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형제 사이서 '사랑의 줄다리기'..최후 승자는?"김상호-김광규 중 굳이 한 명만 택하라면? 박빙이죠"

  • "경상도 사투리 다 고쳤는데..이제 본색 발휘"

    팜므파탈도 이런 팜므파탈이 없다. ‘순진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김광규와 김상호, 류승수를 동시에 품고 있다. 게다가 김광규와 김상호는 쌍둥이 형제다. 세 남자의 마음을 제대로 홀린 '마력'의 소유자는 바로 중견 연기자 윤지숙. 극중 이름은 최미숙이다. KBS 2TV 주말드라마 '참 좋은 시절'에서 윤지숙은 채소장수 최미숙으로 출연, 신기에 가까운 ‘밀당 신공’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드라마 자체가 인공감미료가 하나도 없는 천연 드라마죠. 좀처럼 악한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고요. 그래서 제가 나오는 장면들이 더욱 시선을 끄는 것 같아요. 복잡한 ‘애정 구도’만 놓고 보면 막장 요소가 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극중 강쌍식(김상호 분)와 최미숙(윤지숙 분)은 10년째 키스도 못해본 사이에요.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라고나 할까요?


    참으로 이상한 드라마다. 첩과 본처가 함께 살고, 집안간 복수극이 진행되지만 전개되는 양상은 '따뜻함' 그 자체다. 이렇게 아름다운 막장 드라마도 있었나? '참 좋은 시절'은 모두가 바라는 '참 좋은 시절'을 위해 조금은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인생 곡선을 교차해가는 드라마다.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보다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사람들의 치부를 발가벗기는 대신, 지긋이 '관조(觀照)'하는 형식이다. 일반적인 드라마였다면 윤지숙이 맡은 캐릭터는 그저그런 조연으로 치부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선 윤지숙의 역할이 유독 밝게 빛나 보인다.

    저와 얽혀 있는 분들이 극중에서 유일하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캐릭터들이에요. 그래서 주위 분들이 저희가 나오는 신이 기다려진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저희들이 알콩달콩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한 템포 쉬어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 강력한 부산 사투리에 뽀글뽀글 파마 머리로 무장한 윤지숙은 영락없는 비호감 캐릭터다. 이런 그녀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남자들을 바라보면서 시청자들은 웃음을 참지 못한다. 그런데 윤지숙의 '과거'를 아는 사람이라면, 되레 이같은 캐릭터가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오래 전에 승무원 생활을 했었어요. 94~95년까지 만 2년 정도 했어요. 벌써 20년 전이 됐네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했으니..


    세상에 억척스런 채소장수 최미숙이 승무원 출신이란다? 연기자 윤지숙의 과거는 그 자체만으로도 반전 요소를 듬뿍 담고 있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이 같은 일상이 반복되는 직장 생활이 싫어 과감히 사표를 내던진 윤지숙. 그는 친구의 권유를 받고 KBS와 SBS 공채 탤런트 모집에 원서를 내밀었다.

    다 붙었어요. 두 군데 시험을 쳤는데 덜커덕 다 붙은 거죠. 그래서 연기를 만만하게 봤던 거 같아요. '정 때문에'라는 드라마를 통해 신인상까지 받았지만 그 다음 작품이 잘 안됐어요. 이후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하면서 '생활 연기자'가 됐죠.



  • 일은 꾸준히 있었지만, 착하고 가련한 캐릭터만 도맡아 하면서 윤지숙의 연기 영역은 점차 좁아져갔다. 그러던 차에 최미숙이란 거친 캐릭터가 그의 손에 쥐어졌다. 일생일대의 기회였다.

    제가 맡은 배역요? 아주 마음에 들죠. 그동안 제가 변신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쯤은 망가지는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차에 미숙이란 캐릭터를 제안받은 거죠.


    게다가 최미숙은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토종 캐릭터다. 함부로 범접하기 힘든 역할이었지만 경상도 출신인 윤지숙에겐 누워서 떡먹기보다 더 쉬운 과제였다.

