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의 날마다 전해져오는 메달 소식이 지루한 장마와 무더위를 식혀주는 유일한 벗이었는데 이제 그 벗을 떠나보내게 되어 못내 아쉽다.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장한 대한의 아들딸들의 감격의 눈물, 기쁨의 포효, 인간승리에 한국은 열광했다.

    첫 금메달로 눈물바다를 만들었던 최민호, 실력을 뛰어 넘은 겸손한 인품의 박태환, 다친 몸으로 바벨을 지킨 투혼의 이배영, 세계를 들어 올린 헤라클레스 장미란, 우생순 신화의 아줌마부대의 투혼은 한국의 혼을 불살랐다. 출전선수 전원이 금메달을 딴 국기인 태권도와 양궁은 한민족의 위대함을 알렸다. 화려하게 부활한 이승엽의 홈런은 일본 열도를 가라앉혔으며, 한국야구는 100년 역사에 새장을 열었다.

    우리가 보름여동안 만끽하고 환호했던 스포츠도 올림픽 열기가 식으면 어떻게 될까. 비인기 종목은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소외된 종목들이 평소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이 올림픽 열기가 식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우리는 많은 가능성을 확인했다. 올림픽에서 ‘10(금메달)-10(등수)’이라는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올림픽 출전사상 역대 최대 금메달 13개로 종합순위 7위, 일본을 제치고 8년만에 아시아 2위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값진 것은 우리 젊은이들의 패기와 집념 속에서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올림픽의 환호와 감동도 이제 역사의 지평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보름 동안의 정치방학 기간 동안 우리는 정파 이념 지역 계층을 초월해서 하나 된 대한민국이었다. 이 잔치 기간동안 일손을 놓고 TV를 시청하던 ‘올림픽 증후군’이 상당기간 우리를 엄습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올림픽의 감동에 취해 있을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지구촌 60억 204개국이 참가한 올림픽에서 역사상 가장 빛나는 성적을 내고도 그 나라 지성의 순위라고 할 수 있는 대학평가에서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고(상해교통대가 전 세계 500대 대학을 평가한 결과 서울대는 152위권) 국회 원구성 하는데 82일이 걸리는 나라가 2008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세계는 이제 올림픽 이후를 걱정하고 있다. 올림픽 개최국인 중국의 경제 침체와 미국과 유럽의 저성장 기조가 세계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는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경제 성장의 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1990년대 말의 환란(換亂) 악몽이 또 현실화할 개연성이 있다.

    대한민국 경제 60년 성공의 역사가 ‘저성장의 함정’에 함몰되지 않고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 성장동력의 발굴과 육성이 절실하다. 멀티플 에너지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태양광이나 풍력 기술개발, 글로벌 인재의 확보, BT산업인 생명 산업의 육성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카 등 차세대 자동차, 지식서비스산업 등 5년, 10년 후 유망 먹을거리 산업을 하루 빨리 키워야 한다.

    신 성장동력은 경제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절실하다. 지난 5년간 한국 경제의 평균 성장률은 4.3%로 세계 평균인 4.9%를 밑돌았다. 더구나 올해 2분기에는 성장률이 또다시 4%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잘못하다가는 ‘영원한 중진국’에서 허덕일 수밖에 없다. 7월 현재 대학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진 ‘대졸 백수(비경제활동인구)’는 257만여 명으로 1년 전에 비해 20만 명 가까이 늘어났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작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이 선진 글로벌 기업처럼 미래의 기술 흐름을 예측하고 변화를 선도해야 한다. 우리 국가의 수준이 올림픽 성적과 같이 종합적으로 세계 10위권에 들기 위해서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 대한의 영웅들이 지난 4년을 태릉선수촌에서 '선택과 집중'의 전략으로 절차탁마(切磋琢磨)했던 마음자세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업의 창의력, 정부의 지원, 국민의 성원은 경제난을 이겨낼 수 있는 ‘3두마차’다. 모두 승리의 기쁨은 잠시 뒤로 하고 올림픽 과정의 국민 결집력을 살려 신발끈을 조여 매고 앞으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