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동당의 분당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분당의 시발점은 대선 패배에 대한 당내 책임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종북주의 논쟁이다. 자주파로 불리는 친북주의자들의 패권주의와 정치적 무능에 반발해 일기 시작한 종북주의 논쟁은 당내 비주류인 평등파의 집단탈당으로 이어지면서 확산일로로 치닫고 있다. 연속되는 탈당과 분당사태로 인해 8년간 진보정당의 위상을 독점해 온 민주노동당은 창당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특히 당내 분열을 막을 수 있었던 마지막 비상구로 인식되던 심상정 의원을 중심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의 혁신안건이 2월3일 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되면서 더 이상 민주노동당이라는 지붕 아래 서로 다른 분파간 공생과 화합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고 말았다.

    17대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은 보수정당이 지배하던 한국정치판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으며 진보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를 고양시켰다. 당시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은 일부 급진세력이 주장하는 것처럼 미 제국주의의 침탈에 맞서 저항해 온 한국 민중들의 조직된 투쟁의 성과물이 아니었다. 역설적이게도 민주노동당의 원내진입이 가능했던 원인은 민주주의의 공고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급진적인 정치사상이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이데올로기적 대안으로 작용할 수 없다는 확신과 함께 다원화된 사회의 목소리를 소화해 낼 수 있는 건전한 정책정당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기존 정치세력간 타협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원내 진입 이후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 실현을 위한 노력을 뒤로 한 채 북한체제 방어와 선군정치 이데올로기를 설파하기 위한 일방적인 친북주의 노선을 추종해왔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참패는 그 동안 보여 왔던 행태에 실망한 지지자들이 민주노동당을 더 이상 보수정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뒤늦게나마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친북주의를 청산하기 위한 캠페인이 추진되며 이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시킨 것은 국민들에게 민주노동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북주의자들의 실체를 고발하고 이들을 진보정치의 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종북주의 노선에 대한 사회적 질타에도 불구하고 친북주의자들이 지니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한 편협하고 왜곡된 정치의식은 여전히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동당 내 친북노선에 대한 비판을 자신들을 매장하기 위한 마녀사냥 및 색깔론으로 몰아붙이며 사태의 본질을 왜곡시키고 있다. 특히 이번 논쟁의 핵심사안으로 대두된 ‘일심회’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제명문제를 국가보안법에 의해 억울하게 탄압 받는 당원들에 대한 부관참시로 규정하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보통사람의 상식으로 이해되지 않는 친북주의자들의 비뚤어진 정치의식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친북주의자들이 금과옥조로 여기는 실천지침은 외세로부터의 자주, 한국사회의 민주화, 북한과의 통일이다. 대한민국 국민 중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원칙에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들이 주장하는 자주, 민주, 통일의 내용은 일반적 도리와 상식에서 용납되고 수용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친북주의자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이들의 눈에 대한민국은 여전히 미국의 식민지이며 대한민국의 국민은 미 제국주의의 침탈 아래 억압 받고 신음하는 피식민지의 민중일 뿐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과 달리 대한민국은 세계 11위권의 경제강국이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독립국가와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있는 주권 국가이다. 어떻게 식민지가 전시 중이거나 분란중인 해외국가에 파병을 해 평화유지활동을 할 수 있으며 주요 선진국 및 개발도상국에 수 많은 해외지사와 공장을 설립할 수 있겠는가. 한국을 미국의 식민지로 간주하는 친북주의자들의 주장은 언어도단이며 자기파괴적인 편집증에 불과하다.

    친북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한국의 민주화 또한 이미 달성 된 지 오래일 뿐만 아니라 절차상의 민주화를 넘어 실질적인 민주화의 단계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에 이르렀다.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선거에 의해 수평적인 정권교체가 가능하며 집권세력의 실정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희비가 엇갈리는 일이 선거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이와 달리 북한의 정치체제는 일체의 선거를 부정하고 있으며 오직 집권세력에 의해 임명되는 자들만이 공산당 관료의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일당지배와 세습왕조로 대표되는 북한체제를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간주하는 이들의 대뇌구조를 일반인의 시각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끝으로 이들이 주장하는 통일 또한 지극히 북한적인 주장을 답습하고 있다. 대한민국 구성원 중 군사적 물리적 방법에 의한 통일에 찬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정책이 결정되는 한국 사회에서 극단적인 재앙을 초래할 전쟁이 용납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아무리 보수적인 인사라 할지라도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을 지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상호교류와 협력의 증가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핵심적인 과제는 이 과정에서 상호신뢰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나가는 장치를 구현하는 것이지 북한 시스템을 한국사회에 적용하기 위해 고려연방제 통일방안을 관철시키는 작업이 아니다.

    민주노동당 내의 자주파로 불리는 친북주의자들이 대한민국의 위상과 주권을 부정한 채 세상의 고립된 섬으로 살아가며 자국 국민들의 먹거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북한체제를 칭송하고 이를 추종하기만 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이들이 설 자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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