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도시특별법 통과에 반대하며 의원직을 던진 박세일 전 한나라당 의원(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박 전 의원은 5·31지방선거 당내 경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대한민국 선진화 전략'이란 책을 출간하고 23일엔 출판기념회를 겸해 박 전 의원이 이사장으로 있던 안민정책포럼 주최로 '대한민국 선진화!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의 토론회를 개최한다. 때문에 정가에선 박 전 의원의 행보를 두고 '정계복귀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제3의 인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박세일 서울시장 도전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예비후보들은 박 전 의원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미 당 인재영입위원회에서 박 전 의원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고 당내 소장파 의원들도 박 전 의원을 만나 서울시장 출마를 놓고 의사타진을 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설은 끊임없이 제기돼왔기 때문.

    '사실상 외부영입은 끝났다'는 당내 목소리가 적잖은 상황에서 이처럼 박 전 의원의 서울시장 도전설이 나오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박세일'이란 상징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박 전 의원은 보수진영 내 대표적인 개혁적 인물로 꼽히고 있다. 박 전 의원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발탁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사회복지수석을 역임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2002년 대선 당선 직후 박 의원과 만나 국정운영에 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이 정치·경제·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많은 경륜을 갖고 있다는 점도 그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는 미국 코넬대학에서 노동관계 노동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동 대학의 노동경제학부에서 법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제발전론과 노동경제학을 전공했다. 또 10년 간의 미국 생활 이후 한국에 돌아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수석 연구원으로 활동했고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때문에 박세일이란 네임밸류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는 것.

    이제 단순히 '수도서울'이 아닌 '글로벌 서울' '세계적인 도시 서울'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많은 국제경험과 정치·경제·사회 등 전분야에 대한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박 전 의원의 이력은 신보수 세력에겐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나라당 개혁성향의 한 재선 의원은 "박 전 의원은 우파의 전도사 역할을 할 인물"이라며 "수도분할반대범국민운동과 뉴라이트 진영 그리고 범보수 세력이 연대해 박 전 의원을 사령탑으로 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이 같은 이유로 "무엇보다 박세일이라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같은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했다.

    박 전 의원은 한나라당이 당의 외연확대 측면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뉴라이트 진영으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토론회 및 출판기념회에 참여하는 인사들만 봐도 이번 행사가 단순한 출판기념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부 토론회엔 김진현(세계평화포럼 이사장) 박효종 (교과서포럼. 서울대 국민윤리학과 교수) 신지호(자유주의 연대.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유장희(선진화정책포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윤창현(바른사회시민회의.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이각범(선진화정책운동. IT 전략연구원) 이석연(시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헌법포럼) 제성호(뉴라이트 전국연합. 중앙대 법과대학) 조전혁(자유주의 교육연대. 인천대 경제학과)씨 등의 인사들이 발제자로 참여한다.

    2부 출판기념회에도 조순(명지대 경제학과 석좌교수. 전 경제부총리) 박관용(21세기 국가발전연구원 이사장. 전 국회의장) 이홍구(서울국제포럼 이사장. 전 국무총리) 이수성(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전 국무총리) 이인호(명지대 인문대학 석좌교수. 전 러시아대사) 장기표씨(새정치연대 대표. 전 한국사회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정가에서도 '박세일+뉴라이트' 연대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고 서울시장을 둘러싼 여당과의 본게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의 지원이 절실한 만큼 박 전 의원의 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뉴라이트 진영을 비롯한 보수진영에서 박 전 의원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이 현재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들 보다 확실한 카드를 찾고 있다는 점도 박 전 의원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특히 이 시장의 경우 '제3의 인물' 찾기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상황.

    박 전 의원 측도 정계복귀에 대한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박 전 의원 측 관계자는 16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 전 의원은 지금도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는 데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고 그것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의원직을 던지고 교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상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또 "이 시장이 제3의 인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박 전 의원이 이 시장과 친분관계가 두텁다는 점에서 서울시장 출마도 생각할 수 있는 문제"라며 "이 시장과 박 전 의원은 미국에서 같이 생활도 했고 박 전 의원이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사장도 역임했기 때문에 의사소통을 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고위 관계자도 "박 대표와 이 시장이 박 전 의원을 선택한다면 경선을 치르더라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박 전 의원의 서울시장 출마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않다. 일단 박 전 의원이 행정도시특별법 통과로 의원직을 버릴 당시 박 대표와 감정대립을 펼치며 둘 사이에 앙금이 남아있다는 것. 박 대표 측 관계자는 "박 대표 입장에선 당시 박 전 의원에게 뒤통수를 맞은 것"이라며 "박 전 의원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좋지 않다"고 했다. 다른 고위당직자 역시 박세일 출마설에 고개를 저었다. 이 당직자는 "외부영입설이 계속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박 전 의원 출마설도 나오는 모양인데 쉽지 않다며 "지금 당내에선 정몽준 출마설까지 나오는데 현재로선 아무 것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출사표를 던진 후보자 측에서도 '누구든 외부인사 한명은 경선에 참여할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어 심상치 않은 박 전 의원의 움직임이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