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이 호남 민심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호남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안방'으로 여겨지는 지역이지만, 지난 4·29 재보선 에서 4곳에서 전패했기 때문이다.

    당의 공천배제 결정에 불복해 탈당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신 건 전 국가정보원장이 출마한 전주 2곳에서 지고, 전남 장흥군 광역의원, 광주 기초의원 재보선에서도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일격을 당했다. 당장 비주류측에서는 정세균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정 전 장관과 공천 갈등을 일으키고, 결국 공천을 배제한 것이 호남민심의 이탈을 불러왔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천정배 의원은 2일 목포에서 열린 당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에서 주목할 것은 여당의 참패나 민주당의 수도권 승리가 아니라 민주당의 호남 전패"라며 "호남민심이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며 투쟁성과 야성 회복을 주문했다. 비주류 모임인 민주연대 소속 한 의원도 3일 "호남의 뿌리는 민주당이라는 것을 지도부가 도외시한 결과"라며 "이제는 호남도 민주당 간판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게 드러났다"고 위기감을 표출했다.

    당 지도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전주의 경우 민주당 심판보다는 정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오히려 광주.전남 선거 패배를 더 우려하는 분위기다. 윤호중 전략기획위원장은 "호남 유권자의 개혁적 성향을 민주당이 충족시키지 못한 것인지, 공천과정에 실수가 있었는지 원인 분석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정 대표 지시로 호남선거의 패배 원인을 분석하기 위한 외부용역을 의뢰하기로 했고, 광주.전남 재보선 지역의 선거사무실에 경위보고서를 제출토록 했다.

    호남 재보선 결과가 같은 전북 출신인 정 대표와 정 전 장관 사이의 역학 구도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당장 정 의원 복당 문제를 놓고 당이 또다시 분란에 빠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 전 장관측은 `탈당'이라는 멍에를 지고도 당선된 것이 정 의원의 여전한 위상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민주당이 꼭 승리해야 한다"고 측면지원에 나섰음에도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은 최소한 전북의 `맹주'가 정 전 장관이라는 게 드러났다는 것. 특히 전북지역 의원들은 공천 당시 정 전 장관의 공천 불가피론을 내세우고 민주당 후보 지원에 나섰지만 앞으로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볼멘소리와 함께 정 대표와 정 전 장관이 관계복원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전주는 `정동영 효과'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고 광주.전남 지방의회 선거 역시 재보선이기 때문에 호남민심이 이반했다는 식의 평가는 과도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남 지역구를 둔 이낙연 의원은 "호남에서도 민주당 절대 지지가 완화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고 했고, 광주 출신인 김동철 의원은 "당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별 특성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포스'의 이경헌 대표는 "대선이나 총선과 달리 재보선은 지지정당에 대한 충성도를 일관성있게 유지하지 않은 채 인물, 지역활동 등 다양한 요인을 보고 뽑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