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졸업장이 곧 ‘실업증서’라는 자조(自嘲)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가운데 젊은이들의 구직대열이 끝이 보이지 않고 노는 청년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청년실업 대란의 원인은 학력 인플레와 고용 없는 성장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기업인의 의욕을 꺽는 각종 규제에서 비롯된다.

    각종 규제는 투자부진으로, 투자부진은 고용감소로, 고용감소는 청년실업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기업규제가 경기회복을 지연시키면서 청년실업을 고착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기 위해 1995~2005년 동안 기업규제를 67%~77% 줄였는데 규제가 10% 감소할 때마다 성장률은 0.14% 포인트 높아졌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사정은 어떠한가. 노무현 정부는 지난 4년간 4만 8499명의 공무원을 늘려왔다. 겉으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말하면서 실제로는 2003년 3월 7794개였던 규제총량을 2006년 6월 8029개로 늘려왔다.

    공무원의 수와 행정규제의 양(量)은 정비례한다. 정부의 경쟁력은 그 크기에 반비례한다. 이것이 선진국이 겪어온 나라 경영의 경험칙이다. 공무원 조직은 견제가 없으면 팽창하려는 속성을 지닌다는 ‘파킨슨의 법칙’에 따라 비대해진 공무원 조직은 필연적으로 정부예산을 늘리고 기업에 대한 간섭과 규제를 양산해서 국가의 성장잠재력을 크게 훼손한다.

    5월 17일 차기 영국 총리에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확정되면서 영·불·독(英佛獨) ‘유럽 빅3’은 50대의 전후(前後)세대를 새 리더로 맞았다. 이들 세 리더는 친미(親美) 실용주의 노선과 성장우선 경제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는 2005년 11월 취임 이후 한 때 ‘유럽의 병자’로 불리던 독일을 성장률 0.9%에서 2.7%로 끌어올렸으며, 실업자를 100만 명 가까이 줄였다. 노동 유연화정책이라는 우파 정책을 써서 ‘메르켈 효과’를 이끌어 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5월 18일 첫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장관직 31명을 그 절반 15명으로 줄이고 여성장관 7명을 임명, 남녀평등내각을 출범시켰다. 주35시간 이상 초과근로 허용, 법인세 인하, 공공부문 축소 등을 통해 반(反)시장적 요소를 걷어내고 실업률 감소정책을 최우선 의제로 설정했다.

    국익의 극대화를 위한 영·불·독(英佛獨) 빅3의 선택과 나라의 선진화를 이뤄야 하는 대한민국과 어떤 연관성을 찾을 수는 없을까. 필자는 바로 ‘작은 정부, 큰 시장’의 우파적 가치관과 ‘성장·실용’의 국가 리더십, 그리고 ‘남녀평등정치’를 통한 여성의 능력을 국가발전에 활용하는 지도자의 필요성이라고 생각한다.

    로마제국을 통치한 현군(賢君)이었던 마르쿠스 아루렐리우스는 그가 쓴 명상록에서 지도자가 갖추어야할 덕목(德目)으로 ‘지혜, 정의감, 강인성, 절제력’을 꼽고 있다.

    첫째, 지도자는 국가의 안정과 발전을 위하여 미래를 기획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과정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적(知的)인 능력, 즉 ‘지혜’를 필요로 할 것이 분명하다.

    둘째, 지도자는 옳고(正義) 그름(不義)을 가리는 원칙을 지키는 도덕적 판단력과 실천력이 필요하며 ‘정의감’이 없으면 국가는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어 내부로부터 스스로 붕괴될 수 있다.

    셋째, 우리 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잘살아 보세’라는 슬로건으로 보릿고개를 넘어 한강변의 기적을 이룬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도 박정희라는 지도자의 ‘강인성’ 덕이었다.

    넷째, 고(故) 호치민(胡志明) 대통령이 기거했던 주택은 방 2칸짜리 10평 정도의 허술한 건물이었다. ‘절제력’을 갖춘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존경과 사랑이 가난한 나라 베트남이 세계 최강 미국과 싸워서 이기게 만든 힘이었을 것이다.

    흩어진 대한민국을 다시 한 마음으로 만들고 도약시키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런 리더십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상의 4가지 덕목(德目)을 고루 갖춘 국민의 신뢰를 받는 지도자를 찾는 길이다. 따라서 지도자의 검증은 피할 수도 없고 게을리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