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정부가 출범 한 지 40일이 지났다. 총선이 나흘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이 대통령은 530만 표 차라는 압도적 승리 속에 국민의 기대를 한껏 받으며 취임했다. 이 대통령은 ‘머슴론’을 앞세워 정권 초반 공직사회를 틀어잡는 데는 효과를 보고 있다. 사회 각 부문에 적지 않은 변화를 몰고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다. 왜 그럴까. 인수위원회의 시행착오와 청와대 수석 및 내각인선 파동, 그리고 한나라당 공천 파문 등을 거치면서 70%대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한 달 새 40%대로 주저앉았다.무엇이 문제인가. 원인과 처방을 알아보자. 

    많은 정책 전문가들은 이 대통령의 리더십을 ‘만기친람(萬機親覽-임금이 모든 정사를 친히 보살피는 것을 뜻함)형 리더십’으로 평가하며 “당장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성과 주의적 조급증에서부터 벗어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얼마 전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한 달밖에 안 됐는데 6개월은 된 것 같다” 또한 “어려운 게 너무 많다”는 말을 한 것도 이런 심리상태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일본의 기자인 우에스기 다카시는『아마추어 정부의 몰락』이란 책에서 5년간 장수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부와 1년 만에 몰락한 아베 신조 정부의 차이는 프로와 아마추어 정부의 차이였다고 말한다. 고이즈미는 철저한 프로정신과 자기희생적 충성심을 갖춘 측근들의 보좌를 받은 반면 아베는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마추어 정부는 몰락한다’. 우에스기의 결론이다. 논어에 군군신신부부자자(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말이 나온다. 군주는 군주답고 신하는 신하답고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자식은 자식답다는 뜻으로, 자신의 직분을 충실하게 행할 때, 모든 사회 구성원의 바른 위치가 정해질 수 있다는 공자의 정명론(正名論) 내용이다.

    대통령은 항공모함의 함장같은 자리이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고 거친 폭풍우가 몰아쳐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함장이 흔들리면 선원들은 쓰러진다. 선원들은 함장에게 기관장, 갑판장, 항해사의 역할을 요구하지 않는다. 함장은 이들을 잘 부리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정 전반의 방향에 집중하고 세세한 부분은 부처장관 등에게 맡겨야 한다.노무현 정권은 큰 정부였고 ‘청와대 만기친람’으로 흘러 스스로 방만화, 비대화 했고 그 결과 국정파탄과 정권실패로 끝났다. 특히 남북문제에서 청와대는 모든 결정의 중심에 서 있었다. 만기친람은 철저히 대통령과 측근들의 코드에 근거했다. ‘책상물림’의 이상론은 분단시대의 대계(大計)를 용도폐기 했다. 올바른 ‘기획’이 없었던 것이다.

    삼국지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오장원에 진을 치고 사마의와 대치하고 있던 제갈공명에게 한 장수가 입을 열었다. “승상께서는 너무 사소한 일까지 신경 쓰십니다. 무릇 다스림에는 아랫사람이 하는 일과 윗사람이 하는 일이 분명하여야 합니다. 집안일을 보더라도 종놈에게는 농사일을 맡기고 종년에게는 밥 짓는 일을 맡기어 각각 소임을 다하도록 하면 됩니다. 주인에게는 주인으로서의 할 일이 따로 있습니다. 지금 승상께서는 사소한 일도 몸소 처리하시면서 종일 땀을 흘리시니 몸이 편할 날이 없으십니다.”

    ‘만기친람’의 지휘관을 잃고 서둘러 철군하는 촉군은 끝내 삼국통일의 대업을 이루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아마추어 정부였던 노무현의 ‘청와대 만기친람’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이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수석비서관 내정자들에게 아예 “40명에 이르는 비서관 인사는 (내가 할 테니) 신경 쓰지 말라”고 통보했다고 한다. 대통령 본인이 직접 비서관들의 업무 파악도와 열정을 보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은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편견과 아집이 판단을 그르칠 수도
    있다.

    이 대통령의 자신감과 추진력은 평가할 만하다. 많은 국민들로 하여금 믿음을 갖게 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움직이기보다는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한다는 느낌을 준다. 이렇게 되면 국민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조변석개(朝變夕改)하는 변덕스러운 민심을 관연 누가 잡을 수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