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기문 UN사무총장, 北정권과 막역한 사이(?) 
      핵(核)보유 北정권, 제네바 군축회의 '의장국' 맡아… 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金泌材    
      
     대량파괴무기(WMD) 개발로 UN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이 지난 달 28일 시작된 제네바 군축회의(65개국 참여)에서 의장국을 맡았다.
     
     서세평 제네바 주제 북한대표부 대사는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회의가 진전될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화요일 AFP와의 회견에서 말했다.
     
     UN측은 “회의에 참석한 모든 대표들이 북한이 이번 회의에서 의장국을 맡은데 대해 환영했고, 이들 국가는 서 대사가 책임을 다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제네바에 본부를 둔 UN감시기구인 ‘유엔워치’의 힐렐 노이어 사무총장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리비아 독재자 카다피에게 反인류범죄혐의를 지운 UN이 북한에게 군축회의 의장국을 맡김으로써 그들 체제의 선전효과를 안겨주었다. 이는 여우에게 닭을 맡긴 격으로 UN의 신뢰성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65개 국가가 참여하는 제네바 군축회의는 세계 유일의 다자 군축 협상 기구로 알파벳순으로 매년 6개 나라가 4주씩 순회 의장국을 맡는다. 노이어 사무총장은 그러나 65개 국가 가운데 하필 북한을 이처럼 중요한 포지션에 지명했는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UN측은 북한이 의장국으로 지명된 것은 순번에 따른 것이라면서 북한을 두둔하고 있다. 이것은 말도 안 되는 처사다. 전 세계 깡패정권들에게 미사일과 핵개발의 노하우를 전수해 WMD를 확산시킨 악명 높은 세계 최고 악당(the world's arch-villain)에게 군축회의의 의장국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점은 상식”이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로스래티넌 美하원 외교위원장도 이 같은 ‘유엔워치’의 비판을 거들었다.
     
     로스래티넌 위원장은 지난 달 30일 성명을 통해 “북한을 제네바 군축회의 의장국으로 뽑은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는 “UN이 얼마나 후퇴하고 있는지를 드러내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로스레티넌 위원장은 천안함·연평도 사건 등을 이유로 최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을 방문한 호금도(胡錦濤) 중공(中共) 국가주석에게 "억압적인 정권의 지도자"라고 맹비난했었다.
     
     한편, 김정일 정권은 반기문의 UN사무총장 재선과 관련, 최근 UN 내 아시아그룹 회원국 대사 53명과의 조찬 회동 자리에서 신선호 UN주재 북한 대사를 통해 “우리는 총장님의 재선을 적극 지지합니다. 그러나 공개 지지 연설은 안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은 2006년에도 당시 반 씨의 UN사무총장 출마를 지지하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당시 UN주재 북한대표부의 한성렬 차석대사는 한겨레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반기문 장관이 UN 사무총장이 되는 게 같은 민족으로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었다.
     
     한성렬은 반 씨의 UN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지지한다는 뜻이냐는 한겨레신문의 질문에 “공식 지지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내 말에 우리의 뜻이 함축돼 있다. 이것은 개인 의견이 아니다”라고 말해 북한의 반기문 지지가 北최고 지도부로부터 온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