    제가 경상도 출신이거든요. 경상도에서 20년 이상 살았는데 그동안 사투리 연기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지금껏 절반 이상을 아침 드라마만 하다보니, 그런 배역이 저에게는 안 돌아오더라구요. 운좋게 최미숙이란 역할을 맡게 되면서 저보다 고향에서 더욱 좋아라하셔요. '네가 사투리 할때가 제일 시원하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그래도 사람의 욕심에는 끝이 없는지라, 사투리 소원을 푼 그녀에게 이젠 '조금' 예뻐지고 싶은 소망도 생겼다고.

    어제도 변신하는 신을 찍었어요. 드라이도 하고 메이크업도 하고 촬영장에 갔는데 글쎄 다들 저인줄 몰라보시는거 있죠? 누구지? 누구지? 하다가 일제히 오오~ 하는 반응이란.. 다들 저에 대해 안타까워하시죠. 좀 예쁘게 나오면 좋으련만 하시면서..


    현재 쌍둥이 형제와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윤지숙은 “이 사람과도 연애를 해보고, 저 사람하고도 연애를 해볼 수 있는 지금 상황이 너무 좋다”며 100%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순박한 외모와는 달리 ‘팜므파탈적 본능’이 꿈틀대는 윤지숙은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다.

    시청자로하여금 ‘그 사람 왜 안나와?’ 하고 기다리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쓰여진 대본 만큼만 충실히 느낌을 살려도 저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는 후배들에게 버팀목처럼 든든한 윤여정 선배님과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 다음은 일문일답

    - 원래 승무원 출신이죠? 얼마 동안 하셨나요?

    ▲만 2년 정도 했어요. 94~95년까지, 벌써 20년 전이 됐네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했으니.

    - 승무원 생활이 지겨웠나요?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이, 계속 같은 일이 반복됐어요. 뚜렷한 변화도 없고...어느 순간 너무 비행하기가 싫더라고요. 저는 회사원이랑 안맞는거 같아요. 더 이상 발전적인 일도 없고, 창의적인 일도 없잖아요?

    - 그래도 당시엔 인기가 많으셨죠? 

    ▲외국 분들, 아저씨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죠. 호호. 

    - 영어 실력도 대단하셨겠네요.

    ▲영어는 잘 못했어요. 승무원은 영어를 잘해야 진급이 빨라요. 영어만 잘하면 한참 후배라도 승급이 빠른 편이죠. 

    - 그러면 윤지숙씨는 영어보다는 미모로 승부? 

    ▲호호. 뭐 그런건 아니고..

    - 아무튼 드라마가 잘돼서 좋으시죠?

    ▲원래부터 잘 될거라고 생각은 했어요. 전작 드라마가 너무 쎄서 좀 걱정을 하긴 했지만.. 워낙 이경희 작가가 뒷심이 있으신 분이고, 배우들이 짱짱하잖아요? 

    - 스타급 배우들이 많은 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지 않나요? 분량 문제도 그렇고..

    ▲일단 분량에 대한 욕심은 버려야 해요. 가장 좋은 점은 제가 선생님들 연기를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작가님 역량이 정말 뛰어나세요. 예를 들면 달랑 '한 신'만 나와도 그 사람이 보여요. 다른 작품과 비교하면 '열 신' 나오는 정도로 임팩트를 준다고나 할까요? 이번 드라마를 하면서 처음으로 '이 대본만큼 내가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대본을 받아볼 때마다 너무너무 재미가 있어요. 이렇게 내가 읽을 때의 재미를 연기로 잘 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하게 되는 거죠. 사실 행복한 고민이죠. 쓰여진 대로만 연기를 잘 하면 되거든요. 일단 지문이 아주 자세하게 써 있어요. 진주 분이라 사투리도 아주 정확해요. 배우들이 달리 할게 없어요. 지문에 행동이나 감정 등이 섬세하게 표현돼 있어요.  

