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실상, 대학생들에게 흥미진진하게 전달..호응 높아
  • ▲ 뉴코리아여성연대가 17일 명지대에서 '탈북미녀 삼총사의 유쾌한 평양토크쇼'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탈북민출신 권설경씨, 이다은씨, 김미소씨.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뉴코리아여성연대가 17일 명지대에서 '탈북미녀 삼총사의 유쾌한 평양토크쇼'라는 주제로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탈북민출신 권설경씨, 이다은씨, 김미소씨.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탈북여성단체가 북한이탈주민 출신 여성 3명이 출연하는 ‘토크콘서트’를 기획해 각 대학교를 순방하며 활동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이른바 ‘종북콘서트’ 논란을 일으킨 ‘신은미-황선 통일콘서트’가, 북한 정권의 입맛대로 실상을 왜곡해, 북한에 대한 비현실적 상상을 현실인 것처럼 한국인들에게 주입하려 했다면, 북한의 참상을 직접 경험한 탈북여성들이 진행하는 '토크콘서트'는, 북한의 실상을 바로 알리고, 젊은 세대들이 통일과 북한문제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뉴코리아여성연합은 지난 17일 명지대학교 본관 6층 강의실에서 ‘통일특급열차’라는 제목의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탈북미녀 삼총사가 펼치는 유쾌한 평양토크쇼’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개그맨 서인석씨와 탈북민 출신 권설경씨, 김미소씨, 이다은 씨 등이 출연했다.

    이들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학생 4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들이 궁금해하는 북한주민들의 연애, 군복무, 한류열풍 등을 북한말투로 흥미진진하게 전달해, 호응을 받았다.

    흰 저고리와 검은색 치마의 한복을 입고 나와 주목을 받은 김미소씨는 가슴에 태극기 뱃지를 달고 있었다. 그는 “북한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그려진 뱃지를 달고 다니지 않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벌받는다”며, “대한민국에서는 자연스럽게 태극기를 달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브로치도 달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정훈장교로 8년간 복무한 경험이 있는 이다은씨는 북한 인민군복을 입고 다리를 길게 뻗으며 행진하는 제식동작을 선보여 학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아울러 북한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권설경씨는 반짝이는 무대의상과 기타를 가지고 나와 북한가요‘반갑습니다’를 열창하며 입장했다. 권씨는 탈북 당시 기타 하나만을 매고 두만강을 건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회자는 “금붙이나 통장 등을 들고 나오셔야 하는데 왜 기타인가”라고 물었고, 이에 권씨는 “북한에서는 개인이 통장 등 재산을 가질 수 없다”며 “가장 아끼는 기타를 매고 두만강을 건너던 중 물이 깊어 기타는 떠내려가고 말았다. 이 기타는 남한에서 산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크콘서트의 첫 번째 주제는 식생활에 관한 것이었다. 이다은씨는 “90년대 후반에 3백만명이 아사했고 2000년대 들어서도 550만명이 굶어죽고 있다”며, “여러분들은 굶어 죽는 것을 못보셨겠지만 저는 그것을 겪어왔다”고 말했다.

  • ▲ 북한에서 가수활동을 했던 권설경씨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노래솜씨를 한껏 뽐냈다.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북한에서 가수활동을 했던 권설경씨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노래솜씨를 한껏 뽐냈다.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그는 한국에서 유명한 식당을 찾아갔는데 북한의 식생활과 너무 달라 오히려 황당했다고 말해 학생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국에 정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형사님이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며 강원도 횡성으로 불렀다. 횡성은 한우가 유명해 많은 기대를 하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 보리밥정식 식당이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흰쌀밥에 돼지국밥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보리밥과 풀떼기가 무려 8천원이나 한다니 기가 막혔다. 저는 ‘비싸도 흰 쌀밥 주세요’라고 말했는데 흰 쌀밥은 돈도 안받는 서비스라고 해 또 한번 놀랐다.

    북한에서 ‘토끼풀’이라며 싫어하는 옥수수, 현미, 달래냉이 등이 오히려 한국에서는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었다. 저도 한국에 정착하고 나서는 건강을 생각해 ‘토끼풀’을 먹으러 다니게 됐다(웃음).”


