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광복 70주년 다큐 - 뿌리깊은 미래'‥'수정주의 사관' 답습 논란황우섭 위원장 "대한민국 구성원 둘로 나누는 부정 일변도 다큐" 맹비난

  • KBS가 '대한민국 국민'을 '남녘사람'으로 지칭하는 황당한 다큐멘터리를 내보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KBS공영노동조합(KBS공영노조) 황우섭 위원장이 "이번 사태에 대해 최고책임자(사장)가 책임져야한다"는 강도높은 비판을 가해 주목된다.

    황우섭 위원장은 13일 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보통은 제작부서 내 게이트 키핑과 심의실 심의를 거쳐 문제 발생을 최소화 하고 있는데, 이번 경우엔 게이트 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심의실에서조차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건 문책감"이라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한 매체에 실린 연출자 인터뷰를 봤는데, 자신의 역사관이 잘못됐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매우 아쉬웠다"며 "본래 역사에 관심이 많고 훌륭한 다큐를 많이 만들어온 피디인데, 이번 경우엔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으로 연출을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황 위원장은 "앞으로 8월까지 광복절 건국절 특집이 계속해서 나올텐데 동종 프로그램들에 대한 보다 면밀한 데스킹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여느 신문사나 방송사와 비교하는 게 아닌, KBS 스스로 방송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 다음은 일문일답.

    - 보통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심의 과정이 좀 더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만, 이 프로그램은 제대로 심의를 거친 프로그램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치명적인 오류들이 여럿 보입니다. 어떻게 이런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게 된 걸까요?

    ▲게이트 키핑은 크게 2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제작부서의 게이트 키핑을 들 수 있죠. 일단 프로듀서가 있으면 그 위에 책임 프로듀서(CP)가 있고 그 위에 국장이나 본부장이 있어 자체적으로 게이트 키핑을 거치게 됩니다.

    두 번째 심의실이라는 라인이 있는데요. 심의실에는 심의위원과 심의부장이 있고 그 위에 심의실장이 있습니다. 이렇게 3단계에 걸쳐 심의가 이뤄지는데요.

    제가 보기엔 1차적으로 제작부서 단계에서부터 게이트 키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프로그램 제작 전까지는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합니다. 프로그램 제작에 대한 자율권을 최대로 보장해 주기 위함이죠. 이후 제작이 완성되면 심의를 하게 됩니다.

    그동안 KBS에선 1차적으로 제작부서에서 체크를 하고, 제작부에서 보지 못한 것을 심의실에서 더블 체크를 하면서 문제 발생을 최소화 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심의실에서조차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이 정도면 문책감이라 할 수 있죠.

    - 결국 시스템 문제라기보다는 이를 운용하는 사람의 문제라 여겨지는데요.

    ▲한 마디로 자체 게이트 키핑과 심의 기능이 작동되지 않아서 이런 프로그램이 그대로 나갔어요. 결과적으로 최고 책임자에게도 문제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 근본적으로 제작진의 역사관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요?

    ▲한 매체에 연출자의 짤막한 인터뷰가 실린 걸 봤는데요. 이를테면 '북한의 기습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누락한 것에 대해 "모든 정치적 상황을 다 언급할 수 없어 팩트만 간단히 전했다"는 변명을 했더군요. 이러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자신의 역사관이 잘못됐다는 것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잖습니까?

    개인적으로 담당 피디에 대해선 훌륭한 친구로 봐 왔습니다. 정통 다큐 피디로, 역사에 관심이 많고 그동안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들어 왔습니다. 다만 이번 경우엔 역사를 보는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친 가운데 연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게이트 키핑이죠. 이런 류의 프로그램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전 체크가 확실히 돼야 합니다.

    - KBS 자체 심의에서 거르지 못한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겠군요.

    ▲문창극 보도가 방송통신심의위에 올랐던 것처럼 이번 프로그램도 심의대상이라고 봅니다. 일단 시청자가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고, 방송통신심의위 자체 모니터링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 경우 자동적으로 상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일 상정된다면 공정성 위반 여부에 대해 심의가 들어가고 그 결과에 따라 제재 수위가 결정될 겁니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이번 방송은 △방송강령 △심의규정 △대한민국의 가치에 비쳐봐서 적절치 못한 방송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8월까지 광복절 건국절 특집이 계속해서 나올 겁니다. 이번 케이스는 시작일 수 있다는 얘기죠. 따라서 앞으로 동종 프로그램들에 대한 보다 면밀한 데스킹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는 명실공히 국민의 방송입니다. 여느 신문사나 방송사와 비교하는 게 아닌, KBS 스스로 방송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KBS 공영노조의 성명서 전문

    KBS ‘광복 70주년 특집’의 역사 왜곡과 불공정 배격되어야

    지난 2월 7일 밤 8시, 이른바 <광복 70주년 특집 - 뿌리깊은 미래> 1편 ‘생의 자화상’이란 프로그램이 KBS 1TV로 방송되었다.

