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 폭력사건 '늦장 보고'.. 전담기구 구성도 뒤늦게

  • 재벌총수 손자와 연예인(윤손하) 아들이 연루된 학교 폭력 사태로 물의를 빚은 서울 숭의초등학교가 해당 사건을 교육지원청에 늦장 보고하고, 학교 폭력 전담 기구를 뒤늦게 구성하는 등 초기 대응이 미흡해 사안을 부적절하게 처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9~20일 숭의초등학교를 상대로 현장 조사(특별장학)를 벌인 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 특별장학팀(팀장 신인수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지원과장)은 "피해 아동의 학부모는 지난 4월 24일 '117 학교폭력신고센터'로 해당 사건을 최초 신고했으나, 숭의초는 이로부터 20여일이 지난 5월 12일에야 교육청에 교내 폭력 사건이 발생했음을 알렸다"고 밝혔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과 '학교폭력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 폭력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 직후 교육감에게 보고해야 하며, 보고 시한은 24시간을 넘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숭의초는 기본적인 보고 시한도 지키지 않았고, 교감·전문상담교사·보건교사 등이 참여하는 '학교 폭력 전담 기구'도 뒤늦게 구성해 교내 공식 조사가 지연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와 관련 특별장학팀 측은 "숭의초등학교 폭력 사건은 지난 4월 20일 경기도 가평 소재 수련원에서 발생했고 나흘 뒤 신고가 접수됐으나, 피해 학생은 학교 측으로부터 아무런 보호 조치도 받지 못하고 사흘 동안 가해 학생들과 함께 학교에 다녔다"며 "이 학교가 피해 학생을 최우선으로 배려해야 하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의 취지를 어긴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 측이 가해자 명단에서 특정인(재벌총수 손자)을 제외시켰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당시 사건 장소에 있었던 학생 9명 중, 피해 학생을 제외하곤 재벌그룹 회장의 손자로 알려진 B군이 가해자라는 주장을 편 학생이 없고, 피해 학생 측에서 최초 신고할 땐 가해자가 3명이라고 밝혔다가, 5월 30일엔 가해자가 4명이라고 정정하는 등 폭력 가담자의 수가 불명확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측은 "특별장학만으로는 가해자 명단, 즉 화해·사과 권고 대상에서 특정 학생을 뺐다는 의혹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추추 진행될 감사를 통해 학교 측에서 실제로 사건을 은폐하거나 축소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였는지 면밀히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숭의초등학교를 상대로 특별장학을 벌인 서울시교육청은 해당 학교가 학교 폭력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한 점이 확인됨에 따라 21일부터 본청 감사팀을 동원, 정식 감사를 진행 중이다.

    야구방망이 주인은 재벌총수 손자

    앞서 SBS 8시뉴스는 6월 16일 "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 수련회에서 학생이 같은 반 학생 4명에게 발로 밟히고 야구방망이로 맞았으나, 학교 측은 피해자는 있지만 의도적으로 폭행한 가해자들은 없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면서 "피해 어린이 부모는 가해자로 지목된 어린이 중 재벌 회장 손자와 연예인 아들이 포함된 사실이 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학교 3학년 학생인 A군은 두 달 전 수련회에서 혼자 담요를 갖고 놀다 친구들에게 봉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4명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는데 한 명은 자신이 나오지 못하도록 담요를 붙잡았고, 다른 2명은 방망이로, 나머지 1명은 무릎 등으로 폭행을 했다는 게 A군의 진술 내용이었다. 또 이들 학생들은 A군이 밤에 물을 찾자 바나나우유 모양 용기에 담긴 '물비누'를 우유라고 속인 뒤 마시라는 말까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A군은 집단 폭행에 따른 후유증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과 근육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 융해증'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해 아동들은 현재까지 그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학교 자체 진상 조사 결과,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집단 폭행이 아니라 '우발적인 사건'이었다는 판단이 내려졌기 때문.

    보도에 의하면 가해 학생들이 휘두른 야구방망이는 재벌회장의 손자 B군이 수련회에 가져갔던 플라스틱 야구 배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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