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만난 수백명에게 받은 메세지로 ‘대단한 프러포즈’100장 사진 속 세계인들의 축복에...그녀의 대답은 "네!"
  • 지난 7월 그는 뉴욕에 있었다. 100일간의 미국 렌터카 여행이었다.
    그가 사랑하는 그녀는 100일간 그와 생이별을 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그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2년 가까이 만나온 그녀와 꼭 결혼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여행 도중에 프러포즈를 위한 준비를 준비하게 됐다.
    어떤 프러포즈를 할 까 할까 고민이 참 많았다. 다른 연인들은 촛불을 켜고 그 안에 '사랑해' 라고 적는 것에서부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반지를 건네주는 특별한 이벤트들을 가장 많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조금 더 기억될만한 그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프러포즈를 하고 싶었다.

    고민 끝에 인터넷에서 결혼한 친구를 위해 사람들에게 화이트보드에 메세지를 적는 한 네티즌의 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그는 여자친구를 위해 뉴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프러포즈를 위한 메세지’ 100개를 얻는 프로젝트를 준비했다.

    프로포즈를 위한 계획을 준비하기 위해 그가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뉴욕에 있는 스테이플스. 오피스 물품들을 판매하는 곳이지요. 그는 이곳에서 프로포즈를 준비하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했다.
    11x17인치의 화이트보드. 사람들이 한 손으로 들고 부담 없이 쓸 수 있어야 하고, 사진으로 찍었을 때 사람들과의 비율이 잘 맞는 녀석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화이트보드에 사용할 펜과 지울 수 있는 지우개를 사는 것으로 준비를 마쳤다. 화이트보드와 펜, 그리고 지우개를 구입한 비용은 25달러(3만원). 큰 프러포즈를 위한 준비물 치고는 참 싼 편이었다.

    처음 프러포즈 컨셉은 '뉴욕에서 만난 100인과 함께하는 프러포즈'였다. 하지만 실제 한 장의 사진에 한 명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서, 100장의 사진과 함께하는 프러포즈로 방향을 틀었다.
    처음에는 화이트보드를 들고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이 정말 쑥스럽고 어려운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라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을 대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화이트보드를 들고서 다가가면 사람들이 처음부터 거절하기 십상이었다. ‘아, 이거.. 정말 어려운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첫번째로 메시지를 써 준 커플 이후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리고 나서 사람들에게 어떤식으로 말을 건네야 할지도 알게 되었고, 나중에는 10명 중 8~9명의 사람들이 흔쾌히 메시지를 써 주었다. 메시지는 어느나라 언어이건, 어느 내용이건 상관없었다. 그녀를 위한 것이라면 모두 다 좋았다.
    덕분에 메세지에는 영어, 불어, 독어, 스페인어, 아이슬란드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로 메시지가 적히기도 했다. 메시지를 적은 후에는 양해를 얻은 다음에 사진을 한 장씩 찍었다. 한 곳에서 모든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찍으려고 하다보니 100장의 사진을 모두 찍는 데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  
  •  
  • ▲ 뉴욕의 다양한 이들이 선뜻 써준 축하의 말들.ⓒ김치군 블로그 캡처
    ▲ 뉴욕의 다양한 이들이 선뜻 써준 축하의 말들.ⓒ김치군 블로그 캡처
    뉴욕의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구겐하임 미술관, 소호 거리, 자유의 여신상, 그랜드센트럴역 등 다양한 곳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글과 함께 남겨준 축하의 말들. 그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고마웠고 감사했다.
    그리고 그렇게 찍은 100장의 사진들.

    드디어 프러포즈를 하던 지난달 18일.
    서울 한 호텔의 스튜디오 스위트룸을 빌렸다. 방의 크기도 크기였지만, 긴 하얀색의 벽이 사진만을 부각시켜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사진 100장을 전시할 넓은 공간이 있었던 것도 이곳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사진은 15x10 인치, 12x8인치 그리고 4x6인치로 다양하게 준비했다. 대형인화가 그렇게 비싼지 몰랐는데, 다양한 사이즈를 섞어서 인화를 하고 나니 인화비용이 꽤 들었다.

    프러포즈 당일은 그녀와의 만남 2주년 기념일이었다. 그녀에게는 미리 낮에는 일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못보고, 저녁이나 같이 좋은 곳에서 먹자는 말을 해 놓았다.
    미리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고, 방을 꾸미는 사전 작업을 했다. 풍선이나 초는 없지만, 그녀를 위한 메세지가 가득한 사진들을 방안 가득히 전시하는 것이 그가 해야 할 일이었다.

  • ▲ 100여장의 사진들로 꾸민 프로포즈 장소.ⓒ김치군 블로그 캡처
    ▲ 100여장의 사진들로 꾸민 프로포즈 장소.ⓒ김치군 블로그 캡처

    그리고 약속시간에 로비로 내려가서 레스토랑에서 그녀와 태연하게 식사를 했다. 그냥 별다른 준비가 없는 평범한 2주년 기념일인 것처럼. 그리고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다며 그녀를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방으로 들어가서 불을 켜고. 그녀는 주위의 사진들에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원래 있었던 인테리어 인줄 알았어요.'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가 준비한 것이 방에 잘 어울렸다.
    그녀의 손을 잡고 침대에 앉아 말했다.
    "이 장미꽃들이 모두 시들 때까지, 사랑할게요. 저와 결혼해 주시겠어요?"
    21송이의 장미 중 한 송이는 조화였다. 앞으로 시들 일이 없는.
    어쩌면, 프러포즈 반지도 없는 시시한 프러포즈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준비할 수 있었던 최고의 마음이었고, 그를 도와준 뉴욕의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네"라고 그에게 대답했다.
    이 친구, 이제 곧 결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