    이씨는 “북한은 힘들다보니 당 간부가 배급을 다 뜯어먹어 주민들에게 식량이 오지 않는다”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보위부는 보이지 않게, 안전원은 안전하게, 대대장은 대대적으로, 중대장은 중간중간, 소대장은 소소하게 해쳐먹는다’라는 말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젊은 남녀가 연애하는 방식이나 ‘프로포즈’에 대한 설명도 이어져 학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권설경씨는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날라리 황색바람’이라며 스킨십을 할 수 없다”며 “만일 공공장소에서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적발되면 바로 ‘호상비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다은씨는 “북한의 프로포즈는 남자가 일단 산에 가서 나무를 몰래 베서 마음에 드는 여성의 집으로 가져간다”며, “상대방 부모들이 나무를 가져간 그 청년을 보고 마음에 들어 하면 그것이 ‘프로포즈’”라고 말했다.

    권설경씨는 가수출신 답게 북한에서 불려지는 노래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사랑노래가 보편적인 남한과 달리 북한의 노래들은 대부분 김일성이나 김정일을 칭송하는 노래라고 말했다. 남한 노래를 부르다 적발되면 고문을 받는 등 취조를 당한다고도 전했다.

    “보위부 당 간부 연회에서 노래를 부른적이 있는데 한 보위부 간부가 ‘아랫동네(남한노래)’를 해 보라고 했다. 망설였지만 그들이 다 책임지겠다고 해서 박상철씨의 ‘무조건’ 등의 노래를 과감하게 불렀다.

    그런데 이후 안전서에서 호출이 와 ‘왜 남조선노래를 불렀냐’며 나를 취조했다. 그때 피가 쏟아질 정도로 얼굴을 주먹으로 맞고 2주만에야 풀려났다.”


    김미소씨는 북한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과 북한정권의 탄압에 대해 설명했다.

    “저는 북한에서 몰래 한류드라마를 매매했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적발되면 감옥을 가야 한다. 특히 종교가 있는 사람은 수용소로 가거나 처형된다.

    북한에 있을 때 겨울연가, 가을동화 등 한국드라마를 많이 봤다. 그 중에서 가장 멋있던 분이 권상우씨였다. 지금도 팬이다.”

  • ▲ 학생들은 이날 개그맨 서인석씨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 관심을 보이며 호응했다.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 학생들은 이날 개그맨 서인석씨의 사회로 진행된 토크콘서트에 관심을 보이며 호응했다. ⓒ뉴데일리 유경표 기자

    그는 “예전에는 시디(CD)가 유행이었지만 지금은 USB 등이 비교적 보편화 돼 있다”며, “한국 시민단체에서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가 담긴 USB를 보내기 대문에 북한에서도 한류가 많이 불고 있다. 심지어 소녀시대 때문에 탈북한 소녀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다은씨는 북한군에서 복무한 경험을 들려주면서 경제적, 군사적으로 남한이 월등하지만 철저한 전쟁준비를 하고 있는 북한군을 절대 약하게 봐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통일에 대해 북한주민들은 평화롭게 통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북한군인들은 적화 세뇌교육으로 인해 무조건 ‘적화통일’만을 생각한다.

    저는 8년간 실탄사격을 30발 정도밖에 못했는데 북한군부는 병사들에게 8년간 매일 한 시간씩 조준훈련을 시킨다. 탈북 후 남한 예비군들과 실탄사격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제가 이겼다.

    못 먹고 도둑질 하는 군인들이 많으면서도 훈련은 강하게 하기 때문에 절대 북한군을 만만하게 봐선 안된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이다은씨는 “일을 한 만큼 대가를 받는 것이 가장 좋았다”고 답변했다.

    북한은 한달 월급이 한화로 2천600원에 불과하지만 남한에서는 150만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 월급을 받고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이 마트였고, 그곳에서 북한에 있을 당시 가장 먹고 싶었던 초코파이를 수십박스나 사서 먹었다고 회고했다.

    김미소씨는 “북한의 젊은 세대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남한이 북한보다 몇 배나 잘산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며, “남한에 있는 여러분은 북한사람들의 신망의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 대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김경영(24) 학생은 “새로운 내용을 많이 들어 충격적이었다”며, “기회가 있다면 다시 듣고 싶은 자리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적대적인 느낌만 가지고 있었는데 북한에도 한류가 불고 있다는 말을 듣고 통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같은 학과에 재학 중인 박단비(24) 학생도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설명을 들으니 통일이 생각보다 가까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전에 들었던 강의는 종이가 얼마고 쌀이 얼마고 하는 식의 설명이 나열됐던 반면, 이번 토크콘서트는 친근한 분위기에서 우리가 궁금한 것을 직접 물어볼 수도 있어 더 사실적인 느낌을 받았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행사를 기획한 뉴코리아여성연합 이소연 대표는 “통일준비는 북한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이뤄질 수 있다. 한국에 있는 2만 5천여명의 탈북자들이 어떻게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있고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사업이 필요하다”며, “이런 연구사업 분야에서 우리 대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