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정국은 엎치락뒤치락 요동치기 마련이다. 2002년 대선도 투표 200일 전까지만 해도 새천년민주당의 노무현,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지지율은 각각 30%대로 엇비슷했으나 6·13 지방선거 이후 노 후보는 지지율 급락으로 3위를 달렸다. 그러나 노 후보는 11월 극적인 후보단일화(정몽준 후보)를 통해 역전을 성사시켰다.

    올해 대선정국도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범여권 대통합 및 후보 단일화, 남북정상회담, 노-DJ간 연대, 한나라당 후보검증, 박근혜·이명박간 갈등의 정도 등으로 판도가 달라질 수 도 있다.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은 올 대선 정국의 ‘주역’을 자처하고 나섰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집권할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고 발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대통합과 후보단일화를 위해 사생결단을 해야 한다”는 훈수정치를 하고 있다.

    두 지도자가 의기투합한 것은 좌파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자신들이 금과옥조(金科玉條)로 믿는 ‘햇볕정책’이 송두리째 훼손될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정권교체에 따른 유무형의 정책실패 심판에 대한 두려움이 작동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5.31일 AP통신 탐 컬리 사장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정상회담 시기와 관련, “그 시점을 우리가 임의로 앞당기기도 어려운 일이지만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서라도 뒤로 늦춰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남북정상회담은 8.15를 넘기면 어려워 진다”며 조속한 남북정상회담 개최추진을 촉구했다.

    이 쯤 되면 올 대선 정국에 남북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평화 무드가 조성되면 한나라당을 ‘반평화세력’으로 몰아 범여권의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다고 믿는 노+DJ+김정일의 ‘남북공조’가 성립되는 셈이다.

    한나라당은 5·29 경제정책토론회 이후 정책공방이 시작되면서 박 전 대표와 이 전시장의 지지율 격차가 소폭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도덕성 검증, 정책공방 과정에서 경선판도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누군가 낙마하거나 급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달팽이의 왼쪽 더듬이 위에 있는 나라와 오른쪽 더듬이 위에 있는 나라가 영토를 두고 싸우다가 수만의 전사자를 냈다”는 장자(莊子)의 와각지쟁(蝸角之爭)이란 우화가 있다. 보잘 것 없는 우리 인간들의 욕심을 무참하게 비판하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의 후보 경선은 대선승리로 가기 위한 과정이다. 경선승리가 본선승리를 절대로 담보해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후보쟁취를 위한 ‘당보다 캠프 우선’ 사고방식이야말로 와각지쟁(蝸角之爭)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최근 ‘탈당 3남매 동영상’ 유포나 ‘L`K의원 공천 배제론’ 등과 같은 ‘비판을 넘은 비난 공방’은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주적 개념을 망각한 처사다.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기에 충분할 정도의 도를 넘은 경선과열은 마땅히 자제 되야 한다.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에서 노 대통령의 강도 높고 적나라한 어조의 한나라당 비판에 대해 한나라당은 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선관위 고발할 방침이다. 선관위도 노 대통령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일각에선 선거법 위반 논란을 감수한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 비판에 대해 '제2의 탄핵사태 기획'이라거나, ‘한나라대 반(反)한나라 대립구도 만들기’로 친노세력 및 옛 여권 지지세력 결집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강재섭 대표가 전면에 서서 다시 ‘노사모 대장’이 된 노대통령의 파상공세를 막아내고 대여공세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노+DJ+김정일의 남북공조를 비롯한 여권의 대통합과 후보 단일화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당 따로 후보 따로’ 대응 방식으로는 범여권을 이길 수 없다. 한나라당이 3개나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줘서는 안 된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경험한 막판 역전패의 악몽을 막을 수 있는 길은 ‘후보 캠프 보다 당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을 후보 캠프 소속원들은 곱씹어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