    - 배우 분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아주 좋아요. 다 아시다시피 걸출한 남자 배우 두 분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요. 한 분은(김광규) 코믹 연기의 대가시고, 김상호 선배는 좀 더 깊죠. 연극이나 영화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촬영에 임하실때마다 연구를 정말 많이 하고 오세요. 저는 드라마만 했기 때문에 대사만 정확하게 외워서 가는 편이었죠. 그래서 아이디어 같은 건 별로 없는데, 그 분은 연기에 임하는 자세부터가 달라요. 연구를 굉장히 많이 해오십니다. 겉보기에는 술렁술렁 하시는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자기 의사 표시도 정확하신 편이고요.

    저희들은 당연히 이 부부에서 이렇게 연기를 할 것 같은데, 그 분은 그 선을 뛰어 넘으세요. 매신마다 그런 편이에요. 호호. 맨 처음 저와 연기한 신이 트럭에서 포옹하는 장면이었는데요. 정면에서 안는 게 아니라, 독특하게도 '측면에서 안으면 어떨까'하는 제안을 하시는 거예요. 말 없이 리액션만 하는 신에서도 '이럴때 대사를 하나 넣으면 어떨까요?' 하는 돌발 제안을 하신 적도 있고요. 경력만 보면 오히려 그 분이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넓은 영역에서 연기를 하셨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연기에 획일화 된 부분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윤지숙씨는 미모가 아주 뛰어나시잖아요? 그러면 러브라인을 그릴 때에도 어느 정도 격이 맞는 분들과 연기를 하는 게 보기에도 좋을 것 같은데요. 러브신 연기를 할 때 솔직히 감정이 잘 생기는 편인가요?

    ▲(감정이)생기더라고요. 하하. 물론 처음에 캐스팅 됐을 때에는 좀 그랬지만... 연기를 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냥 미숙이가 됐죠. 거부감도 전혀 안들었어요. 연기를 잘하면 그 사람이 매력적으로 보이더라고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아이디어를 내시니까 왠지 멋있어 보였죠. 성격도 좋으시고. 무엇보다 준비를 철저히 해오시니 정말 연기를 '할 맛 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세요. 연기를 할 때 맥이 끊긴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항상 긴장감 있게 들어가다보니 '이게 연기구나'하는 생각이 들죠. 신인들과 연기를 하면 내가 연기를 한 것 같지고 않고 끝나고 뭔가 찝찝한 느낌이 들기도 하는데. 여기에선 힐링 되는 느낌이에요. 소모되는 느낌도 전혀 없고요. 

    - 이번에 맡으신 배역은 마음에 드세요?

    ▲그동안 제가 변신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래서 한 번쯤은 망가지는 역을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던차에 미숙이란 캐릭터를 제안받은 거죠. 

    - 드라마에서 사투리 연기가 아주 일품이시던데요?

    ▲처음에는 제 주변 분들이 저를 몰라 보시더라구요. 제가 경상도 출신이거든요. 경상도에서 20년 이상 살았는데 그동안 사투리 연기를 할 기회가 없었어요. 

    - 전혀 몰랐습니다. 서울 출신인줄 알았어요. 

    ▲말투는 승무원 시절에 고쳤죠. 그래도 아직 남아 있어요. 급할때는 막 나와요. 호호. 특히 친구들하고 있을 때에는 그런 편이죠. 정말 사투리 연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지금껏 반 이상을 아침 드라마만 하다보니, 그런 배역이 저에게는 안 돌아오더라구요. 

    - '참 좋은 시절' 출연진은 연령대가 참 다양한 것 같아요. 실제 대가족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하구요.

    ▲아직은 제가 세트장에 들어가질 않아서 가족 같다는 느낌까지는 받지 못했구요. 그보다는 연기를 할때 일종의 희열감을 맛보고 있어요. 언젠가 제가 식구들 사이에 들어가 연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그때 윤여정 선배님도 참여를 하셨어요. 그런데 10페이지 분량의 신을 NG 한 번 없이 일사천리로 끝내는 거예요. 그 때 짜릿짜릿한 느낌을 받았어요. 이 속에서 내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했죠. 워낙 베테랑 분들만 모인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막내격인 연기자분들도 다들 연기를 잘 해요. 심지어 아역 배우들은 원로 느낌이 날 정도라니까요. 이 친구들이 부산 애들이라 사투리 연기가 아주 일품이죠.

