡은 이 대통령 방문을 앞두고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카리모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거의 전 일정에 동행한다. 특히 자신의 고향인 사마르칸트에서는 이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 미리 현지에 가서 직접 영접할 계획이라고 한다. 실크로드 중심지인 이곳 방문은 카리모프 대통령 요청에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의 세부 일정에 수행하는 영예 수행장관에 총리를 지명한 점에서도 의전의 격을 읽을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우즈베키스탄 젊은이와의 대화' 행사에도 총리가 참석한다. 너무 시간을 뺏는 것 같아 오히려 우리측 외교 실무진에서 "부담을 더시라"고 완곡하게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양국이 수교한 지 올해로 17년째다. 양국 교역은 2002년(2억8000만 달러)에서 2008년(13억8000만달러) 사이에 무려 5배가 증가했다. 특히 세계적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지난해 양국 교역이 50% 이상 증가할 만큼 두 나라 관계는 현재진행형이다.  

    카자흐스탄 = 카자흐스탄은 멘델 주기율표에 나오는 대부분의 원소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중앙아시아 최대 자원 부국이다. 가스자원까지 풍부해 서구 여러 나라와 외교적 교류가 활발하다. 그러나 이 대통령에 내보이는 카자흐스탄의 관심은 좀 더 특별한 데가 있다.

    이 대통령과 나자르바예프 대통령 간 교감의 배경에는 ‘자원외교 VS 기술외교’라는 양국의 실리적 측면 외에 상호 깊은 우의가 자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때인 2003년 방한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명예서울시민증을 수여했다. 이듬해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아스타나시와 서울시간 자매 결연을 맺었다. 당시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가 본국으로 날아가 영접을 할 정도로 국빈 대우를 했다. 이 대통령은 그때 유라시아 대학에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대통령은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선 수도 아스타나 전경과 시민의 활기찬 모습이 기억난다”고 당시를 술회하고 있다. 아스타나 수도 이전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일궈낸 대역사였다.

    지난해 8월 북경올림픽 때 양자 정상회담에 이어 10개월 만에 두 정상이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게 됐다.

    정상회담이 현지 시각 오전 10시(단독)와 11시(확대)에 열리는 까닭에 이후 오찬이 이어지는 것이 상례다. 그러나 이번에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격식을 갖춰 모시고 싶다며 오찬을 만찬으로 대체했다.

    카자흐스탄이 준비한 파격 예우의 백미는 대통령 별장에서의 '사우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국 우의의 상징으로 두 정상이 사우나를 함께 하는 방안을 현재 실무진이 조율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전통적으로 국빈을 모실 때 최고의 신뢰와 상징으로 간주되는 사우나를 제안하기도 한다. 러시아 푸틴 전 대통령 방문 때 사우나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은 상호 보완적인 경제구조를 가졌다. 시너지는 카자흐의 풍부한 부존자원과 한국 자본기술의 결합으로 나타날 것이다.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영토를 보유한 이곳에 한국 IT 네트워크 기술이 접목되는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작은 예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