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북한 주민 한국방송 시청 확대 지원 사업 추진여당 측 이사, 결의안 상정.. 야당 측 이사, "극우단체 지원 우려" 반대

  •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가 북한 주민들이 국내 방송 콘텐츠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방문진 김광동(여당 추천) 이사는 지난달 7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권혁철·김원배·유의선·이인철 등 4명의 이사와 공동으로 '북한 주민의 한국 방송 시청 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 추진 결의안'을 상정했다.

    김광동 이사는 "최근 방송 전파나 USB 등을 통해 한국의 다양한 방송 콘텐츠가 북한 주민들에게 비밀리에 전해지고 있다"면서 "과거 서독의 방송을 접한 동독 사람들이 독일 통일에 훨씬 적극적이었던 것처럼, 우리도 통일에 대비하고 북한 주민들의 민족 동질성 회복을 위해 방송 시청을 확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5명의 여당 추천 이사들은 "북한 주민의 한국방송 시청 확대는 방문진의 당연한 공적책무이자 법적 의무"라며 "1억원의 방문진 추경 예산을 편성해 사업자 공모를 거쳐 대북방송 기관이나 단체를 지원하자"는 안을 냈다.

    그러나 이완기 이사 등 야당 추천 이사들은 "취지에는 동의하나, 정치적 판단이 우선돼야 하는 문제"라며 "이 사안이 매우 불순한 의도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야당 측 이사들의 반대로 결의가 무산된 이 안건은 지난달 28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당 측 이사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의지를 심어주기 위해선 한국 방송물의 시청취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반면, 야당 측 이사들은 "이번 사업이 특정 보수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전용될 수 있다"며 팽팽히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양측은 이사 3명이 참여하는 소위원회를 발족, 구체적인 논의는 차기 소위원회에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한 여당 측 이사는 2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방송문화진흥회법을 보면 방송문화의 진흥을 도모하고 공공복지 향상을 위한 '공익 사업'을 방문진이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면서 "올해들어 북한이 위협적인 도발을 감행해오면서 '대북방송 활성화'야말로 방문진이 해야할 공익 사업이라고 판단해 이같은 지원 사업을 안건으로 제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간 35억원 정도를 이같은 방송 문화 진흥을 위한 사업에 사용하도록 돼 있는데요. 지난해까지만해도 그런 생각을 전혀 못하다가 올해들어 북한이 핵실험을 감행하는 등 위협적인 도발을 해오면서 '대북방송'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됐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에 지난달 정기이사회에서 5명의 방문진 이사들이 '북한 주민의 한국방송 시청확대를 위한 지원 사업'을 공동 발의하게 됐는데, 과거 참여정부 시절의 전례에 비춰볼 때 이같은 지원 사업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치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엔 이것이 문제가 되리라고는 생각치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 정부에선 방문진이 '북한 나무심기 지원 사업'처럼 방송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업에 8억여원을 지원했고, 평양에서의 '뉴욕필하모니 공연 지원사업'에 2억원을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도합 10억여원을 대북관련 사업에 지원해 온 것이지요.


    이 관계자는 "사실 우리나라의 대북방송은 대부분 미국의 지원을 받아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그래서 방문진에서 1억원을 추경 예산으로 잡아 해당 사업을 진행해보자고 건의를 한 것인데, 야당 측 이사들은 이런 지원 사업 자체를 '불순하다'고 폄훼하며 무척이나 냉랭한 반응을 보여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여태껏 야권 이사들과 이렇게 거리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우리나라의 방송 문화를 더 많이 접할 수 있도록 돕자'는 제안이 어째서 불순한 생각인가요? 이같은 사업이 북한 정부를 자극해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받아들이기 힘든 의견입니다.


    이 관계자는 "이같은 지원 사업이 극우·보수단체나 탈북단체를 지원하는 자금으로 쓰여질 수 있다는 논리도 참으로 편협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대북방송에는 KBS, 극동방송, 자유북한방송 등 다수의 기관·단체이 참여하고 있는데, 야당 이사들이 포함된 심사위원단에서 방문진이 지원하는 사업을 이행할 단체를 고르도록 하면 이런 '특혜 시비'도 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