  • - 인기 드라마에 출연하면서 주위의 반응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요. 예전보다 많이들 알아보시는 편이죠?

    ▲글쎄요. 잘 몰라보던데요? 하하. 제가 비주얼에 따라 얼굴이 확확 달리지는 편이에요. 심지어 지금도 찍고 있는 '산너머 남촌에는' 멤버들도 저녁을 먹으면서 드라마를 봤다는데, 지숙인가? 아닌가? 하고 헷갈렸었대요. 남자들이 눈썰미가 없긴 없나봐요. 어제도 변신하는 신을 찍었는데요. 10년간 비밀 연애를 해왔던 쌍식(김상호 분)과 교제 중인 사실을 공개하기로 한 거죠. 그래서 드라이도 하고 메이크업도 하고 촬영장에 갔는데 다들 몰라보는거있죠? 누구지? 누구지? 하다가 일제히 오오~ 하는 반응이란.. 결국 인사는 못드렸는데요. 다들 저에 대해 안타까워하시죠. 좀 예쁘게 나오면 좋으련만 하시면서..

    - 당초 구성됐던 시놉시스가 좀 바뀌기도 하나요? 일단 미숙이의 분량이 좀 늘어났는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아요. 원래 가족이 없었는데 언니가 등장했고, 그동안 야채를 납품만 했는데 족발집 바로 앞의 건물을 제가 인수를 하게 됐죠. 거기에 윤유선 언니가 세들어 살게 됐고요. 족발집과 가까워졌으니 한데 묶어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됐어요. 

    - 전반적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코믹한 부분을 담당하시는 만큼 나름 부담감도 크시겠어요.

    ▲부담보다는 그냥 우리끼리 신나게 촬영하고 있어요. 주위 분들도 너희 신이 제일 재미있다면서 기다려진다는 말들을 많이 하세요. 

    - 혹시 좀 더 재미있게 연기하기 위해 애드리브를 넣기도 하시나요?

    ▲제 언니로 나오시는 분이 애드리브의 대가이세요. 호호. 저도 간혹 욕심이 나기도 하는데 드라마를 오래 하다보니 거의 대본에만 충실하는 버릇이 생겨서 쉽지는 않네요. 또 어떤 작가 분들은 지나친 애드리브를 싫어하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아직은 좀 조심스럽죠. 그런데 대본 그대로 하는 게 꼭 능사는 하니더라고요. 언젠가 대본 그대로 연기를 했더니 '서울 사람들은 도저히 못 알다듣겠다'는 말이 나와, 다시 알아 듣기 편하게 대사를 고쳐서 촬영을 한 적이 있어요. 

    - 본인의 사투리 연기에는 만족하시는지?

    ▲동창들이 역시 제가 제일 자연스럽대요. 서울 사람들은 아무래도 사투리를 쓰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죠. 이제는 사투리를 구사하는 게 '제 2 외국어'처럼 '실력'이 돼 버렸어요. 저도 이런 시대가 올 줄은 몰랐네요. 저도 이번 기회를 빌어 사투리를 잘 구사하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요.

    - 하긴 얼굴은 도회적인데 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구가한다면 나름대로 색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습니다.

    ▲요즘 부산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들이 많잖아요? 제가 인지도가 높은 얼굴이 아니라서 영화에서는 더 선호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영화 '변호인'에서 부인 캐릭터를 보고 '나도 저런 배역을 맡아보고 싶다'는 열망이 일었어요. 그런 제안이 들어온다면 언제든지 오케이입니다.

    - 본인 스타일이 좀 담대한 편인가요?

    ▲그런 편이에요. 그런데 연기에 임할때는 늘 신인같죠. 겉으로 티는 안내지만 항상 긴장하고 연기를 하는 편이에요. 연기한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20년 가까이 됐네요. 

    - 다른 연기자 분들께 여쭤보니 지숙씨는 거의 대본을 통째로 외워 오신다는데..

