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22일자 오피니언면 '오후여담'란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청와대 삼겹살 파티'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에서 생활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청교도적 삶’을 요구하려는 얘기가 아니다. 사생활이 있어야 겠지만 공사(公私)는 구별해야 할 것 아닌가. 노무현 대통령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을 청와대에 초청해 삼겹살 파티를 하려 했으나 노사모가 거절해 무산됐다는 보도. 최고 권부(權府)인 청와대가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돌아온 후 어수선한 국민에게 던져준 소식이 고작 이런 것밖에 되지 못하는가. 노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도가 10%대인 데 대해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안심살 파티도 아니고 삼겹살 파티 좀 하는데 뭐가 잘못됐느냐고? 사조직에 쓰일 그 경비는 개인 돈으로 낼 생각이었는가.

    미국 대통령은 가족의 식생활비, 심지어 세탁비까지 백악관과 따로 계산한다. 동창들을 불러들이는 사적 만남에서 밥을 먹으면 대통령이 낸다. 노 대통령이 2년전 자신의 출신 고교인 부산상고 동문 200여명을 부부동반으로 청와대에 초청해 모임을 가졌다. 그 경비, 누가 냈는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재임중 딸의 대학 입학식에 참석할 때 대통령 전용기를 탔지만 비행기 삯은 자신이 지불했다. 공직 수행이 아니라 학부모 자격으로 간 것이기 때문이다. 공과 사의 구별이다. 미국 대통령은 고향 방문 때도 여비는 개인부담이다. 지난달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게 될 집터를 둘러보느라 고향을 다녀왔다. 그것이 공무의 일환인가. 퇴임 후 문제는 개인사 아닌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카트리나 수해 때 낸 구호 기금은 월급을 턴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내는 그 숱한 ‘금일봉’은 대통령 월급에서 나온 것인가, 아니면 청와대 예산에서 나온 것인가. 안되는 것이 없는 제왕. ‘낙하산 인사’의 발상도 이런 구도 때문이다. 공직을 승자의 전리품에 불과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승만은 부인이 전구(電球)를 넣어 꿰맨 양말을 신었고, 박정희는 변기 물을 아끼기 위해 물통에 벽돌을 넣고 살았다. 대통령의 절약·절제·근면은 언제부턴가 전설로 사라졌다. 13억 인구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11년이 넘은 낡고 해진 점퍼에 신발 밑창이 터진 운동화를 신고 있다. 중국인들이 인터넷에서 “총리여, 아 총리여!”라고 감격하는 글을 보았는가. 삼겹살 파티여, 아 그 발상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