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은 갓 출항한 '이명박 호' 순항을 위해 4·9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압승을 바라고 있지만 18일 남은 총선 상황은 녹록치 않다. 여야의 총선 대진표가 마무리 되면서 언론사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결과를 보면 3개월 전과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대선 뒤 관심은 통합민주당(민주당)의 개헌저지선 확보 여부, 이회창 총재가 이끄는 자유선진당(선진당)이 여의도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지였다. 대선 직후 한나라당 안팎에선 "200석도 문제없다"는 전망이, 민주당에선 "50~60석 만이라도…"라는 바람이 나올 정도로 판세가 분명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상황은 바뀌었다. 한나라당은 과반 의석을 걱정해야 할 판이고 민주당은 80석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선진당은 충청지역을 필두로 의미있는 정치세력화를 전망하고 있다.

    관심의 대상도 무소속 열풍으로 옮겨졌다. 지역조직 기반과 인지도가 높은 한나라당 낙천자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은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어 한나라당은 텃밭마저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로는 아직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나오지만 각 지역 분위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선거 당일의 정치와 경제 상황 등에 의해 표심이 요동치는 만큼 지금의 한나라당 우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단하긴 힘들다.

    실제로 역대 총선결과를 보면 과반 의석 확보가 쉽지 않다. 지난 5차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정당은 17대(2004년 4·15총선) 때 열린우리당이 유일하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란 특수한 상황 덕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자력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한나라당 지지율은 점차 하향곡선을 그리는 반면 민주당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21일 발표된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과반 의석 확보를 전망한 유권자는 2주 전보다 5.6%P 하락했다. 이에 비해 과반이 어려울 것을 보는 의견은 8.8%P 증가했다. 리얼미터는 원인을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계 인사들의 탈당과 연대구성 등 변수 때문"으로 분석했다.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취임 직후부터 내리막을 걷고 있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주춤했지만 부정적 평가가 상승하고 있어 지지율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이미 50%대 지지율이 무너진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이번 조사에서도 전주보다 5.1%P 떨어져 48.9%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20%)은 0.8%P 상승해 20%대로 올라섰다. 이용희 국회부의장과 신은경씨 등을 영입한 선진당(6.6%)의 지지율도 1.6%P 올랐다.

    최대 결전장이 될 수도권에서 견제심리가 커지고 있고 총선 성패를 가름할 충청에서는 선진당의 선전이 만만치 않다. 수도권과 충청을 잡지 않고선 과반 의석은 힘든데 최근 잇따라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혼전 양상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수도권의 경우 다른 어느 지역보다 견제 심리가 강해 혼전양상에서 한나라당 승리가 힘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 대통령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서울에서 한나라당 지지율이 10%P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충청 지역 역시 선진당이 이회창 심대평씨 등 거물급 후보를 내세워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앞서 거론했듯 더 큰 문제는 한나라당의 텃밭인 영남의 분위기다. 박근해 전 대표의 옷을 입고 뛰는 무소속 후보들이 한나라당 꼬리표를 단 정치신인들을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발표된 SBS와 조선일보의 공동여론조사 결과 친박 무소속 연대를 이끌고 있는 김무성 의원(42.6%)은 부산 남을에서 한나라당 정태윤 후보(17.1%)를 두 배 이상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에서도 친박계인 무소속 이인기 의원(35.0%)이 한나라당 석호익 후보(22.2%)를 크게 앞섰고 경남 통영·고성에서도 무소속 김명주 의원(31.7%)이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30.2%)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영남을 쥐고 있는 박 전 대표마저 당 차원의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과반의석 확보를 위한 한나라당의 총선행보는 수월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