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온 격"

  •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 뉴데일리
    ▲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 ⓒ 뉴데일리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는 17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 김정일이 만난 것을 이렇게 평하며 "여전히 남북관계 주도권은 북한에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오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PBC라디오에서 "남북관계 막힌 곳을 뚫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몇 가지 있다"면서 금강산 고 박왕자씨 피격사건 해명과 연안호 선원·선체 송환을 꼽았다. 이 대표는 "북한이 남북관계에 성의를 갖고 있다면 진상규명과 적절한 사과 해명, 재발방지 조치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인데 이런 게 없다"며 "(개성공단재개 문제도)북한의 이런 입장이 깨끗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정상화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남북간 대화에서 한국 주도를 강조했다. 그는 "주는 사람 입장에서 관계를 주도해야 하는데 현 회장이 평양에서 가져온 내용을 보면 여전히 남북관계 주도권은 북한에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굉장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남북간 대화에서 양측이 '역사적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따라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민족공동 번영을 위한 협력사업을 적극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표명했다'고 합의한 데 대해  "그게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남북관계가 그 동안 왜곡되고 굴절됐던 원인이 6.15 성명에 있었다"면서 "6.15 선언은 해석의 차원에서 굴절을 일으켰던 요소가 해소되든지 아니면 해석이 바로 잡혀지지 않을 때에는 당연히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6.15 선언 이행은 대한민국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효"라며 "현 회장이 합의한대로 '6.15 선언과 10.4 선언을 계승 발전시킨다'면 남북관계는 절대로 정상화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서 대북특사 파견 필요성이 거론되는 것에도 부정적 의사를 피력했다. 이 대표는 "저쪽에서 청하지도 않는 특사를 보낼 수 없다"며 "자꾸 특사 얘기하는 것은 가서 뭘 주고 오라는 것인데 우리가 지금 이 상황에서 뭘 주느냐"고 따졌다. 또 "현 회장과 김정일의 만남이 이뤄지고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사실은 북한이 지금 굉장히 몰리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북한이 몰리고 있는 마지막 5분, 그 상태를 우리가 풀어줘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바보스러운 짓을 해서는 안되는데 현 상황은 우리가 그 바보스러운 짓을 다시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고 했다.

    한편, 현 회장은 방북 7일만에 김정일과의 면담에서 금강산 개성관광재개와 개성공단 사업 활성화에 합의했다. 구체적 일시와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올 추석에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도 갖기로 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측은 "개성관광을 곧 재개하고 개성공단 사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면서 "남측 인원의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과 북측 지역 체류를 10.4 선언 정신에 따라 원상 회복한다"고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