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납북자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이 오는 16일 대북전단(삐라) 살포를 예정한 가운데 귀환납북자협의회(가칭)는 13일 "북한 현실도 모르고 대북전단을 날리려느냐"며 "대북 전단은 국가적차원에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귀환납북자협의회는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중앙청사 별관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전단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정부가 나서 처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이 끝난 뒤 호소문을 통일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고명섭 귀환납북자협의회 대표는 "'납북자단체'라는 이름을 걸고 대북전단을 날리는 것이 공개되면 북한에 있는 우리 가족들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보위부(북한 경찰)의 감시와 억압이 심해지고 가족들은 빠져나오기 더 힘들어 진다"고 호소했다. 고씨는 "실제로 대북전단 살포에 가담하는 납북자 가족은 언론에 나온 최성용씨 뿐이며 다수 납북자 가족은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위해가 가해질까 노심초사 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돈을 동봉해 살포하려는 데 대해 "북한 사람들이 삐라를 보면 당 기관에 바쳐야 하고 내용을 보면 정치범으로 몰리게 돼 있다"며 "어떻게 삐라와 돈이 전달되겠느냐"고 주장했다. 고씨는 이어 "정부는 납북자와 그 가족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에 강력한 조치를 해 달라"며 "귀환납북자협의회와 납북문제를 협의하고 철저히 비밀에 부쳐 납북자 송환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고씨는 "납북된 사람들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어떤 형태로든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회견에 참석한 귀환 납북자 이재근씨는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는 오직 자신의 명예를 위해 활동을 이용한다"며 "왜 납북자 이름을 팔면서 풍선(대북전단)을 날리느냐"고 질타했다.

    그러나 최성용씨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움직임에 대해 "나도 (북한에서) 수많은 사람 구해오고 생사확인도 했지만 내 아버지는 생사확인도 못하고 있다"며 "그분들의 말에 할말이 없다"고 말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북한에 있는 납북자들 위해 여기(남한)에 있는 가족들이 전단지 보내라고 만원 이만원씩 냈다"며 "대북전단은 김정일 비판하고 북한 주민들 도움 주려고 자유 메시지 보내는 것인데 그럴 수 있느냐"고 말했다. 납북자 가족모임과 자유북한운동연합은 16일 대북 전단을 날려 보낼 계획이다.

    고씨는 1975년 천왕호를 타고 동해에서 조업 중 납북돼 30년 동안 억류돼 있었다. 이씨도 1970년 봉산호를 타고 서해에서 조업 활동 중 납북돼 30년만에 돌아왔다.

    다음은 납북자협의회의 호소문 전문

    호 소 문

    귀환 납북자들은 납치피해의 당사자이자 납북자가족의 일원으로서 최근 북한에 대한 대북전단과 북한 화폐를 살포하겠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경악하였으며, 이 같은 행위에 심각한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언론보도를 보면 납북자 단체가 일명 ‘삐라’ 살포를 재개하고 주도하는 것처럼 납북자단체 대표의 사진과 인터뷰 내용이 실려 있는데, 실제로 삐라 살포에 가담하는 납북자 가족은 언론에 나온 최성용뿐이며, 다수의 납북자 가족들은 북에 있는 가족들에게 어떠한 위해가 가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할 뿐입니다.

    우리 납북자들은 절대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하여 찬성할 수 없으며 해서도 안됩니다. 그것은 가족 중 북에 납치되어 억류된 채 살고 있는 납북가족들을 생각한다면 납북자 가족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며, 감시와 통제 속에 살아가는 납북자가족을 위험과 곤경에 처하게 하는 결과만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북에 있는 가족을 위해 삐라와 돈을 보낸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삐라나 돈이 살포된다고 해서 북한 주민이나 우리 납북자 및 그 가족들의 손에 들어가리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귀환 납북자들은 북한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사람들이기에 누구보다 북한을 잘 알고 있습니다. 혹여 삐라를 줍더라도 북한 당국은 보지도 말고 보위부나 안전부 등 당기관에 바치라고 하며, 만일 이를 어기고 내용을 본다면 순식간에 정치범으로 몰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눈이 있어도 그 내용조차 보지 못하는 형국인데 어떻게 삐라와 돈이 전달된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더욱이 납북자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누구보다 대북전단 살포가 북에 있는 납북자와 그 가족들에게는 정신적 고통과 함께 엄청난 신변의 위협이 되는 것을 아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행동했어도 문제가 될 일을 납북자단체 이름을 걸고 행동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원통하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가 언론에 공개되면 북에 남아있는 가족들은 모진 고통과 시련 속에서 하루하루를 죽지못해 살아갈 것이기에 모두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렸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귀환납북자 개개인 모두는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과연 누가 무엇을 위해 그랬던 것일까요?

    지금 중국 현지 공관에는 납북어부 윤종수씨가 납북된지 33년 만에 극적으로 탈북에 성공하여 언론에 공개되었지만 10개월 넘게 조국인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고 있으며, 가족들은 보위부 감옥에 끌려가 영원히 감옥살이를 해야 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납북자라면, 납북자가족이라면 윤종수씨의 송환은 물론 납북문제 해결을 위해 국민들에게 납북자를 알리고 납북문제에 대해 적극 홍보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우리 귀환 납북자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을 위한다는 허울 좋은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족들의 생명을 위협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영욕을 채우려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을, 이제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을 말씀드립니다.

    다시한번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하여 귀환 납북자와 다수의 납북자가족들은 개입하지 않고 있고, 참여하고 있는 것은 납북자단체가 아닌 독선적인 단 한명의 개인일 뿐이라는 것을 말씀드리오니, 납북자와 그 가족을 위해 정부관계자 여러분과 기자 여러분께서는 이를 반드시 구분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아울러 정부에서는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그 동안 납북자 송환이 무분별하게 언론에 공개되어 오면서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납북자들의 송환이 더욱 어려워졌음을 상기하고, 진정으로 납북자와 그 가족들의 안전한 송환을 위해 출범할 (가칭)귀환 납북자 협의회와 납북문제를 협의해 줄 것과, 앞으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철저히 비밀에 부쳐 송환에 나서주기를 호소하는 바입니다.

     2009. 2. 13

    (가)귀환 납북자 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