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이 갖는 의미, 앞으로의 전망

학계 "全 산업 심각한 경제위기" 우려… "임금체계 재논의 해야" 의견도

박진형 기자 프로필 보기 | 최종편집 2017.09.03 17:2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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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대혼란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정기 상여금과 점심 식사비를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근로자에게 소급 지급하라는 기아차 판결이 나오면서다.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41부(재판장 권혁중)는 기아차의 정기 상여금과 점심 식사비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날 기아차 노조원(2만7,000여명)이 사측에 요구한 1조926억원(2008~2011년) 중 일비가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고 4,22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임금 체계는 기준임금(통상임금)과 기준외임금, 상여금, 부가급여 등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부가급여에 속하는 식비 등 복리후생비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기아차 판결에서는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중식비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기존의 행정해석에 따르면 1개월을 초과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았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산정지침에서도 '법정근로시간에 대하여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하여진 기본급 임금과 정기적, 일률적으로 1임금 산정 기간(1개월)에 지급되는 고정급 임금'으로 규정됐다.

노사 간 임금단체협약 역시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것이 30년 관행이었다. 또한 정기 상여금은 강성 노조가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고, 탄력적 해고와 고용이 어려운 국내 여건에서 인건비를 조절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그러나 이번 기아차 1심 판결에서는 정기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봤다.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설·추석상여금·휴가비 등 특별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모두 '1임금 산정기간'을 초과하더라도 금품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있다면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고 해석한 것이다. 판례와 행정해석이 서로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유환익 한국경제연구원 정책본부장은 지난달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법리 정리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정의 규정 및 신의칙 인정 관련 세부지침 미비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는 통상임금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유환익 본부장은 "통상임금 정의 규정을 입법화하고 신의칙 등에 대한 세부지침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신의칙 인정여부는 관련 기업의 재무지표 뿐만 아니라 국내외 시장환경, 미래 투자애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장·휴일·야간근로수당 등을 산정하는 기준인 통상임금이 확정판결로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원이 지난달 10일 종업원 450인 이상 기업 중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 중인 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제로 통상임금 소송 패소시 부담해야 하는 지연 이자와 소급분 등을 포함한 비용을 합산하면 최대 8조 3,673억원(응답기업 25개사)에 달했다.

2일 기업분석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기아차의 경우 2·3심에서 1심 판결을 뒤집지 못하면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14.08%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추가 소송전 결과에 따라 추가적으로 1조원 안팎의 비용 부담이 추가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글로벌 기업인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각각 7.8%, 9.5%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2010다91046)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서 이후 법원에서의 쟁점은 통상임금 소급 적용에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인정 여부로 떠올랐다. 재판부가 신의칙을 인정할 경우 과거 미지급된 수당을 소급 지급할 의무는 면제되므로 당장 직면한 재무적 부담은 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소송별로 법원이 다르게 판결하고 있는 점이다.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인 사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15.10.15) △현대중공업(16.2.12) △현대대미포조선(16.2.23)은 1심에서 '신의칙'이 부정됐지만 2심에서는 인정을 받았다. 

아시아나항공 통상임금 소송 당시 1심 재판부는 "통상임금 범위확대로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상 위기를 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2심 재판부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면 아시아나항공은 1년에 80억~100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이 초래된다"고 정반대의 해석을 내린 것이 눈에 띈다.

결국 불확실성의 문제다. 국내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통상임금의 법적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을 조속히 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초조하기만 하다.

임종화 경기대 교수는 3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법원의 이러한 사법적 개입은 노사관계의 갈등 비용만 초래시키고 기업의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 요소도 키우게 할 뿐"이라며 "사드 보복과 더불어 이번 통상임금 확대으로 자동차 산업이 연달아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기아차는 올해 7월까지 글로벌 판매대수가 전년 대비 9% 감소했고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4%줄었고, 영업이익률도 3%로 2010년(7%)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도 "2008~2011년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 대한 임금도 지급하라고 법원이 결정할 경우에는 심하게 말하면 국내 자동차 사업이 붕괴될 수 있다"면서 "아울러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제외한 전 사업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다른 대기업도 법원에서 패소할 경우에는 심각한 경제위기가 초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9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 조사 결과, 9월 전망치는 94.4를 기록했다. 기업 심리가 100을 넘지 못한 이유는 경기 회복세가 부진한 가운데 통상임금 문제와 한-미 FTA 재협상, 북핵 등 리스크 요인이 결합되면서 기업들의 기대감이 장기간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임금단체협약 분위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먼저 통상임금은 연장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 수당 등을 산출하는 기준이 된다. 근로기준법에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는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금품이 많아질수록 각종 수당도 덩달아 오른다는 의미다.

다만 그동안 노사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점을 감안해 기본급(통상임금)과 상여금 규모를 합의해 왔다. 일부 대기업 근로자 중에서 기본급이 최저임금 대상이 될 만큼 낮지만 상여금이 높게 책정된 이유다.

내년도 최저임금(7,530원) 기준도 넘어야 할 산이다. 문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됐지만 최저임금 계산에서는 반영되지 않는 점이다.

이와 관련 김진국 배재대 기업컨설팅학과 교수는 3일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로 상여금을 올려줬기 때문에 기본급이 낮게 책정된 부분이 있다"면서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을 맞추기 위해서 기본급을 올려줘야 돼 임금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따라서 최저임금 계산에 상여금을 포함시켜 통상임금 산정 기준과 최저임금 적용 범위를 어느 정도 일치시켜 부작용을 최소하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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