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또 청와대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나라당은 홍준표 원내대표부터 신중론을 폈고 상당수 의원들과 친이명박계 의원들까지 수정을 요구했던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을 일단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논란 초반만 해도 수정이 불가피 하다는 의견이 높았으나 이명박 대통령의 24일 종부세 관련 발언이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신중론을 폈던 홍 원내대표도 이 대통령의 발언 뒤 말을 아끼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다. 소속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찬성과 반대가 7대3의 비율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당 기류가 바뀐 것이다.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꼬리 내리기는 처음이 아니다. 집권 초반인 점을 감안해도 입법부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172석 거대 여당의 행정부 견제 기능은 거의 무능에 가깝다 할 수 있다. 민주당으로 부터는 또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이런 여당의 무기력함은 처음이 아니다. 출범 20일도 안된 박희태 대표가 대북특사를 언급하자 이 대통령이 곧바로 이를 부인해 여당 지도부를 머쓱케 했고, 국회 원구성 협상에선 협상 목전까지 갔던 안을 청와대가 뒤집어 무산된 바 있다. 종교편향 논란에선 박 대표가 어청수 경찰청장의 경질 필요성을 주장했는데 청와대의 거부로 여당은 다시 체면을 구겼다.

    청와대와 각을 세웠던 인사들이 고개를 숙였다면 이 대통령의 정책 드라이브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여당 인사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당시 이 당선자의 비서실장을 했던 임태희 당 정책위의장은 26일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 "원칙의 문제이기 때문에 당초 스케줄대로 가자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밝힌 것인데 29일 당 지도부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당의 입장을 사실상 못박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임 의장은 이날 공기업의 고강도 개혁 필요성도 언급했다. 종부세 논란에서 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임 의장이 정부의 정책드라이브를 강하게 뒷받침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임 의장은 이날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조찬간담회에서 "민영화나 통폐합 대상이 아닌 공기업도 고강도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번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임 의장은 이에 대해서도 "앞서 공공부문 민영화에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를 놓고 개혁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도 반박했다.

    경제회생을 위한 정부의 정책에 대한 뒷받침은 집권 초반 여당이 당연히 취해야 할 스탠스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내에선 계속되는 청와대 입김에 여당이 꼬리를 내리는 모습이 반복될 경우 행정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상실 할 수 있고 향후 당청관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불만도 상존한다. 몸집 큰 여당이 매번 청와대에 끌려다는 모양새를 보일 경우 '청와대 거수기'로 이미지가 굳혀져 자칫 당 지지율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