    ▲일단 대본 암기하는 것 만큼은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연기를 오래하다보니 시야가 좀 넓어진 것도 현장에서 여유를 갖게 하는 요소가 되는 것 같고요. 대신 오지랖이 넓어졌어요. 어제같은 경우도 누구 대사인데, 다른 사람 대사 분량이 나온 거예요. 하시는 분도 그걸 숙지를 못하셨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참견을 좀 했어요. 아무래도 제가 스스로 피곤해지는 스타일인가봐요.  

    - 김상호씨나 김광규씨와 어떻게 친해지게 됐는지 궁금하네요. 드라마에서 비쳐지는 모습과 실제 성격이 같은지도 궁금하구요.

    ▲일단 두 분의 성격이 매우 다른데요. 김상호 선배님은 촬영장에 가시면 되게 여유가 있으세요. 슛 들어가기 전까지 농담 따먹기를 하다가 사인이 나면 진지하게 연기를 하는 스타일이죠. 김광규 선배님은 낯을 좀 가리는 편이에요. 첫 대면할 때 제가 핫팩을 드린 적이 있어요. 미숙이는 캐릭터상 옷을 두껍게 입을 수가 있는데 김광규 선배는 주방장이라, 하얀 얇은 옷만 걸치고 오들오들 떨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핫팩을 드렸더니 '안주셔도 되는데..' 라고 하시면서 되게 좋아하시더라구요. 조금 친해지면서 각자 커플과 호흡을 맞출때면 서로를 자극하는 농담을 던지기도 해요. 가령 윤유선 선배와 김광규 선배가 둘이 있으면 '되게 좋아보인다'며 놀리기도 하고, 반대로 김상호 선배랑 제가 포옹하는 신이 있으면 저쪽에서 '좋텐다'라고 툭툭 말을 건네는 식이죠.

    - 두 분과 함께 연기를 하다보면 재미있는 일이 많겠어요.

    ▲김광규 선배는 분위기 메이커예요. 똑같은 대사도 잘 살리는 능력자이시죠. 두 분이서 누가누가 더 잘생겼는지를 놓고 진지하게 싸운 적도 있어요. 서로 자기가 더 낫다고 우기는 거 있죠?

    - 둘 중에 누가 더 낫나요?

    ▲박빙이에요. 어려운 거 묻지 마세요.

    - 평소 두 분 호칭은 뭐라고 부르나요?

    ▲그냥 선배님이라고 불러요. 아직 '오빠'라고 부르기는 좀 그렇고. 방송 경력만 보면 선후배 관계가 좀 애매해지는 감이 있는데, 저는 그냥 선배님으로 부르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일단 나이가 많으면 인생 선배잖아요? 친해지만 오빠라고 부르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닌 것 가타아요. 김광규 선배는 여전히 저를 깍듯하게 대하세요. 나중에 낮술이라도 할 기회가 있으면 그때 말을 놓겠대요. 

    - 현재 녹화 스케줄은 어떠세요?

    ▲지금도 '참 좋은 시절'을 아주 타이트하게 찍고 있어요. 찍고 바로 방송 내보내는 식이죠. '산너머 남촌에는'은 일주일에 1~2회 정도. 나머지는 '참 좋은 시절'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죠. 종영되는 8월말까지는 계속 이런 식이 될 것 같아요. 

    - '착한드라마'만 골라서 하시는 것 같아요.

    ▲제 나이 또래에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와 '산너머 남촌에는'에 다 나온 연기자는 없을거예요. 본의 아니게 지금도 KBS의 대표 착한드라마 2편에 나오는 중인데요. 그래도 제가 인간성은 좋으가봐요. 호호. 보통 호흡이 긴 드라마의 경우 연기자가 사고를 치면 드라마 이미지가 나빠지기 때문에 인성이 보장된 사람을 선호한다고 하더라구요.  

