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5일 사설 <남북 철도 ‘북풍성 이벤트’ 안 돼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남북이 경의선과 동해선 남북철도를 25일 시험운행하기로 그제 합의했다. 이 중 경의선 운행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6월 12일 중단된 뒤 55년 만에 재개되는 것이다. 시험운행이라고는 하나 남북 화해·협력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작지 않다.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정기운행이 될 수 있도록 남북이 노력해야 한다.

    북이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은 다음 달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방북을 염두에 뒀을 개연성이 크다. 경의선 철도 연결은 2000년 6·15정상회담 직후 1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합의한 것으로, DJ는 그동안 기차로 재(再)방북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DJ의 방북이 아니다. 시험운행이 정기운행이 돼 남북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어야 한다. 경의선은 2002년 12월 구간공사가 완료돼 2003년 6월 궤도 연결식까지 했지만 운행되지 않았다. 북의 군부가 반대했기 때문이다.

    다수 전문가는 북이 ‘6·15남북공동선언’ 당사자인 DJ에 대한 예우를 통해 ‘공동선언’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공동선언’의 정신이 ‘우리 민족끼리’이므로 남북이 힘을 합쳐 미국의 대북(對北) 압박에 맞서자는 것으로, 결국 ‘민족’을 내세워 남으로부터는 더 많은 것을 얻어내고, 한미관계 틈새는 벌리려 한다는 것이다.

    북이 “북에 많은 양보를 하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몽골 발언’ 직후에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북은 과거에도 비료, 식량 등이 필요하면 유화적인 태도로 나왔고, 대개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 이번 합의에 대한 우리 측의 대가(代價)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일각의 관측대로 북의 경공업 활성화에 필요한 원자재를 지원키로 한 것인지, 아니면 노 대통령이 말한 ‘물적, 제도적 지원’을 말하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치권에선 벌써 “선거용 신(新)북풍 공세”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의문점들이 해소되어야 한다. 남북 양측의 정략적 필요에 의해 열차가 한 차례 달리다 만다면 오히려 실망만 키울 수 있다. 미국에 대해 개성공단의 필요성을 설명해야 할 우리로선 이 또한 부담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