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국회에서 난동에 가까운 충돌을 벌인 여야 국회의원들이 이번엔 손잡고 '외유'에 나선다. 국회 운영위원회의 미국 방문단은 여야 원내대표인 한나라당 홍준표 주호영, 민주당 원혜영 서갑원,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 5인이다. 이들은 오는 15일부터 9박 10일간 미국과 멕시코를 방문한다. 여야 방미단의 이번 미국행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식(현지시각 20일) 참석 목적이다.

    이로 인해 9일부터 시작된 임시국회는 '사흘짜리 반짝 국회'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월 임시국회 회기가 31일까지라고 해도 9일(금) 상임위 법안심사 외에 11일은 일요일이고 각 상임위와 법사위 법안심의(12일), 본회의(13일)를 하고 나면 막상 13일 이후에는 별다른 국회 일정이 없게 되기 때문. 게다가 여야 원내대표단이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 곧바로 설 연휴(25~27일)라 국회 의사일정은 사실상 전무하다. 또 1월 국회가 이렇게 짜여진 이유가 여야 원내대표단의 해외출장 때문이라는 소문도 돌고있다.

    방미단에 속한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원내대표단 방미 외유 논란'에 "싸울 때는 싸우더라도 갈 때는 가는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여야 난투극 직후 외유는 국민들이 보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질문에 그는 "국회 정상화를 위해 (이번 방미로)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국회 예산으로 가게 될 것인데 구체적 결정 사안은 아직 없다"며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이라 거기에 있는 사람들도 만나게 될 것이고, 남미도 간다더라"고 전했다.

    여당의 한 초선 의원은 "어이가 없다"며 "방미단의 이번 행동이 마땅치 않다. 그러려면 국회를 열지 말든지"라고 따졌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그렇게 싸울 때는 언제고 이러는지 염치도 없다"며 "외유의 목적이 대체 뭐냐. 세금이 정말 아깝다"고 혀를 찼다. 그러나 한 여당 관계자는 "법안을 상정하려면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 언론에서 말하는 사흘짜리 국회는 아닐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논평을 내 "국민의 빈축을 사기에 충분하다"며 "1달러도 아껴써야 할 마당에 외유를 위한 외유에 나선다는 것은 결코 온당한 처사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전 대변인은 "더구나 여야가 그간 국민들에게 안겨준 실망에 추호의 반성이 있다면 이번 원내대표단의 외유는 자제돼야 한다"며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적절치 않는 외유를 강행한다면 진정한 반성이 없는 뻔뻔스런 모습이라는 비난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여야는 원내대표단 방미는 정기국회 이전부터 여야 합의로 잡혀 있던 일정으로 새삼스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차 입법전쟁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쟁점법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는커녕 의사일정에도 없는 외국 출장은 '외유'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비판여론을 의식했는지 원내대표단 외유성 방미 언론보도가 나간 뒤, 민주당은 "원내대표 등 지도부 국회 외유 일정은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정은 잡혔지만 (원내지도부가 외국출장을)갈지 안갈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는데 언론에서 미리 가는 것으로 나와서 정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