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파인사 및 우파단체들이 지난 16일 이뤄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과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의 면담에 뿔이 났다. 이들이 한 목소리로 비판한 점은 민간기업인인 현 회장의 대표성 결여와 금강산 피격사건, 800연안호 나포에 관한 사과 및 해명조치가 없는 북한과의 합의에 대한 부적절성이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18일 당5역회의에서 "요즘 남북 관계는 김정일의 입맛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며 "김정일은 현 회장을 불러 무대 위에 세웠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총재는 양측간 합의 내용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결정 한 데 대해서는 "현대아산과 같은 민간기업이 합의할 성질이 아니다"고 했다. 또 "미사일 발사 등으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은 북한에 금강산 관광 등 현금이 유입되는 사업을 재개하는 것은 국제 사회의 공조를 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갑 한나라당 상임고문도 이날 오전 한 라디오에서 "(김정일이) '원하는 게 있으면 다 얘기하라'고 해서 현 회장이(원하는 것을)들어주더라는 식으로 일방적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하는 것은 현 회장을 마치 어린애 다루듯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장은 남북 경색을 푸는 분위기로 봐서 앞장서서 반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조금만 앞을 내다보면 이게 독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 <span style=지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과 기념촬영을 한 사진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title="▲ 지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과 기념촬영을 한 사진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지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북한 국방위원장 김정일과 기념촬영을 한 사진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우파단체인 국민행동본부(국본. 본부장 서정갑)도 이날 성명에서 "현정은-김정일 합의는 국가를 협회로, 반국가단체를 상전으로 만든 범죄행동"이라고 규탄했다. 국본은 양측의 합의를 "역사상 최악의 코미디 중 하나"라고 평한 뒤 "일개 기업과 주적집단이 멋대로 국무를 결정하다니? 금강산에서 사살된 박왕자씨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고?"라고 반문했다. 이어 "올해 추석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고, 개성관광을 재개하고, 백두산관광을 추진한다고? 대한민국의 운명을 현정은이 결정하는가"라며 "현씨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가 아니 절대군주라도 된단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라이트전국연합도 같은날 논평에서 "금도를 넘고 있는 현 회장"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연합은 "현 회장은 일개 기업인이 처리할 수 없는 내용의 합의를 담아 북측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공동 보도문을 발표하는 등 정부의 대북정책에 혼선을 주고 있다"며 "북한은 여전히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으며 금강산 피격, 개성공단 직원 억류사건 개성공단 사용료 상향 및 봉쇄조치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인 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사회가 북핵문제에 대해 공조하며 대북제재에 힘을 모으고 있는 이 시점에 우리 정부가 앞장서서 '관광'에 목을 맨다는 것은 국제 사회의 비웃음을 살 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지난 17일 북한민주화포럼 이동복 대표는 한 라디오에서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현 회장 방북을 평했다. 이 대표는 "남북관계가 정상화되려면 대한민국의 주도로 이뤄져야 하는데 현 회장이 평양에서 가져온 내용을 보면 여전히 남북관계의 주도권은 북한에 있고 북한의 것을 그대로 받아갖고 왔다"고 우려했다.

  • ▲ <span style=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8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측출입사무소를 통해 귀경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title="▲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8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측출입사무소를 통해 귀경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박8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 도라산 남측출입사무소를 통해 귀경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연합뉴스

    조갑제 닷컴대표도 이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현대가 국가이고 한국은 협회인가, 현정은이 대통령이고 이명박은 총리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 대표는 "일개 기업이 이런 합의를 할 수 있느냐"며 "금강산 관광객 사살 사건이 해결도 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금지한 금강산 관광을 재개한다는 발표를 주적집단과 손잡고 멋대로 하는 기업은 문을 닫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현씨는 관광객 사살 사건의 피해자이고 김정일은 가해자"라며 "가해자가 선심을 쓰다니 이런 일이 한국의 미래세대에 대한 애국심 교육을 망친다"고도 했다.

    조 대표는 이보다 앞선 16일에는 현 회장을 가리켜 "한국의 대통령처럼 행동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현씨가 대한민국 대통령인가 통일부 장관인가 최소한 공무원이라도 되는가, 기업체 대표일 뿐"이라며 "좌파정권이 북한정권에 달러 현금을 건네 주던 창구였고 남북관계를 꼬이게 만든 원인제공자이자 반역자와 종북세력을 잘 섬긴 비애국적 기업이 대한민국에 대한 대표성이 전혀 없는 사람이 가서무슨 건설적인 얘기가 나오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그룹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는 5개항의 교류사업에 합의하고 공동보도문을 17일 발표했다. 양측은 보도문에서 ▲올 추석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금강산 비로봉 관광 시작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과 북측 체류의 원상회복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업지구사업 활성화 ▲백두산 관광사업 시작 등 5개 항에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