    - 앞으로 맡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전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사극을 하고 싶은데요. 98년에 '왕과 비'라는 대하 사극에 출연한 적이 있어요. 당시 김성령씨가 폐비 윤씨로 나오고 저는 정현왕후 윤씨 역을 맡았었죠. 그때 이미지도 잘 맞았고 제가 한 드라마 중에서 반응이 제일 좋았어요. 비주얼쪽으로도 어울린다는 평을 많이 받았었죠.

    - 제가 보기엔 이번 드라마를 통해 윤지숙씨의 재발견이 이뤄지지 않았나 싶은데요.

    ▲맞아요.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했던 모습을 선보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을 것 같고요. 제가 한번 꾸미면 변신이 팍팍 되거든요. 조금만 바뀌어도 사람들이 잘 못알아봐요. 얼굴은 곱상한 사람이 사투리를 걸쭉하게 하는 모습도 일종의 '반전 매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 과거 승무원이셨다는 점도 팬들에겐 반전 요소인 것 같더군요.

    ▲블로그나 저에 관련된 글이 쓰여진 곳을 가 보면 다들 '반전'이라며 놀라워들 하세요. 미숙이와 승무원은 연결이 좀 안되잖아요? 호호.

    - 자신에게 1% 부족한 점이 있다면?

    ▲1백번 나와도 사람들이 잘 못알아 본다는 점이에요. 너무 무난해서 개성이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죠. 길게 봐서는 '질리지 않는 얼굴'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김상호 선배는 한 번만 나와도 다 기억해 주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늘 신인 같은 얼굴이죠. 한 번 나와도 다 알아보는 얼굴이 참 부러울 때가 많아요. 

    - '참 좋은 시절'에 나오셔서 가족이나 주위 분들이 참 좋아하시겠어요.

    ▲너무들 좋아하시죠. 특히 사투리 연기하는 게 처음이라 고향에서 더욱 좋아라하셔요. '네가 사투리 할때가 제일 시원하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시청률이 보장되는 '주말드라마'이다보니 더욱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 최근 러브라인이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던데..

    ▲극중 미숙이가 땅콩 도사를 믿는데요. 10년 동안 비밀로 해야지 결혼할 수 있다는 믿게 돼요. 그래서 둘 사이를 비밀로 하다 쌍식(김상호 분)이가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탄로가 나죠. 그때 속상해서 우는데 쌍호(김광규 분)가 그 모습을 지켜봐요. 또 쌍식이가 윤유선 언니 편을 들어서 미숙이가 속상해 할 때 쌍호가 찾아와서 케익을 건네죠. 결정적으로 미숙이가 끼고 있는 '빨간 목장잡'을 보고 쌍호가 급관심을 보이게 되죠. 경주의 전설처럼 여겨지는 빨간 목장갑이 바로 미숙씨였냐면서.. 자신이 맨날 깡패들한테 털릴때 '빨간 목장갑'이 나타나서 구해줬었는데 그게 미숙이었다는 사실에 아주 감격해하죠. 멜로 관계가 뒤바뀌는 포인트예요.

    - 그래도 미숙이에게는 쌍식이겠죠? 앞으로 누구랑 결혼할지가 최대 관심거리인데..

    ▲바뀔 수도 있죠. 일단 바뀌기 위한 복선들은 다 깔아놓은 상태예요. 일부 시청자들은 밑밥을 다 깔아놓은 대사에서 앞으로의 변화를 알아채신 것 같더라고요. 김광규 선배가 저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는 시점에, 김상호 선배도 윤유선 선배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죠.

  • - 앞으로 어떻게 전개됩니까? 솔직히 다 알고 계시죠? 

    ▲저는 알고 있지만...만약 모르고 있다는 가정 하에 보면, 이 사람과도 연애를 해보고, 저 사람하고도 연애를 해보고, 참 좋을 것 같아요. 하하. 그동안 쌍식이와는 입술도 못 훔친, 아주 플라토닉한 연애를 해왔죠. 그래서 막장은 아니에요. 서로 질투를 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끌리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돼요.

