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살았던 북한에서는 인민들에게 사진 혹은 영상에 담긴 남한 대통령의 밝은 모습이나 정의로운 행동은 모두 비밀로 합니다. 굳이 알려준다면 정치적 결함이 있는 부분과 나쁘고 어두운 이미지 등이라 할 수 있죠.

    생각의 동물인 사람의 얼굴에서는 인품과 마음이 엿보이고 그것을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이 사진과 동영상입니다.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남한 대통령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다나면 어딘가 다소 끌리는 마음도 들겠지요?

    제가 처음 김영삼 대통령님의 사진을 본 곳은 1997년 3월 쿠웨이트 주재 한국대사관입니다. 물론 태극기도 이때 처음 보았다면 거짓말 같죠? 그렇게 무지몽매했던 전 평양 시민이었답니다. 열사의 땅, 쿠웨이트에서 하루 15시간의 노예노동을 시키는 노동당이 소름 끼치도록 싫어 북한회사를 탈출하였죠.

    응접실 한 쪽 구석에 놓인 거치대에 걸친 태극기 옆에 어떤 분의 대형 액자사진이 걸렸는데 대사관 직원에게 “이분이 누구냐?”고 물었습니다. 그가 피식 웃으며 “남조선의 수령님입니다”고 하여 김영삼 대통령인줄 알았죠.

    서울에 와서 같은 탈북민들을 만나 알았는데 남들이 몇 달, 몇 년 걸리는 그 어려운 망명길을 단 2일 만에 열어주신 대한민국 정부에 너무나 고마웠죠.

    제가 온 뒤로 20여 일 지나 조선노동당 비서인 황장엽 선생이 서울에 왔습니다. 그해 2월 중국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망명 요청한 황 선생을 돕기 위해 강택민 중국주석에게 수차례 전화로 협조를 부탁드린 김영삼 대통령님이셨습니다.

    대한민국 제14대 대통령이신 그 분은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한반도에 전쟁은 없다”며 이 땅의 평화를 수호하셨으며 가난과 굶주림에 허덕이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 대규모 식량지원을 해주시었으며 인류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잔인한 김일성의 독재를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지난 2011년 10월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있은 고 황장엽 선생 1주기 행사에 참석하신 김영삼 대통령님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그래서 3년 전에 쓴 ‘소설 황장엽’에도 그의 생동한 모습을 기록했죠.

    통일이 되면 황장엽 선생과 평양구경 가시겠다던 김영삼 대통령님! 북녘의 우리 동포를 누구보다 많이 아끼고 사랑해주신 자애로운 분! 꼭 닮고 싶은 신념과 의지의 귀감이셨고 청렴결백한 나의 대통령님이었습니다.

    2015년 11월 22일 존경하는 김영삼 대통령님께서 애석하게 서거하였습니다. 이 못난 사람을 받아준 나의 대통령님을 꼭 한 번 뵙고 싶었는데...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 위대한 심장의 고동소리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김영삼 대통령님! 부디 편히 쉬십시오.

    사랑합니다. 나의 대통령님!

     

    2015년 11월 25일
    - 탈북소설가 림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