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에 대한 미국비자면제 프로그램 적용은 아직 이르다”

    내달 15일 한국을 떠나는 주한 미국대사관의 마이클 컬비(Michael Kirby) 총영사가 22일 서울 세종로 주한 미 대사관에서 가진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이날 미국의 비자 정책과 한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등 지난 2년간 주한 미 총영사의 시각에서 본 한국과 한미 양국 간의 전반적인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컬비 총영사는 우선 한미간 주요 현안인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과 관련, “내년쯤 자격이 갖춰질 것으로 본다”고 운을 뗀 뒤 “한국이 미국 비자면제국이 되려면 3~4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비자면제국이 되기 위한 조건인 ‘2년간 3% 미만의 비자거부율 유지’ 기준에 매우 가깝게 접근했다”면서도 “먼저 가입된 일본은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이 적용될 당시 더 나은 경제상황이 고려됐었다. 한국의 경제상황이 점차 일본과 대등한 수준까지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보도를 보니 한국의 빈곤층 비율이 3년 전과 비교할 때 증가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또 “(비자면제국이 되려면) 비자거부율 기준도 충족돼야 하지만 양국 사법공조 협력이 강화돼야 하고 미국 정부와 의회가 한국에 대해 편하게 느끼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올 가을, 유럽의 작은 나라 몰도바에 대사로 부임하는 그는 미국의 이민정책과 관련, “한미 역사가 각각 다르듯 이민정책도 다르다. 한국은 이민자의 나라가 아니지만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로 이민의 역사가 배경에 깔려있다”며 “기본적으로 살기 위해 미국에 온다는 전제를 두고 심사를 하기 때문에 이민기준을 적용하는 데 있어 더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컬비 총영사는 “미국에서 한국 여성의 성매매가 심각한 문제”라며 “이 문제가 한국의 미국 비자면제 프로그램 가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간접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한국 여성들이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사례를 거론한 뒤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은 아직 미비하다”며 “미국에까지 와서 매춘을 할 수 밖에 없는 그들의 경제적 상황이 무엇인지 한국 정부가 긴밀히 살펴 봐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컬비 총영사는 한국의 원정시위대가 지난 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저지’를 위한 시위를 벌인 데 대해 “시위 자체가 위험성을 내포하지만 미국 경찰에 사전 허가를 취득한 평화적인 시위, 집회, 행진에는 적극 협조한다”며 “미국을 좋아하지 않아도 미국에 위해만 가하지 않는다면 입국에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그 사람이 불법 과격시위 등 자국의 위험을 끼치는 행위를 했을 때에는 미국비자 발급이 제한되는 등 엄정한 조치가 가해진다”고 강조했다.

    비자발급 기준이 개인의 사상과는 별개라는 의견을 나타낸 그는 “한국사람들이 가진 사상, 문화는 판단기준이 되지 않는다. 폭력이 개입되지 않는 한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민주주의”라고 전제한 뒤 “시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비자거부를 한다면 다수의 한국 학생들이 여기에 해당되는데 그 사람이 과거에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그 사람이 기소가 됐다면 기소 내용에 중점을 두고 판단한다”고 부연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 그는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담당 차관보가 이날 언급한 ‘북한이 아주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다’는 의견에 동감을 나타내면서 “핵무기는 소수가 가지는 게 안전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2년간 총영사로 지내면서 느낀 한국에 대한 애정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한국은 더 이상 개도국이 아니라 활력과 생명력이 넘치는 사회”라며 “특별한 광물자원 하나 없이 자원이라고는 인력밖에 없는 국가에서 지금의 경제력을 이뤄낸 데 대해 다른 국가들이 주목하고 있으며 또 이를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이 이런 변화의 한 가운데에 비자 면제 프로그램이 있다고 본다”며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성숙한 군사동맹 ▲경제 동맹 ▲인력교류에 의한 동맹 등을 통한 현대적 한미 동맹관계의 발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클 컬비 주한 미 총영사 주요 약력]

    1976년 펜실베니아대학교 졸업
    1992-95년 주 덴마크 영사 
    1998-2001년 미 국무부 정보조사국장
    1996-98년 주 독일 영사
    2001-2004년 주 폴란드 총영사 
    2004년 주 대한민국 총영사
    2006년 몰도바 대사 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