    - 둘 중의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푸하하하. 한 분은 결혼하셨고 한 분은 안하셨기 때문에.. 일단 모르겠어죠. 두 분 다 매력이 달라서.. 김상호 선배는 묵직한 카리스마가 일품이죠. 김광규 선배는 같이 있으면 너무 재미있어요. 결코 촐삭대지 않으신답니다. 우리 드라마 촬영장에선 꽤나 진지하세요. 대본을 끝까지 손에서 놓질 않으세요. 슛 들어갈 때까지.. 그런 면에서 두 분이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좀 달라요. 그러면서도 농담도 잘 하시고, 분위기도 잡아주시고. 참 재미있는 분이세요.

    - 김광규씨가 '혼자'라는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혹시 주위에 참한 분이 계시다면 소개를 시켜주실 의향은 있으신지?

    ▲호호. 촬영장에선 최화정 선배랑 잘 해보라는 분위기예요. 유독 저희 드라마에는 40대 싱글들이 많고 커플들도 많아요. 유승수, 진경, 최화정 등등..앞으로 이런 드라마는 없을 거예요.

    - 김광규씨가 연애 경험이 별로 없어서 그렇게 대본에 몰두하는건 아닐까요? 잘 모르니까..

    ▲글쎄요. 그동안 극중에서 짝사랑만 주구장창 하고 이렇다할 멜로 연기는 못해보신 것 같은데요. 호호. 키스신도 없으셨던 것 같고.. 앞으로 키스신이 생긴다면 생소한 역할이기 때문에 제가 리드를 해야할까요? 하하. 

    - 러브라인이 어떻게 흘러갈지 '약간의' 짙은 암시를 주신다면?

    ▲보이는 게 다가 아닙니다. 시청자들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물론 바뀔 수 있는 여지는 남겨 놨어요. 하지만 나중에 작가님이 그림을 보고 어울리는 커플로 바꿀 수도 있는거죠.

    - 김상호씨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이제 미숙이랑 헤어져야 하는거야? 정말 아쉽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연기를 하다보니 정이 많이 든 것 같기도 하구요. 결혼도 하신 분이 포옹신에선 굉장히 쑥스러워하세요. 나름 되게 귀여우세요. 이런 분들과 연기를 하니 주위에서도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에요. 보통 리허설 할 때에는 다들 안오시는데 저희가 들어갈 때에는 다들 모여서 구경을 하세요. 나중에 NG난 장면을 봐도 다들 웃고 있어요.

    - 드라마를 시작할때 말들이 좀 많지 않았나요? 흥행 여부를 놓고..

    ▲그렇지 않았어요. 물론 이 드라마가 인공감미료가 하나도 없는 드라마이긴 하지만.. 워낙 짱짱한 배우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작가님을 믿었죠. 또 한 사람도 연기를 못하는 분이 없고, 다들 자신이 맡은 배역에 충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잘 되리란 확신이 들었어요. 작가 선생님도 중반부부터는 자리를 잡고 올라갈 것이라고 말씀하셨고요. 

    - 막장 요소도 없고, 이런 드라마 잘 돼야 하겠죠. 그런 의미에서 정말 참 좋은 드라마인 것 같네요.

    ▲작가 선생님도 '초반에는 미니시리즈처럼 갈 것이다. 20회 넘어가면서 가족극으로 얘기를 모을 것이다. 그때부터 좋아질 것이다'라고 얘기를 하신 적이 있어요. 점점 재미있어 질 거예요. 대신 생각보다 '복수극'을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해요. 주말 드라마인데 복수가 너무 길어지면 안좋다는 의견이 나와 지금은 김희선씨가 복수를 내려놓는 모습이에요. 본격적인 가족극으로 선회하는 분위기죠.

    - 모처럼 악인이 없는 드라마군요.

    ▲유일하게 제 언니로 나오시는 분이 싸움닭이에요. 최화정씨와 자주 싸우죠.

    - 이번 기회를 통해 가장 많이 친해진 배우는?

    ▲아무래도 김상호 선배님이죠.

    - 자신의 연기 생활을 돌이켜본다면?