    일제로부터 해방된지 70년,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세워진지 67년을 맞아 기획된 프로그램 치고는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 부정적 내용 일변도여서 광복 70주년 특집기획 전체에 의문점을 갖게 하고 있다.

    해방이후 민초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린다는 취지아래 흑백 동영상 위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광복 이후 우리의 역사는 가난과 질곡, 억압의 역사였고 그로인한 고통은 철저하게 국민들이 당했으며 그 원인은 대부분 3.8선 이남에 진주한 미군과 남한 단독선거로 정권을 잡은 당시 정치인들에게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에 ‘(고통을 당한) 그들이 우리였고, 우리가 바로 그들 이었다’는 자막을 넣어 대한민국의 구성원들을 둘로 나눠 서로를 분열시키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일본을 항복시킨 미군이 이 땅에 들어왔다. 미국이 들어오면서 많은 것들이 바뀌어갔다. 그리고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미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서서히 알게 되었다.”

    “광복 후 홀로서기를 외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 외침은 전쟁으로 되돌아왔다.”

    “38선 이남에서 선거가 있었다. 최초의 총선거, 처음인 만큼 모든 것이 서툴렀다... 유권자가 서툴면 투표는 불공정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서울이 수복되고 피난민이 돌아오자 피란을 가지못하고 남아있던 사람들이 부역자로 몰려 증거도 없이 심증만으로 체포되고, 사형을 당하는 사람도 있었다.”

    제작진은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당시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담담하게 그린 사회문화적 접근의 다큐멘터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로그램 곳곳에서 반미, 반 대한민국 내용으로 채워 편협된 목적의식을 가진 다큐멘터리로 보인다. 우리나라 최초의 총선거를 불공정한 선거가 될 수도 있다고 하더니 1948년 대한민국이 탄생한 내용은 아예 빼버렸다. 애국가가 나오는 장면도 현재의 애국가 아닌 올드 랭 싸인 멜로디에 가사를 붙인 애국가를 삽입했고 교육제도를 설명하면서 등장한 학교의 명칭은 ‘조선대학’ 간판을 부각시킨다. 프로그램 내내 당시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끈 지도자는 찾아볼 수 없다.

    해방 이후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탄생하기까지 3년간 이 땅에는 엄청난 회오리가 몰아닥쳤다. 일제는 물러갔지만 그 자리에 미군과 소련군이 남한과 북한에 진주해 군정을 시작했고, 모스크바 3상회의에선 5년간 신탁통치안이 발표되어 새나라를 건설하려고 동분서주하던 지도자들과 국민들을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통일정부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한 미소공동위원회는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 시키려는 소련측의 억지 주장으로 인해 파행을 거듭했고, 그사이 북한의 김일성은 북조선인민위원회라는 단독정부를 조직하여 북한지역의 공산화를 추진하면서 남쪽의 좌익세력과 협력하여 정치공작을 통해 남한까지 공산화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에 이미 단독정부가 구성되어 있고, 소련군과 북한정권이 통일정부 구성을 위한 유엔결의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남한에서만 무정부상태를 지속시킬 수 없어 총선거를 통해 국민의 대표를 뽑고 대한민국을 수립했다. 정치공작에 의한 공산화 통일에 실패한 소련과 북한은 군사력으로 한반도 전체를 공산화 시키기위해 6.25전쟁을 일으켰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이 프로그램이 조명한 시대의 핵심내용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는 해방공간의 국제정세와 시대상황, 북한과 공산집단, 그리고 국내여건은 모두 배제한 채 해방 후 이 땅에 들어온 미군이 일제를 대신한 또 다른 수탈자였으며 민초들의 굶주림과 고단한 삶, 폭격으로 집을 잃고, 피난지를 떠돌며 고생한 것은 김일성과 소련의 한반도 공산화 야욕에 따라 기습 남침을 하며 이뤄진 일임에도 그것은 빠뜨리고 당시 대한민국을 세운 사람들의 홀로서기 노력 즉 대한민국이 탄생했기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굶주림과 처절함, 폐허로 변한 거리와 힘겨운 복구노력 위주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며 신생국 대한민국을 비판하고 있다.

    KBS공영노동조합은 우리 모두가 피땀 흘려 가꿔온 대한민국의 존재를 부정하고 비판하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광복 70주년 특집 - 뿌리깊은 미래>란 타이틀 아래 방송한 의도가 무엇인지 이를 기획한 제작진과 게이트 키핑을 담당해야할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

    KBS공영노동조합은 앞으로 이어질 <광복 70주년 특집 - 뿌리깊은 미래>의 후속 내용이 어떤 시각으로 구성될지를 우려한다. 이 시점에 진정 우리가 조명해야할 광복과 건국 특집의 내용은 어떤 것이 담겨야 하는지 면밀하게 재검토할 것을 요청한다.

    KBS는 대한민국의 기간방송이자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 KBS에서 자행되고 있는 역사왜곡과 불공정은 단호히 배격되어야 한다.

    2015년 2월 11일
    KBS공영노동조합