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단하자 논란, 금강 금남보 현장을 가다완성된 가동보 로봇처럼 움직여...비닐하우스 있던 둔치에 갯버들 심기 한창완만한 제방은 잔디썰매, 눈썰매장...
  • 물 맑아진 습지엔 오리떼 군무

    충남도 4대강 특위에서도 사업 일부를 반대하는 바람에 사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현장은 전과 다름없이 바빠보였다.
    나날이 변해 상전벽해가 된 금남보 현장을 보니 ‘중단’구호가 무색해 보였다.

  • ▲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인근 합강습지 인근에 모인 흰뺨검둥오리 떼.
    ▲ 금강과 미호천이 만나는 인근 합강습지 인근에 모인 흰뺨검둥오리 떼.

    정치권 4대강 공방 와중에 금강을 찾았다. 10여층 높이로 우뚝 선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단지가 내려다보고는 금남보 가동수문 현장을 직접 갔다.

    대우건설 박태균 소장의 지시에 따라 조종실 스위치가 올라가자 강바닥에 누워있던 금속판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5도,10도,20도.....58도에서 멈췄다. 2곳에 설치된 4개의 가동보 수문이 몸을 세우는 시간은 20분 남짓 걸렸다. 비가 안와 물이 낮게 흐르던 강에 보가 올라가자약 한시간 뒤 2.8m높이로 물이 찼다. 그리고 가동보와 고정보 구간으로 강물이 ‘솨아’ 소리를 내며 넘치고 포말을 만들었다.

  • ▲ 금남보 수문을 올린뒤 1시간뒤 물이 2.8m로 차 오른뒤 넘치고 있다.
    ▲ 금남보 수문을 올린뒤 1시간뒤 물이 2.8m로 차 오른뒤 넘치고 있다.

    금남보가 속한 행복지구 생태하천 조성사업 제1공구의 현재 공정은 73%로 낙동강 낙단보와 함께 공사 진척도가 가장 빠르다. 박태균 현장소장은 “금남보 덕분에 벌써부터 금강에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가동 중인 수문의 각도가 낮을 땐 팔뚝만한 물고기가 뛰어오르고 한 왜가리나 오리도 부쩍 많이 찾아온다”고 들려줬다.

    가동보 수문이 마술처럼 일어난 뒤 눈에 보일듯말듯 보 안의 물이 차오르는 동안에도 상류방향 제방 생태하천 현장 인부들의 손길은 쉴새 없었다.

    “전국제일 생태하천 벚꽃제 멀지 않았다”

    금남보에서 출발 수변식재가 한창인 제방을 따라 1km남짓 올라가자 강을 따라 시원하게 뻗은 제방 ‘남면제’가 나왔다. 준설이 끝난 강 옆 파랗게 돋아난 제방 풀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방 바깥 논은 아직 추수를 하지 않아 황금빛 벌판, 제방 안쪽에 새로 설치한 식생매트(풀씨가 포함된 친환경 그물)에 돋아나는 신록이 봄날 들판 같았다. 3개월전 식생매트에 머리를 내민 풀은 어느새 30cm이상 수북해졌고 어느 구간엔 은빛 억새까지 하늘거렸다.

  • ▲ 금남보 상류 제방, 남면제. 완만한 경사에 잔디를 깔아 여름엔 잔디썰매, 겨울엔 눈썰매장으로 활용된다. 제방 위엔 수천그루 벚꽃이 심어져 있다.
    ▲ 금남보 상류 제방, 남면제. 완만한 경사에 잔디를 깔아 여름엔 잔디썰매, 겨울엔 눈썰매장으로 활용된다. 제방 위엔 수천그루 벚꽃이 심어져 있다.

    제방을 따라 왕벚나무를 8미터 간격으로 심고 삼각 지주를 고정시키는 조경회사 직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2주전 심었다는 나무는 벌써 뿌리를 내려 물기를 머금고, 봄으로 착각했는지 하얀 벚꽃까지 피웠다.

    올해로 나무심기 40년째를 맞는다는 조경회사 직원 고영수(70)씨는 “매일 용인에서 내려와 한달째 나무를 심고 있다. 11월까지 수천그루는 심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용인 에버랜드가 ‘자연농원’으로 문을 열 때도 나무를 심었다. 역사적인 금강 살리기 현장에서도 나무를 심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수변공간 작업중인 다른 한 인부는 “하우스 가득했던 곳에 물 흐르게 하고, 내손으로 화초, 나무 심으며 눈으로 보고 있다.  ‘강 죽인가, 운하다’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데 와보고 그런말하는지, 제정신인지 모르겠다”고 혀를찼다.  

  • ▲ 금남보 1공구 둔치에 갯버들 군락지 조성 예정지에서 조경회사 인부들이 묘목을 심고 있다.
    ▲ 금남보 1공구 둔치에 갯버들 군락지 조성 예정지에서 조경회사 인부들이 묘목을 심고 있다.

    “5년 뒤엔 여의도 윤중로 벚꽃축제보다 어마어마하게 큰 축제가 세종시에서 펼쳐질 것입니다.” 현장을 안내하던 대전지방국토관리청 문정식국장과 박 소장은 이구동성으로 말을 했다.
    그러면서 “반대자들도 되살아난 금강을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에요. 물소리와 꽃길이 어우러지는 세종시의 대표적인 명소가 될 것”이라고 동행한 박장환 감리단장도 맞장구를 쳤다.