    ▲많이 아쉽죠. 처음엔 SBS와 KBS에 동시 합격했었어요. 관광학을 전공해서 승무원 생활만 하다가 두 군데 시험을 쳤는데 덜커덕 다 붙은 거죠. 그래서 연기를 만만하게 봤던 거 같아요. 50만원씩 월급 받으면서 온갖 단역은 다 도 맡아 했는데요. 1년 후 '정 때문에'라는 드라마에서 이재룡 선배의 동생 하희라의 시누이 역을 맡았어요. 그 작품으로 신인상까지 받고 잘 나가는가 싶었는데 그 다음 작품이 잘 안됐어요. 이후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하면서 '생활 연기자'가 됐죠. 일은 꾸준히 있었지만 착하고 가련한 편향된 이미지로 점철돼 갔죠. 다양한 캐릭터를 많이 못해봤어요.

    이제는 이런 것도 해보고 싶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해 보고 싶어요. 18년이란 시간 동안 연기를 해왔지만 늘 신인 같죠. 카메라에 대한 기술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연기는 딱히 는 것 같지가 않아요. 이 정도 경력이 되면 어느 직업에선 장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법도 한데 여기에선 한 통하죠. 30년, 40년 되신 분이 수두룩 하거든요. 늦은 나이에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데요. 그래서 지금이라도 제 나이 때에 할 수 있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강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고요.

    지금까진 계속 저를 가련한 캐릭터로 섭외하시더라고요. 만약 저처럼 선하게 생긴 사람이 악역을 하면 더 어울리지 않을까요? 너무 악역처럼 생긴 사람이 악역을 하면 큰 매력이 없을 것 같아요. 사극도 해보고 싶고, 지금 늦은 나이에 욕심이 타오르는 것 같아요. 이 드라마를 하면서 잊고 있었던 희열을 막 느끼고 있어요. 너무 실력이 좋은 분들을 만났죠. 단막극은 한번으로 끝나지만 주말극은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모니터를 하면서 점점 나아질 수 있는 것 같아요.

    - 롤모델이 있다면?

    ▲전 여자인데..호호. 송강호 선배님을 닮고 싶어요. 요즘에는 김희애 선배님에게 꽂혔어요. 저 나이에 자기 관리가 철저하니까 그 나이에도 멜로를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나이에 자기 얘기를 끌고 갈 수 있는 드라마를 맡기란 쉽지 않죠. 대부분 주인공 어머니 정도에 그치잖아요? 그만큼 선배로서 좋은 선례를 남겨 주신 것 같아요. 그런 선배님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해요.

    - 요즘 출연작마다 열애에 푹 빠져 있던데?

    ▲'산너머 남촌에는'에선 얼마 전 7살 연하와 결혼식을 올렸구요. '참좋은 시절'에는 7살 연상과 교제 중이죠. 양쪽에서 멜로가 겹쳤는데요. 주위에선 남자 복이 터졌다고 하더라구요. 

    - 이제 두 집 살림을 하시겠군요.

    ▲연애도 어떻게 보면 대리만족이에요. 두 드라마 다 (상대역이)매력이 있어요.

    - 이번 드라마에서 나름의 목표치가 있다면?

    ▲어떤 캐릭터를 맡을 때 내가 생명력을 불어 넣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요. 제가 맡은 미숙이는 어떻게 보면 강하면서도 여린 구석이 있는 양면성이 있는 친구인데요. 제가 너무 건조하게 연기한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앞으로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시청자로하여금 '그 사람 왜 안나와?' 하고 기다리게 하는 그런 존재가 되고 싶어요. 지금도 너희 부분이 제일 기다려진다는 분들이 계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쓰여진 대본 만큼만 충실히 느낌을 살려도 저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어 쟤가 코믹도 되네?' 하는 소리를 들으면 더욱 좋구요. 장기적으로는 윤여정 선배님과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10페이지 분량을 찍는데 대본이 전혀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하게 준비를 해 오시는 분이에요. 그건 분 밑에서 대본을 안 외울 후배들이 있을 수가 없겠죠. 저도 그 나이 때에는 후배들에게 든든한 버팀목 같은 선배가 되고 싶어요.


    [취재 =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제공 = 스타엠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