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이 14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내 체조경기장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대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했다. 당초 대의원 의결정족수 미달 조짐 등으로 전대 무산 상황까지 우려됐었지만 이날 전대에는 대의원 6617명(재적 대의원 9157명, 참석률 72.3%)이 참석했다.

    열린당은 이날 전대에서 대통합신당 추진을 결의하고 기간당원제 폐지를 골자로 한 당헌개정안에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또 정세균 의원을 새 당의장으로, 단독 합의 추대된 김성곤 김영춘 원혜영 윤원호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선출했다. 전체적으로 질서있는 분위기 속에서 전대가 진행됐지만, 과거 전대와 같은 격정과 열광하는 모습 등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김근태, “지난 몇 일 밤 체육관 텅텅 비면 어쩌나 오금이 저렸다”

    이날 전대에선 기간당원제 폐지에 반발하는 당내 강경 사수파 당원들의 전대 무력화 시도도 우려됐었지만, 대체로 차분하고 침착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러나 전대 행사장 주변에는 열린당을 탈당한 의원들을 비판하는 일부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당초 대의원 의결 정족수 미달에 따른 전대 무산을 우려한 듯, 김근태 당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몇일 밤 오금이 저렸다. 전대 성원이 안돼서 당이 난관에 부닥치면 어떻게 할건지, 잠실 체육관이 텅텅비어있는 꿈으로 몇 번이나 잠에서 깨 일어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그간의 심경을 토로했다.

    김 의장은 이어 “군사독재 시대의 민청련의 ‘불가능을 헤치고 물속을 헤엄치고 가시덤불 돌무덤 바위산을 넘어서 모두 여기에 왔구나’라는 노랫말이 생각난다”면서 “대의원 여러분들은 난관을 헤치고 역경을 뚫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며 거듭 고마움을 표했다.

    장영달, “탈당이유 묻지 않겠다. 즉각 복귀하라”

    전대 의장을 맡은 이미경 의원도 대회사를 통해 “매우 절박하고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모였는데, 당을 걱정하면서 기꺼이 이 자리를 가득 메워준 당원 대의원 동지 여러분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열린당은 국민들 속으로 깊이 들어가 소통하고 국민들을 통합시키지 못했다. 힘을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제각기 자기 소리만 내는 데 열중했다”면서 “철저한 반성으로 오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평화민주개혁세력의 기치를 들고 대통합신당의 길로 나가자”고 했다.

    이어 원내대표 인사말에 나선 장영달 원내대표는 “지금 국회에선 한나라당이 ‘본회의 좌석을 비켜라’ ‘상임위원장 자리 내놔라’하는 등 여러 가지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면서 “국민이 만들어준 국회 제1당이 무너지고 과거 대한민국의 박정희 전두환 군사 탱크가 서울시내 새벽에 밀고 들어왔듯이 국회에선 한나라당 탱크가 국민과 열린당 등을 짓밟고 몰려오고 있다”며 원내 운영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배기선, “오늘 강풍은 12월 승리의 바람을 일으키라는 하나님의 계시”

    장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타깃을 탈당파 의원들에게 겨냥 “탈당이유를 묻지 않겠다”며 “다시 돌아와서 국민이 만들어준 제1당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에 즉각 복귀하라”면서 탈당파 의원들의 당 복귀를 종용했다.

    장 원내대표는 “이순신 장군은 배 12척을 갖고 수백척의 왜놈을 물리치고 나라를 구했다”면서 “열린당이 비록 어렵지만 힘을 합쳐 국민과 함께 대통합으로 12월 승리를 향해 전진하자”고 울부짖었다.

    전대 지도부 선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배기선 의원은 “중국 베이징에서는 2월 13일 6자회담이 타결됐는데 이것은 바로 오늘 전대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것을 축하하는 선물”이라면서 “오늘 대통합으로 결의로, 12월 승리를 향해 나가자”고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당원들 “개념없는 탈당파 넘들, 쓰레기통으로” “고맙네 탈당파들, 스스로 분리수거 해줘서"

    배 의원은 “오늘 갑자기 왜 강풍이 불고 있는지 생각해 봤느냐”고 물으면서 “바로 이 바람은 2007년에도 반드시 12월 승리의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것을 하나님께서 계시해줬다”면서 당원들과 대의원들에게 호소했다.

    이에 앞서 전대 행사장 주변에는 탈당한 의원들을 비난하는 일부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분노가 터져나왔다. 일부 지역의 대의원들과 당원들은 행사장 입구 앞에서 “고맙네 탈당파들, 스스로 분리수거 해줘서” “실패책임 회피하는 탈당파들 금배지를 던져라” “개념없는 탈당파넘들 쓰레기통으로” “탈당파 의원님들, 너나 잘하세요”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탈당파 의원들을 강력 ‘규탄’(?)했다.

    이날 전대에선 대통합신당 추진을 위한 당의 진로를 묻는 안건 처리 과정에서 대의원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통합주장, 무원칙한 해당행위 포기하라”는 피켓을 들어보이면서 이의를 제기했지만 박수 소리와 함성에 묻혀 지나쳤다. 또 지도부 선출 건과 관련해서는 이의를 제기하는 한 당원이 있었지만 '무시'됐다.

    대통합신당추진 전대 의제 이의 제기한 당원있었지만 박수소리에 묻쳐

    아울러 단독 합의 추대된 김성곤 김영춘 원혜영 윤원호 의원의 후보자들은 ‘죽고자하면 살고 살고자하면 죽는다’(김성곤) ‘책임지는 리더십’(김영춘) ‘화합과 통합을 위한 리더십’(원혜영) ‘’대통합신당의 소서노‘(윤원호) 등 다양한 프랜카드를 내걸고 대통합신당추진 결의를 호소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러나 추운 날씨와 평일이라는 탓에 열띤 분위기는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다. 대회장 밖의 일부 당원들은 삼삼오오 천막안에 모여 얼은 몸을 녹이는데 바쁜 모습을 내보였다.

    열린당의 전대가 무난하게 치러짐에 따라, 향후 대통합신당 추진을 놓고 열린당 잔류파와 김한길 의원의 집단탈당파, 천정배 의원을 축으로 한 '민생정치모임' 등 범여권 내부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정세균 당 의장이 사실상 와해 상황에까지 이른 당의 내분을 어떻게 수습할 지 여부에 당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이날 전대에는 당 상임고문인 김원기 국회의장, 당 고문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를 비롯 정동영 신기남 유재건 전 의장과 김완주 전북지사 추병직 건 건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