    남면제가 끝나고 미호천과 본류가 만나는 합강리 근처 둔치에서도 50~60대 여성 근로자들이 40센티 크기의 갯버들을 심고 있었다.
    “묘목회사 소속으로 나무 심으러 수원에서 내려왔어요. 강도 살린다는데 일도 하고 돈도 벌고 좋지요.”
    외지 사람들은 4대강사업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들을 이끌고 온 김동용 대리는 “집이 이천이라 큰 강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 어떻게 강이 썩었는지도 몰랐다. 좁아졌던 강, 오염된 강을 직접 보고 들으니 4대강 사업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또 광화문 광장 꽃밭을 설치했는데, 4대강현장에서 묘목을 심은 일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뿌듯해했다.

  • ▲ 미호천과 금강과 만나는 합강공원 습지 인근 산책로. 벌써 잔디가 곱게 자라있고 산책로에 심은 메타세콰이어도 색이 짙어졌다.
    ▲ 미호천과 금강과 만나는 합강공원 습지 인근 산책로. 벌써 잔디가 곱게 자라있고 산책로에 심은 메타세콰이어도 색이 짙어졌다.

    미호천과 합치는 곳 보행교를 건너 한동안 올라가자 둔치에 구불구불하게 난 도로주변으로 곧 설치될 ‘강산공원’ 밑그림이 보였다. 이곳의 금강팔경 중 하나인 합강정이 세워질 야산에 오르니 뒤엔 미호천이, 좌우로는 상류의 물살과, 하류의 습지 풍경을 한번에 보였다.

    금남보 아래부터 17km상류를 지나 강을 건너 다시 좌안으로 내려오는 둔치는 강의 모양을 따라 자연스런 선을 유지하고 있는 생태공원이다. 수십m 샛강너머로 자연 습지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 ▲ 금남보 인근 합강습지. 자연습지를 보존했다.
    ▲ 금남보 인근 합강습지. 자연습지를 보존했다.

    자연습지 그대로 보존...백로 가족도 평화롭게
    넓게 강을 가로막았던 잡목 둔치의 한켠을 터 새로 정비한 물길을 사이로 강 안에 생긴 섬 들이 강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었다. 이 섬들 아래로 자연 습지가 그대로 보존돼 있었다.
    상류에서 내려온 물은 자연습지 이곳저곳을 적시고 부들, 갯버들, 갈대 등 수생식물로 정화된 뒤 본류로 들어간다.

  • ▲ 합강습지 앞에 모인 백로 가족.
    ▲ 합강습지 앞에 모인 백로 가족.

    황량했던 둔치 새 주인이 된 초목과 강 한가운데 있던 자연습지 갯버들이 마주보고 얘기꽃을 피우는 듯하다. 그 옆엔 왜가리와 오리떼가 물고기 사냥을 나왔다.

    금강은 작년까지 이렇지 않았다. 강폭은 100m 정도에고 나머지는 덤불과 자갈밭, 비닐하우스와 논밭이 어지럽게 뒤섞인 곳이 많았다. 농사철엔 유기물과 농약 비료가 흘러들어 가뜩이나 물이 적어 허덕이는 금강줄기를 더욱 숨차게 했다.

    금남보 세종지구 1공구는 좌,우 제방이 1대 5, 1대10으로 완만한 곳이 특히 눈길을 끈다. 보통 풀이 아니라 고운 잔디가 입혀져 있었다. 여름에는 잔디썰매, 겨울엔 눈썰매장으로 변신한다.
    생태공원, 자전거길, 꽃밭에, 강변 눈썰매장까지! 불과 1년전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서서히 현실화되고 있었다.

    금남보는 마무리 수변 초목 식재를 마무리하고 겨울동안 나머지 가동보 구간과, 소수력발전소를 완성된 뒤 내년 5월 보 공정은 100% 끝난다.

  • ▲ 한달전 심은 왕벚나무가 봄인줄 아는지 꽃을 피웠다.
    ▲ 한달전 심은 왕벚나무가 봄인줄 아는지 꽃을 피웠다.

     

     

     

    ◆금남보 수문은?

    보의 높이는 물이 넘치는 높이는 2.8m다. 보는 가동보 3곳, 고정보 2곳으로 이뤄진 다기능 보이다. 가동보는 가로 20m 스테인리스 수문 4개씩 연결돼 각각 따로따로 뉘거나 세울 수 있다. 원래 높이 3m 두께 30cm로 속은 진공이다.

  • ▲ 금남보 수문 가동 모습. 가동수문 구간 네개씩 수문이 연결돼 각각 따로 가동된다.
    ▲ 금남보 수문 가동 모습. 가동수문 구간 네개씩 수문이 연결돼 각각 따로 가동된다.

    보를 바닥에서 60도 정도 세우면 완전히 물을 막게 되고, 2도를 낮춰 58도가 되면 맨아래 생긴 틈으로 바닥에 깔린 침전물을 쓸면서 저층수부터 물이 빠져나가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자동으로 운영되고 수동 조작도 가능하다. 보 위로 넘쳐 흐르는 물의 두께가 60cm가 되면 자동으로 누워 바닥에서 5도 각도를 유지한다. 우기엔 늘 0~5도정도로 열어둔다.
    보를 움직이는 유압장치의 오일은 만에 하나 누출사고가 나더라도 대부분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제품이다.
    수문과 수문사이 고정보 앞엔 매시간 600톤씩 물과 공기를 뿜어내는 폭기장치를 달아 산소를 녹여주고, 침전물을 흩트려 옆의 가동보 수문으로 보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